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방미 일정 구체화…'한미 동맹' 과거, 현재, 미래 치열한 논의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간의 미국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23일 밤 귀국해 24일 업무에 복귀했다. 방미 기간 이뤄진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에선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향후 발전적 한미 동맹을 위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약 두 달 전부터 방미 일정을 준비해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문 대통령 3박 5일 방미 정상외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문 대통령의 최초 해외 방문이고,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외국 정상 방문 접수로서 한미 간 전략 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데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 대통령이 SNS를 통해 밝힌 대로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었다. 미국 측은 반드시 문 대통령 방미가 커다란 성공이 되도록 하겠다고 수차례 다짐한 바와 같이 성의 있게 대접했고, 정상회담 결과도 기대 이상이었다"라며 구체적 성과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개인적 신뢰와 유대 구축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 동력 확보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강화 △공급망, 첨단기술, 해외 원전시장 등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 강화 △기후변화, 보건, 무역 분야 등 글로벌 도전 과제 공동 대응을 꼽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은 오래전부터 준비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 2월 4일 한미 정상 간 통화 시 바이든 대통령은 "아무리 바빠도 한국 대통령과 전화할 시간이 있다"고 하면서 서로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만남의 중요성을 언급했고, 이후 3월 18일 '2+2 외교·국방장관회의', 4월 2일 '한·미·일 안보실장회의' 등을 통해 방미 일정을 구체화해 나갔다.
문 대통령 방미 일정 조율의 중대 변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측의 엄격한 방역 기준이었다. 미 측이 방미 인원은 백신 접종이 완료되고 면역이 형성된 후 방문 할 수 있다고 통보해 문 대통령은 3월 23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4월 30일 2차 접종을 마쳤다. 같은 시기 방미 수행단도 백신 접종을 받았으며, 기자단은 4월 15일 1차, 5월 6일 2차 접종을 받았다.
이에 따라 수행단과 기자단의 면역 발생 시기에 맞춰 노마스크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은 김대중, 클린턴 행정부 이후 20여 년 만에 한미 양국에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는 등 시대적·역사적·정치적 의미 큰 시기에 개최돼 70여 년간의 한미 동맹을 되돌아보고, 현재는 물론 미래 동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공동 성명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인류적 과제로 대두된 코로나19 극복,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한미 간 협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며 진행된 세계 질서 변화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실무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 성명에는 굳건한 한미 동맹,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한반도 평화 구상, 기후변화·글로벌 보건·신흥기술 등의 분야에서 양국 파트너십 강화,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등 광범위한 분야 협력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워낙 광범위한 내용의 성명을 준비해야 해서 처음에는 주미 대사관을 통해 협의를 진행하다가, 회담 일주일 전인 5월 14일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실무팀이 조기에 미국을 방문해 일주일 동안 하루에도 수차례씩 밀도 있는 협상을 진행했고, 청와대 정책실과 백악관 관계부처가 직접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라며 "성명 준비의 주안점을 현재의 한미 동맹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 한미 동맹 진화와 협력 분야 구체적 열거, 협력 내용과 방향성 명시에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2차 전지), 의약품, AI(인공지능), 5G·6G, 우주환경 등의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합의를 이뤄내 과거 수혜적 안보 위주 동맹에서 호혜적 동반자적 동맹으로 한미 동맹이 발전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 관련 대화의 기틀을 마련해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시기에 와 있다"라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미 측이 성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것은 우리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공동 성명에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 강조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측은 외교부 등을 통해서 문 대통령 방미와 관련해 중국과 필요한 소통을 해오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 입장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조화롭게 한다는 일관적 입장이다. 이번 공동 성명도 이런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대만 해협 관련 내용이 최초로 한미 공동 성명에 포함됐지만,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특수성을 감안하면서 역내 정세 안정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일관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에서 포함시킨 것으로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중국이 과거 한반도 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때와 같은 강도 높은 보복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너무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방미에서 국민 기대감이 높았던 '백신 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신과 관련해 미 측은 백신 지원을 요청하는 국가가 너무 많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국가와 스와프를 체결하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이해한다"라며 "특히 한국은 코로나 19 대응을 아주 잘하고 있고, 소득 수준도 높은 데다, 백신을 확보한 나라로 평가되어 미국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저소득 국가를 놔두고 한국에 대한 백신 공급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군에 대한 백신 지원을 통해 (한국군) 55만 명이 접종할 백신을 제공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백신 공급 관련 형평성과 한미 동맹 배려를 감안한 우리 측에 대한 특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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