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정치 신인' 윤석열, 대선 출정식서 '도리도리' 별명 생긴 사연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선두를 달리는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번 주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들의 출마 선언과 초반 행보는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이 가운데 잠재적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도 사표를 던졌다. 조만간 야권 후보로 정치판에 등판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자리에 모인 '공명선거·성 평등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 행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면접이 남은 가운데 민주당의 면접관 인선을 두고 혼란이 이어지면서 출발부터 스텝이 꼬인 모양새다.
-청와대에선 '인사 실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영끌 빚투' 의혹으로 임명 석 달 만에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이 사실상 경질됐고,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문제는 계속 생기는데 책임지는 인사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재명의 차별화된 '대선 출정식'…솔직한 리스크 관리도 눈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어. 여야 대선주자를 통틀어 유일하게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 출근길에 공개한 14분짜리 영상으로 내용과 방식 모두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는 평가가 나와. 앞서 출마 선언을 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이틀의 시간이 있었던 만큼 색다르고 차별화된 전략을 구상한 게 아닌가 싶어.
-출마선언문에서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하면서 이뤄낸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한 면이 눈길을 끌었어. 특히 '공약을 90% 이행했다'고 소개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인물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 대목이라고 생각해. 또 '흙수저 비주류'라는 표현도 서민들의 감정을 움직였을 것으로 보여.
-이 지사의 솔직한 대답이 눈길을 끌기도 해. 이날 민주당 공명선거 서약식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 가족에게 폭언한 것에 대해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죄송하다고 사과했어.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지.
-그의 관록이 느껴졌어. 민감할 수 있는 자신의 가정사를 고백하며 왜 그때 폭언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재발 방지까지, 말 그대로 '사과의 정석'을 보여줬어. 이후 유튜브나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오히려 이 지사의 폭언을 이해하며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어.
◆드디어 '대선 등판'한 윤석열…부인이 불 지핀 '쥴리' 의혹
-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번 주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어. 지난달 29일 그가 출마 선언을 하기로 한 매헌 윤봉길 기념관엔 엄청난 인파가 모였지. 좁은 길목은 화환 행렬로 줄을 이었고, 윤 전 총장을 향한 기대감을 체감할 수 있었어.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지. 국민의힘에선 정진석, 권성동 의원을 필두로 25명 현직 의원이 참석했어. 겉으로는 축하의 의미를 담았다고 하지만, 사실상 유력 대선주자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것이란 평가가 많아.
-윤 전 총장은 '공정과 상식', '자유민주주의'라는 키워드를 중점으로 정권 교체를 주장했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무너진 상식을 바로 세우겠다고 주장했지. 대부분 야권 인사들은 긍정 평가를 내놨지만, 일각에선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비전이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와.
-특히 '정치 신인'이라서 그런지 대화 태도 등에서 실망했다는 평가가 많았어. 말하는 도중 고개를 이리저리 좌우로 흔드는 습관을 겨냥해 '도리도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 관련해 온라인상에선 이상한 루머도 퍼졌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도리도리'를 이미지로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데, 윤 전 총장 측이 "명예훼손, 저작권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권리 침해 신고"가 이유라는 주장이 나왔어. 그래서 확인해봤는데 사실무근이었어. 네이버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도리가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라서 2014년부터 이미지 검색이 안 됐다. 루머가 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어. 다만 '도리 마약'이나 '도리'는 이미지 검색이 되는데 '도리도리'만 검색이 안 되는 게 아직도 이해가 잘 안 가(웃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의 철학과 일치성을 언급하며 야권의 대선주자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정작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있어. 윤 전 총장이 정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거대 야당의 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은데, 입당은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야.
-그와 관련해선 정치권 밖에선 일종의 힘겨루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더라고. 사실상 현시점에서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윤 전 총장을 위협할 정도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인물이 없고, 여권까지 통틀어도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는 인사는 이재명 지사밖에 없거든. 때문에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급한 것은 없다는 없다는 주장도 있어.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시간을 끌수록 국민의힘 당원과 중도층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말이야. 어쨌든 윤 전 총장이 어떤 생각으로 '밀당'을 하는지는 여러 관측이 있지만, 장모의 1심 유죄 판결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만큼 조만간 입당 시기를 조율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
-정치권은 윤 전 총장 행보뿐 아니라 아내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의혹 등에도 관심을 갖는 모양새야. 최근 윤 전 총장 X파일에 김 씨가 과거 '쥴리'라는 이름의 호스티스로 활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어. 김 씨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해 정면 대응했는데, 정치권에선 '대응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어.
-'쥴리'는 유튜브나 온라인상에서만 언급됐는데, 본인이 관련한 입장을 직접 밝히면서 불이 붙은 모양새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더 코끼리 생각을 하게 된다잖아. 김 씨가 자신의 의혹을 부인했는데, 논란은 확대·재생산되고 있어. 19대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말했다가 그 이미지가 각인돼 지지율이 확 꺾였을 때가 생각나더라고. 산전수전 다 겪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SNS나 옐로페이퍼에서나 거론될 문제가 정식으로 지면에 활자화되고 거론돼 버렸다"고 지적했지. 대선은 사실 '리스크 관리 싸움'이라고들 하지. 철저한 검증은 당연하다고 보고, 윤 전 총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대선 후보의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사표 던진 최재형, 대선 등판 임박?
-윤 전 총장과 함께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윤 전 총장 출마 선언 전날(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어. 정치권에선 이를 대선 출마를 위한 첫발로 보는 시각이 강하지. 최 전 원장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기 시작했어.
-워낙 평판이 좋은 데다 원칙론자의 강직함도 있어서 야권에선 최 전 원장에게 큰 호감을 보이고 있어.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바로 정치에 입문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보인다는 전망이야.
-최 전 원장이 향후 윤 전 총장과 은근한 라이벌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와.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최근 윤 전 총장이 X파일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최 전 원장을 더욱 관심 있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 있어.
-최 전 원장 또한 중도 표심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다만 오랫동안 정부에 있었기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긴 해.
-재밌는 건 문재인 정부 안에 있던 사람이 야권 대선후보로 속속 나온다는 점이야. 야권에선 '문재인 정부가 사람을 잘 본다'는 힐난을 내놓기도 했지.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최 전 원장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어. 심지어 과거 판결을 꺼내 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재윤 전 의원에 최 전 원장 책임도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지. 야권 후보를 견제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한 네거티브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비판이 나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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