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코로나19 상황 등 변수…"임기 내 어렵다" 회의론도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말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인 우리나라와 북한이 주도권을 쥐고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남북 협력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한미 워킹그룹' 폐지를 추진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북한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서 단기간 내 대화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남은 임기 동안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가능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북미 관계 개선에 성공을 거두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방식이 적절하다"면서 "우리와의 긴밀한 공조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협상 진전 노력을 지속해 달라.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가 선순환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文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비핵화' 위한 역할 다할 것"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북 외교를 총괄하는 김 특별대표는 지난 19일 한국을 방문해 4박 5일간 한·미,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정의용 외교부·이인영 통일부 장관 접견, 문 대통령 예방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23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방한 기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 방안 등을 논의한 김 특별대표는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남북 간 의미있는 대화·관여·협력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김 특별대표는 지난 21일 노규덕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미 워킹그룹 종료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 워킹그룹은 한미 간 대북 정책 의견 조율을 한 중요한 플랫폼이었지만, 남북 관계 개선의 장애물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에게 중요한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불편한 시절도 있었다. 기존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기로 양측이 동의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11월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 관계 등을 협의하기 위한 실무 협의체로 출범했으나, 미국이 제재 면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남북 협력을 가로막는 '족쇄'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끝난 시점에 한미 양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새로운 방식의 협력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향후 한미는 북핵수석대표 간 협의 이외에도 국장급 간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라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그때그때 단계에 따라서 설명해드릴 내용이 있으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 주도의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노 본부장은 23일 류샤오밍 중국 외교부 신임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첫 유선협의를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진전을 가져오기 위한 한·중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노 본부장은 북한의 대화 복귀를 견인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고, 류 특별대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그간의 우리 측 노력을 평가하면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통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북한의 반응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남북·북미 관계 진전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 특별대표는 방한 기간 중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했지만,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와 같은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22일 담화를 통해 "우리 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미 일각에서 '대화'에 무게를 실은 해석이 나오자, 김 부부장이 방점은 '대결'에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또한 대북제재 완화, 한미연합훈련 취소 등의 조치가 선행될 경우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대화 인센티브' 두고 평행선 달리는 북미 관계
하지만 미국도 대화를 위한 조건을 먼저 제시할 의사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현재의 남북·북미 간 교착 상황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통화에서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판이 조성돼야 대화의 장으로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이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나간다는 것인데, 미국은 그럴 수 없다고 하니 대화가 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이어 "열쇠는 김정은 총비서가 쥐고 있다. '자력갱생'하겠다는 김 총비서가 얼마나 버티는지, 코로나19 상황 변화가 변수가 될 수 있다"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북한 비핵화 진전, 남북 관계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간을 갖고 임기 내에 못하더라도 다음, 그다음 정부로 이어지도록 원칙과 기조를 잘 마련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뾰족한 해법이 없지만, 하반기에는 달라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자력갱생을 추진하는 북한은 지금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대화 재개를 위한) 인센티브를 주면 핵 보유를 더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단기적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신 센터장은 "북한 경제 상황, 코로나 상황이 대화 재개를 위한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8월 한미 연합훈련 이후에도 북한의 자력갱생이 안 되고,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 대화 재개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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