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청와대 취재기자의 주관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헛된 '코로나 종식' 희망 메시지 반복…현실은 최악 상황 지속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국내에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한창 번지던 시기였습니다. 당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686명, 누적 확진자는 3만 9432명이었습니다.
한 달이 지나 올 1월 11일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이제는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라고 또다시 '터널의 끝'을 언급했습니다. 3차 대유행이 주춤하던 시기인 당시 신규 확진자는 451명이었습니다.
지난 2월 26일 드디어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서울 마포구 보건소를 방문해 첫 예방접종 현장을 직접 살핀 문 대통령은 SNS를 통해 "국민들께 일상 회복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전해드린다"라며 "접종 대상자들의 접종 희망률이 매우 높고 접종 계획이 잘 준비되어 있어서 차질없이 빠른 접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이 있었던 5월 10일까지 약 세 달간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1차 접종 7.2%, 접종 완료 1.0%에 그쳤습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463명으로 문 대통령 신년사 발표날과 비슷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특별연설에선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습니다"라며 코로나 사태가 예상을 벗어났음을 시인하면서도 "국민 여러분, 조그만 더 견뎌 주십시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다시 3개월이 흘렀습니다. 8월 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776명으로 30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백신 누적 접종자는 1차 39.6%, 접종 완료 14.4%로 세 달 전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습니다. 여기에 4주째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가 적용되고 있지만, 4차 대유행 확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누적 확진자는 20만 5702명으로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터널의 끝'을 언급한 이후 8개월 만에 5배 이상 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20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8개월 전부터 여러 차례 언급한 '터널의 끝', '전쟁의 끝'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더 강하고, 감염 시 확진자들의 입원 위험성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4차 대유행을 이끌고 있고, 최근 '델타 플러스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환자까지 나온 상황에서 4차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조차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백신 선진국의 사례는 미래를 더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백신 접종률이 훨씬 높은 영국과 미국에선 최근 하루에 수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1회 백신 접종을 받은 인구는 영국 69.13%, 미국 57.45%입니다. 접종 완료는 영국 57.06%, 미국 49.36%입니다. 문 대통령이 자신한 11월 내 국민 70% 이상 백신 접종이 완료된다고 해도 코로나 사태는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코로나 사태가 곧 끝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잇단 메시지는 국민들에게는 '희망고문'이었습니다.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문 대통령이 말했던 '짧고 굵은' 방역도 또다른 희망고문으로 끝나는 모양새입니다. 지금 상황에선 6일 발표될 새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금의 4단계를 또다시 2주 연장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2주 뒤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정부는 아마 또다시 2주 연장 카드를 꺼내 들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민관합동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 첫 회의에서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어수단은 백신"이라고 기존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습니다. '글로벌 백신 허브'를 국가전략으로 강력히 추진해 세계적인 백신 부족 문제를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해결하고, 백신 주권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입니다.
다른 국가에 비해 백신 확보가 늦어 백신 접종 완료율이 15%에도 안 되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국민이 기다린 대통령의 메시지는 세계 백신 부족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먼 이야기보다 "웃돈을 줘서라도 백신을 빨리, 더 많이 들여와서 국민에게 조속히 접종하겠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없는 코로나에 대한 대통령의 희망적인 메시지는 공감 능력에 대한 의문을 자아내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지켜지지 않는 잇단 희망의 메시지는 신뢰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몇 년 뒤에 실현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희망 대신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실현 가능하고, 코로나 피해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통령의 코로나 메시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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