정통 보수 인식…'사형 부활' 찬성 표심에 눈도장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1일 '사형제 부활' 문제를 두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홍 의원의 '사형 집행' 공약이 별안간 이슈화되면서 전통 보수층의 결집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홍 의원은 전날(8월 31일) 페이스북에 20개월 영아를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29) 씨를 두고 "제가 대통령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킬 것"이라고 적었다. '이런 놈'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흉악범과 강력범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양모 씨 사건과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성범죄 전과자 강모 씨의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시민들 사이에선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큰 영향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강력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살인 사건과 한강 몸통 시신 사건, 고유정의 남편 토막 살인사건, 이른바 '정인이' 학대 살인 사건 등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내에선 잔혹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형 여론이 형성됐지만,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사형을 집행한 이래로 현재까지 24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사회는 2007년부터 대한민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주자 중 홍 의원이 사형제 부활을 내세우고 나선 것이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사형 집행을 공약한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6월에는 흉악범죄나 반인륜범죄를 저질러 사형이 확정된 자에 대해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사형을 집행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대선 정국에서 홍 의원이 양모 씨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공유하며 사형 집행을 언급한 것은 보수 적통을 강조하는 한편 사형제 부활을 요구하는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사형제 부활에 대한 공약은 다른 주자와 차별화되는 공약이기 때문이다.
홍 의원이 사형 집행을 내세우는 배경은 '국민 안전'이다.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 사형 집행을 강조하며 "흉악범의 생명권만 중하고, 피해자 가족이 겪어야 하는 평생 고통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법안 발의의 입법 취지도 사회 안전 유지와 범죄 취약계층 보호였다.
사형제에 대한 국민 인식도 찬성에 무게가 실린다. 2017년 11월 리얼미터의 '사형제도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사형제 유지 및 실제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52.8%, '사형제는 유지하되 집행은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의견이 32.6%였다. '사형제 완전 폐지' 의견은 9.6%에 불과했다.
사형제 찬반은 여전히 분분하다. 인권 문제가 걸린 만큼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거쳐야 해 사형제 부활은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홍 의원이 사형 집행을 내세우면서 이슈화에 성공한 점과 강한 보수 주자라는 점이 부각됨에 따라 얻는 정치적 실익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사문화된 사형제에 대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홍 의원과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 사법 시스템이 흉악범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은 문제를 잘 파악해 국회와 협조해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형 집행 부활을 두고 "두테르테식"이라고 평했다. '공포 정치'로 악명을 떨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핑 대통령에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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