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참패 트라우마'? 현행 당규 유지 관측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주 '대선 경선 일정' 논란을 매듭짓기로 했다. 경선 연기론을 두고 대선주자 중심으로 당내 갈등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자 불필요한 혼란을 없애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현행 유지'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연기론'의 손을 들어주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민주당 지도부는 당 내부에서 한 달여간 치열했던 '대선 경선 일정'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여러 의견을 청취했고, 이번 주 내에 결정하겠다는 게 입장"이라며 "가급적 논란을 조기에 매듭짓는 게 어떤 경우든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 일치를 봤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 88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내년 3월 9일)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최고위가 당무회의 의결 안건을 정하므로 경선 일정도 최고위 결정 사안이라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경선 일정 연기'는 친문(親文) 핵심으로 꼽히는 전재수 의원이 지난달 초 처음 공식 제기했다. 당헌을 맞추려면 늦어도 6월부터는 경선 일정에 돌입해 9월 초까지 본선 후보를 내야 한다. 이를 두 달여 늦춰 11월 초에 하자는 것이다. '연기론'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대표, 이광재 의원 등 대선주자들이 가세하면서 뜨거워졌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경선 일정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취임 후엔 '경선 흥행 위기론'을 내세우며 경선 연기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경선 일정 현행 유지'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관측된다. 고 수석대변인은 "만일 현행을 유지한다면 별도로 안건을 올려서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정할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최고위 의견이 모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여권 1위인 이재명 지사 측의 강경한 반대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전날(15일)에도 "가능하다면 원칙과 약속들은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흥행' 경선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 경선을 연기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때 가짜 약장수들이 기기묘묘한 묘기를 보이거나 희귀한 동물들로 사람들을 모아 놓은 다음에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반박한 바 있다.
영호남 지역의 전·현직 교수 160명도 이날 국회에서 경선연기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당헌에 규정된 9월 경선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저버린 구태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전당원투표까지 거쳐 무공천 당헌을 개정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냈지만, 참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민주당 A 중진 의원은 "일정을 미룰 명분이 마땅치 않다. 원래 당헌·당규에 정할 때 후보를 빨리 정해 국민으로부터 검증을 철저히 받겠다는 개혁차원에서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필요에 의해 바꾼다고 하면 국민이 볼 때 '또 바꾸네'라면서 공신력을 잃을 수 있다. 그게 더 큰 손해"라고 강조했다.
당초 대선 기획단 인선과 관련해 청년 단장 임명 여부 등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음 회의로 미뤄졌다. 대선 경선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선기획단 구성 문제를 야당발 일시적 현상에 휩쓸려 섣불리 정해선 안 된다는 당내 일각의 부정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A 의원은 "대선기획단은 선거 메커니즘도 알고 각 캠프도 균형감 있게 해야 하고, 실무자들도 잘 끌고 갈 사람이 해야 한다. 리더십이 중요한데 젊다고 해서 외부 인사나 당 뿌리가 약한 이들을 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준석 대표에 대항하는 걸로 쫓아가다 보면 우리가 늘 짝퉁, 종속적으로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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