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의 불같은 의지와 모든 외교적 역량 쏟아부은 결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끈 독립전쟁 영웅 고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서거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연해주 이주 이후 생전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100년 만의 귀환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시작한 홍 장군 유해 봉환 노력은 오랜 노력 끝에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어가는 것으로 3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장군의 귀국과 고국에서의 영면에 최고 예우를 보인 문재인 대통령은 "참으로 긴 세월이 걸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홍 장군의 유해 봉환에 오랜 시일이 걸린 것은 평양이 고향이어서 카자흐스탄과 수교를 맺은 북한도 유해 봉환을 요구해왔다는 점과 홍 장군이 현지 고려인 사회의 정신적 지주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카자흐스탄 정부가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30여 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라며 "문 대통령의 불같은 의지와 우리의 모든 외교적 역량을 쏟아부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19년 4월 카자흐스탄 방문을 앞두고 정상회담 의제로 홍 장군 유해 봉환을 넣을 것을 청와대 외교안보팀과 외교부에 강력히 지시했고, 실무진이 외교 역량을 쏟아부은 결과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한-중앙아 포럼' 참석차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당시 강경한 외교부 장관 편에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앞으로 친서를 보내 다시 한번 홍 장군 유해 봉환을 요청했고, 이는 유해 봉환에 대한 확답을 얻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해 6월 봉오동 전투 전승 100주년을 기해 홍 장군을 모시기 위해 노력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연기되어오다가 이번 카자흐스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결실을 맺게 됐다.
박 수석은 "장군의 귀국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큰 시각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카자흐스탄 등을 대상으로 신북방 정책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한-카자흐스탄 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 카자흐 정부를 설득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현지 고려인들의 지지도 큰 힘이 되었다. 약속대로 장군을 '최고의 예우'로 직접 맞이한 문 대통령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대한민국과 국민 모두의 감동과 진심이 담긴 환영의 표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홍 장군 유해 봉환은 한·카자흐스탄 정상이 쌓아온 신뢰와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양국 국민들에게도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특별한 역사적 유대와 80여 년을 이어온 양국의 우정을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홍 장군 유해 봉환을 위해 지난 14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우원식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 배우 조진웅 씨로 구성된 특사단을 파견했다. 특사단은 이날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위치한 홍 장군 묘역에서 유해를 정중히 모신 후 15일 오전 대한민국 군 특별수송기(KC-330)를 이용해 귀국길에 올랐다.
특별수송기는 대한민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한 후 공군 전투기 6대(F-15K, F-4E, F-35A, F-5F, KF-16D, FA-50)의 엄호 비행을 받으면서 15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공항에서 홍 장군 유해를 직접 맞이한 후 안장지인 대전현충원으로 봉송했다.
홍 장군 유해는 16~17일 국민 추모 행사를 마친 뒤 18일 오전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 안장됐다. 17일 홍 장군에게 최고등급의 건국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가 서훈한 문 대통령은 18일 유해 안장식 추모사에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 101주년, 장군이 이역만리에서 세상을 떠나신 지 78년, 참으로 긴 세월이 걸렸다"라며 "장군의 유해 봉환을 위해 적극 협력해주신 카자흐스탄 정부와 고려인 동포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국을 떠나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까지 흘러가야 했던 장군을 비롯한 고려인 동포들의 고난의 삶 속에는 근현대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온갖 역경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우리는 다시는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절치부심해야 한다"라며 "선조들의 고난을 되돌아보며 보란 듯이 잘사는 나라,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강한 나라,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밝히고, 독립유공자들과 후손들을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며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뤘고, 드디어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라며 "장군의 귀환은 어려운 시기,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위기극복에 함께하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장군이 고향 흙에 흘린 눈물이 대한민국을 더 강하고 뜨거운 나라로 이끌어줄 것이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고 말을 맺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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