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시정연설 하루 전 의총 열어 정부 압박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소득 하위 80% 재난지원금' 당정 합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더불어민주당이 보편 지급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본회의 시정 연설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당이 내부 목소리를 모아 정부를 압박하려는 모양새다. 국회 추경 심사 과정에서 당과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2차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민주당 정책 의총에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대체로 '소외감 없이 가야 한다' '국민들이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날 자유발언한 총 12명 의원들 중 다수가 보편지급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29일 소득 하위 80% 국민 대상으로만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합의했지만, 당 내부에서 정부안을 증·감액하는 과정에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보편 지급으로 정책 방향이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편지급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에 적지 않은 행정 비용이 든다는 점, 형평성 논란, 소비진작 효과 미비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차 추경 편성 금액 중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책정된 예산은 총 42억1100만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책의총에 앞서 당 을지로위원회도 성명서를 내고 보편 지급론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소득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는 재난지원금으로 불필요한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당이 추경안 편성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대개 예산안은 정부에서 편성해서 오면 여당은 그것을 그냥 통과시켜주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었는데 이번 추경안에 대해서는 당의 주도성을 조금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초대 을지로위원장을 지낸 우원식 의원도 재정 당국을 향해 '선별지급에 대한 아집'이라고 지적하며 당이 추경안 편성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추경안 본회의 시정 연설을 하루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것도 청와대와 정부로부터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공개적으로 합의한 당정 절충안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선 주자들도 재난지원금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여 당내 논쟁은 더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 tv토론에서 이재명·추미애·김두관 후보는 전 국민 지급을, 이낙연·정세균·박용진·양승조·최문순 후보는 '소득 하위 80% 지급안'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재원이 부족해 소득 하위 80%에만 25만 원을 지급한다는 당정 합의안에 대해 "재원 부족이 문제이면 차라리 전 국민께 20만 원을 지급할 수도 있다"며 연일 보편 지급론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모인 의견을 당 지도부가 논의 후 예결위 소위원회 증·감액 심사 과정에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정책의총 후 "오늘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이를 반영해서 지도부가 논의하고 이후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심사하겠다고 윤호중 원내대표가 말했다"며 "최고위에서 지금 국회에 넘어온 안을 어떻게 보완할 건지 논의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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