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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K-방역' 자신감의 그림자

  • 정치 | 2021-07-27 05:00
문재인 대통령과 당·정이 K-방역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당·정이 K-방역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방역·경제' 두 마리 토끼 잡기 실패의 반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정부가 국내·외에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던 'K-방역'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7일 1212명의 확진자 발생 이후 연일 네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면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아 정부는 4차 대유행의 시발점이었던 수도권에 12~25일 최고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인 4단계를 시행했지만, 사실상 효과는 전무했다.

2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318명으로 일요일 기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방역 엇박자 속 비수도권 확진자 비율이 40%를 넘어서면서, 뒤늦게 27일부터 비수도권도 일괄적으로 3단계 이상을 적용키로 했고, 수도권 4단계 조치도 2주 연장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K-방역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7일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선 "백신 도입과 접종, 예약 등 모든 부분에서 계획 이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집단면역 시점도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이달(6월) 말까지 1400만 명이 1차 접종을 받게 되면 전체 인구의 28%가 백신을 맞게 된다"라며 "그렇게 되면 위중증률과 치명률 감소에 이어 확진자 감소도 기대되는 등 방역 부담을 크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코로나로부터 빼앗긴 일상을 국민들께서 조금씩 회복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국민들께서 좀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하고, 올 추석도 추석답게 가족을 만나고, 적어도 가족끼리는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며 "여름휴가철인데, 철저한 방역과 안전 대책을 빈틈없이 하면서도 국민들의 휴가 사용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는 K-방역이 세계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참석한 G7 확대 회의와 관련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한국은 단연 세계 최고의 방역 모범국이다. 방역 1등"이라고 추켜세웠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해당 발언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동조했다는 게 박 수석의 설명이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마스크 없는 일상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여당도 보조를 맞췄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동안 우리는 성공적인 K-방역을 통해 공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국민들께서도 백신 접종에 적극 협력해주셔서 1300만 명의 상반기 접종 목표를 어제 달성했다"라며 "마스크 없는 일상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청의 K-방역 자신감에 정부는 6월부터 1차 백신 접종자는 8인까지 가능한 직계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하고, 주요 공공시설 입장료·이용료 할인·면제 등의 혜택을 주며, 7월부터는 1차 접종자 및 접종 완료자에 대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접종 완료자 사적모임 인원 제한 제외 등을 골자로 하는 파격적인 백신 인센티브 제도 시행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당·정·청이 앞장서 K-방역 성공을 자신하면서 방역 긴장감을 느슨하게 한 결과 4차 대유행이 확산하고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7월 들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하고, 백신 접종은 지지부진한 것도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0시 기준 누적 1차 접종자는 1521만6892명, 접종 완료자는 452만2789명으로 인구 대비 접종률은 각각 29.7%, 9.0%였다. 한 달 뒤인 26일 0시 기준 누적 1차 접종자는 1689만1632명(접종률 32.9%), 접종 완료자는 685만8599명(접종률 13.4%)으로 각각 3.2%P, 4.4%P 늘어나는 데 그쳤다.

4차 대유행 이전에도 당·정·청이 방역·백신 자신감을 드러낸 이후 대유행이 시작된 전례는 또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라며 "정부는 4400만 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고, 내년 2~3월이면 초기물량이 들어와 접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400만 명분은 우리 국민의 집단면역에 충분한 양"이라고 말했다.

이후 4일 만인 12월 13일 신규 확진자가 1030명 발생하면서 처음으로 네 자릿수를 기록했고, 3차 대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8개월이 지난 현재도 코로나 사태라는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2차 대유행도 당·정·청은 사랑제일교회와 보수단체의 8·15광복절 집회 탓으로 돌렸지만, 야당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K-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식·숙박·영화 쿠폰 등을 제공한 게 방역 경각심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결국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당·정·청이 확진자가 줄 때마다 K-방역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방역 긴장감을 늦추게 하는 발언과 정책을 쏟아내면 확진자가 급증하는 대유행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이 완료된 이후에나 시행해야 할 방역 완화 정책이 너무 빨리 시행됐다"라며 "방역 완화는 20~50대가 충분한 백신 접종을 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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