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간 유불리 불투명…검증 공방 치열해질 듯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일정을 5주 연기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라 약 3주 만에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경선 무대가 10월까지 미뤄지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19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후보 캠프와의 논의를 거쳐 본경선 지역순회 일정을 초반부는 4주, 후반부는 5주 뒤로 미루기로 의결했다. 당 선관위가 제시한 3주보다 더 뒤로 순연한 것이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은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과 도쿄 올림픽, 추석 연휴기간 등을 고려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전·충남 지역에서 시작하는 첫 순회경선을 당초 다음 달 7일에서 9월 4일로, 마지막 순회경선은 10월 10일로 미룬다.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최종 후보는 서울 경선으로부터 4~5일 지난 10월 중순께 결선투표에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들은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 지사 측 박성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선 시기와 방법은 경선후보 사이의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며 "선당후사의 자세로 민주당 선관위의 경선연기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코로나 4차 대유행 국면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는 시점까지 경선 일정이 연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필연 캠프의 판단은 지금도 유효하다. 때문에 지도부의 5주 연기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당 지도부의 결정을 존중, 대승적인 관점에서 수용한다"고 했다.
각 후보 진영은 경선 일정 변경에 따른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이 지사로선 경쟁 후보들의 날카로운 검증과 공세를 견뎌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후발 주자들은 일정을 뒤로 미룰수록 이 지사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힐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대표 측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tbs 의뢰, 16∼17일, 만 18세 이상 1013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도 이 지사가 25.4%, 이 전 대표가 19.3%로 나타났다. 범진보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27.5%, 이 전 대표가 23.9%로, 두 사람의 격차가 3.6%포인트에 불과했다.
물론 경선 일정 연기가 직접적인 유불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낙연 캠프 측 민주당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선두인 이 지사 입장에선 경선이 길어지면 공격과 수비가 길어져서 부담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등 3등 후발주자 입장에선 그만큼 시간이 생기니 기회가 더 있어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지지율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닐 것이다. (경선 일정에 따라) 긍·부정이 있겠나"라며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놨다.
다만 일정 연기에 따라 선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재명, 이낙연 캠프 간 네거티브 공방전은 한층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그간 공세에 대응을 자제해오던 이 지사는 지난 14일 이 전 대표를 향해 "본인 주변부터 돌아보시라"라며 반격으로 돌아섰다. 이 전 대표가 21대 총선 당시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업체로부터 선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를 지원받은 의혹을 지적한 것이다. 해당 사건으로 고발된 측근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극단 선택을 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도 "생각보다 참을성이 약하시네요"라고 응수하면서 선두 그룹 공방전이 달아올랐다. 이후 이 지사는 지난 16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탄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했고, 지난 17일에는 "5·18 학살을 옹호하던 사람도 있고, 박정희를 찬양하던 분도 계시다"면서 이 전 대표의 기자 재직 시절 기사를 언급, 역사관을 문제 삼기도 했다.
후보 간 기 싸움 수준이었던 공방은 당 선관위가 "금도를 벗어났다"고 지적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까지 나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경기도 유관 기관 소속 공무원이 SNS 채팅방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번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해당 공무원이 경기도 직접 산하기관은 아니며 직위해제했다고 공세를 사전 차단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은 해당 의혹을 연일 밀어붙이고 있다. 이 전 대표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불법행위"라며 중앙선관위와 당 선관위에 조사를 촉구, 경찰 고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도 이날 '딥페이크 피해 근절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선거법 위반 여부는 그에 따른 법적인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의 엄정 대처를 요청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증에는 성의를 다해 소명하되, 네거티브에는 맞대응하지 않겠다"며 네거티브 과열 양상을 자제한다면서도 "선거법과 경선규칙을 엄격히 준수하자"며 이 지사를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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