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 진영논리 매몰·표에만 관심…당내 청년 성장 시스템 갖춰야"
[더팩트ㅣ여의도=박숙현 기자]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됐던 2030 세대가 4·7 재·보궐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그룹으로 등장했다. 촛불 세대로 문재인 정부 탄생의 주역이자 21대 총선까지 여당을 지지했던 이들은 1년 만에 '정권 심판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럭비공 같은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변화한 여론 지형 속에서 내년 대선을 10개월 앞둔 정치권은 청년층을 겨냥해 현금성 지원을 비롯해 가상화폐, 부동산, 군 제도 개혁 등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당내 당 성격인 청년당도 잇따라 출범했다. 가장 먼저 국민의힘에서 지난해 12월 6일 '청년국민의힘'(청년의힘)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27일 '전국청년당'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청년정의당'도 "새로운 세대의 정치 공간을 넓히겠다"며 지난 4월 21일 출범했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인근 한 카페에서 각 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이 가진 청년 현안에 대한 의견과 청년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이날 대담에 함께한 청년 정치인들은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최근 탈당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34세), 김용태 국민의힘 광명을 당협위원장(32세),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27세)다.
이들은 1시간가량 진행된 대담에서 기성 정치인의 아쉬운 행태, 청년 정치의 강점, 청년들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현실적인 개선 방안 등 솔직한 의견들을 내놨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동수(이하 이): 청년정치크루 대표다. 청년정치크루는 진보, 보수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직접 청년 정책을 만들어서 반영하자는 취지로 2016년부터 활동해왔다. 지금은 신문에 칼럼도 쓰고 책도 내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용태(이하 김): 국민의힘 광명을 당협위원장 김용태다. 제가 저희 당에서 가장 막내 당협위원장이고 32살, 90년생이다. 대학에서 환경과 에너지를 계속 공부해와서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
강민진(이하 강): 청년정의당 대표 강민진이다. 95년생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의 통칭)에서 M에도 들어가고 Z에도 들어간다(웃음).
Q. 최근 청년 이슈가 많다. 현안 몇 개를 짚어 보려 한다. 우선 '청년 현금 지원 정책'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에게 '세계여행 비용 1000만 원 지원'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군 전역자들에게 3000만 원 지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사회 초년생 1억 원 통장'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 청년에 대한 현금성 지원 자체가 다 포퓰리즘이라고 반응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세 분의 여당 대권후보들이 내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책이 지향하는 사회변화 비전이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충분히 내용을 마련하지 않고 다소 즉흥적으로 제안했다는 점에선 국민 신뢰를 얻기에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런 정책들은 정의당이 원조다(웃음). 정의당은 지난 2017년 대선 때는 '청년사회상속제'로, 지난 21대 총선 때는 '청년기초자산제'라는 이름으로 모든 청년에게 만 20세에 3000만 원 기초자산을 국가가 보장하자고 밝혔다. 기득권 기성세대가 자기 자녀에게 사적으로 상속해줄 때 내는 상속세를 대거 확충해 사적 상속 영역을 줄이고 모든 청년에게 적용되는 공적 상속 영역을 탄생시키자는 게 정의당 청년기초자산제의 핵심이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모양만 카피하지 말고 그에 담긴 '세습 불평등 극복'이라는 정책 비전까지 같이 카피해줬으면 좋겠다. 청년 자산 정책의 핵심은 재분배다. 세대 간 또는 세대 내 불평등이 핵심이라면 어디에서 돈을 걷어 어디로 재분배할 건지 정책 철학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여당 대권주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다.
김: 대선을 앞두고 청년 정책이 현금으로 귀결되는 상황 자체가 문제인 것 같다. 이 지사의 경우 경제적으로 힘들어 대학을 못 가는 청년이 있다면 이들을 어떻게 대학에 보내고 교육을 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철학에 녹여야 하는데 단순히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너무 쉬운 생각이 아닌가 싶다. 이 전 대표가 말한 전역자 3000만 원 지원은 (금액) 근거는 조금 모호하지만 포퓰리즘과 다르게 (보상 논의) 고민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녀차별로 볼 게 아니라 남성들이 젊은 나이에 인계철선에서 목숨을 담보로 희생하는 부분은 있으니까.
이: 모든 현금성 지원이 포퓰리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원한답시고 기구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누수되는 돈에 비해 차라리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정책들을 하나하나 평가할 순 없지만 취지나 방향은 공감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이 지사가 제안한 아이디어의 경우 그동안 사회적 자산으로 대학이나 대학생들을 지원했는데 고졸 청년들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 그래서 이들에게도 사회적 자원이 돌아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과외를 하다 보면 잘 사는 집 친구들과 저소득층 자녀들은 어렸을 때부터 해외 경험이 차이 났는데 이는 꿈의 격차로 벌어진다. 그래서 세계여행 지원 취지 자체는 공감한다. 다만 선거가 임박해 청년들에게 마치 정책들을 쏟아내겠다는 식으로 배팅하듯이 금액을 제시하는 건 반대고 그런 가치에 입각해 충분히 준비한다면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강: 이 전 대표의 '군 전역자 3000만 원 자산 지원'의 경우 군필청년에게만 특별히 뭔가를 보장해준다는 접근이 아니라 군인들에 대한 정당한 임금 지급 차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군인들에게 당연히 최저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더 이상 청년 희생으로 군을 유지해선 안 된다. 18개월간 최저임금을 보장한다면 3000만 원이 넘는다. 군필 청년들에게 국가가 임금을 제대로 지급해서 군 제대할 때 자산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좋고, 모든 청년들에게 보장하는 방향으로는 청년기초자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자연스럽게 군 문제로 넘어가겠다. 모병제와 함께 남녀평등 복무도 정치권 의제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이: 지금 여성 복무제는 '(여성들도) 가라'고 하는 쪽이나 '가겠다'고 하는 쪽이나 (현실화) 안 될 걸 알고서 감정적으로 격화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이번 재보선 때 20대 남자들의 불만이 대두됐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남자만 군대 가는 현실보다는 그 이전에 사병에 대한 매우 열악한 처우 때문이다. 병영 내에서 사고가 나면 나 몰라라 하고, 군 간부가 병사에게 지급해야 할 생일 케이크 대신 1000원짜리 빵을 사주는 등 부조리함이 있다. 이를 먼저 해결한 다음에 그 이상의 것들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종국에는 모병제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부당한 처우부터 개선한 다음에 하라는 거다.
강: 저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모병제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이 주체가 돼 나라를 지키자는 게 징병제의 이상향인데, 과연 대한민국에서 징병제는 군 복무하는 청년을 나라의 주인으로 대우해 왔나. 우리나라 징병제는 청년들을 강제로 징집하고, 시민 이하 때로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면서 유지돼 왔다. 군대 문제는 안보와 평화의 관점에서 검토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많은 전문가가 (장병 규모를) 30만 명으로 줄이고 군 첨단화 등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차피 인구절벽으로 지금의 징병제는 규모가 유지될 수 없다. 군제도나 구조, 시스템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적 상황이라면, 이제는 원치 않는 사람은 군대에 가지 않고 군인은 공무원 이상의 처우와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직장으로서의 군대로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병제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여성 징병 문제는 방향이 다르다. 지금 여성 징병에 대한 말은 많지만 진지하게 제기하는 정치 세력은 사실 없는 것 같다. 여성 징병을 어떻게 할지, 그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는 뭔지, 군대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 예산은 얼마나 들지 등등 말하는 곳이 아무도 없다. 군 문제는 젠더갈등 문제로 접근하면 풀 수 없다. 군제도 문제는 어떻게 하면 시민의 자유를 확대하고 군인의 인권과 처우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증진할지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Q. 일부 정치인들은 '남녀평등복무'를 왜 제기했다고 생각하나.
이: 재보선 결과를 보고 난리 났으니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것 같다. 그러려면 오히려 실현 가능한 사병 처우 개선과 보상 확대 쪽으로 가야지, 다짜고짜 '여자도 군대 보낼게'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남는 게 없는 논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 모병제냐 징병제냐 하는 문제는 남녀평등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군 전투력 측면에서 (논의가) 나아가야 한다. 다만 남녀평등 관점에서 여성 징병 문제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헌법 제39조 1항 국방의 의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방의 의무를 진다' 해석에 대한 건데, 참여할 수 있는 자에 대한 기준은 사회적 공감대에 따라 바뀌어 왔고, 여성 징병제는 현실적으로 시기상조이지 않나 싶다. 다만 남성들은 젊은 나이에 전방에서 희생하니 처우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 우리나라 군은 수십조 원을 쏟아붓는데 막상 바뀌는 건 없다. 국방 비리 같은 걸 제대로 밝혀내고 현대화해서 군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임금도 최저임금 이상으로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 이 경우 세금이 막대하게 들어갈 텐데 이건 충분히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모두가 조금씩 세금 부담을 져서 군인 처우를 개선하는 게 헌법에서 말하는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는 측면에 부합하지 않나 싶다.
강: 모병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시민 입장에선 먼 훗날 이야기처럼 잘 와닿지 않는 게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책임 있는 정치라면 지금 당장 일어나는 부정의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할지, 현실을 어떻게 바꿔낼 것인지를 충분히 보여주면서 군대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을 이야기하는 게 맞다. (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여성 징병제나 군 가산점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사실 표를 얻기 위한 행위이지, 책임있는 정치적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이: 페이스북 논객들이나 할 소리를 국회의원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논산 훈련소에서 (장병을) 일주일 동안 샤워도 안 시켜서 난리 났는데 이럴 때마다 결국 누가 처벌받았다는 건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군대에서 뭉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20대 남성들의 분노를 잠재우려면 이런 부조리함부터 없애야 한다. 외부 감사를 도입해 국방 비리 같은 걸 제대로 밝혀내는 게 선행돼야 한다.
Q. 정치권에서 '가상화폐'를 두고 말이 많다. 정의당은 정부가 나서서 규제해야 한다는 쪽 아닌가.
강: 개인적으로 코인 시장이 지금 완전 투기적 성격이 됐다고 본다. 정부가 코인 시장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고 방치해서 시장이 거대한 카지노처럼 된 상황은 현 정부 잘못이다. 이제라도 가상화폐 중개소에 대한 규제와 과세를 해야 한다. 코인 존재 자체에 대해선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에 동의한다. 코인은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기초자산이 없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아무도 코인을 하지 않는 상황이고, 화폐로서 기능하기에도 안전성이 떨어진다. 가상화폐 투자자가 5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단칼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코인 투기 자체가 유지되거나 증폭되는 방식으로의 정책은 추진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또 코인이 아닌 자산 증식 수단이나 계층 사다리를 마련해 청년들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이: 금지까지는 아니어도 매우 엄하게 다뤄야 한다. 코인은 기술도 아닌 경제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반대하는 분들이 코인 규제하면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막는다고 하는데 솔직히 코인 투자하는 사람 중에 누가 블록체인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하나. 다들 자산이 두 배, 세 배 된다고 하니까 하고 있는 거다. 분명히 투기적 성격이 강해서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지금까지 정부 여당은 이슈를 따라가기만 하고 의제를 준비하지 못해 새 기술이 나왔을 때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카카오 카풀이나 타다 금지법 등도 그렇다. 그래서 앞으로 예상되는 미래들, 드론이나 무인차 등에 대해서도 지금이라도 정치권 단위에서 깊이 논의해야 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김: 개인적으로 지금 2030이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에 왜 분노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사회생활 하는 제 친구들이 대리 정도인데 한 달에 200만 원을 저축하면 많이 하는 거다. 이 돈 가지고는 우리가 집을 살 수 없는 구조다. 정부가 부동산 집값 등을 다 올려놓아서 젊은 세대가 재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수단은 가상화폐만 남았다고 생각해 투자하는 거다. 기성세대는 부동산을 사놓고 다 자산을 증식했으면서, 2030이 가상화폐로 몰릴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 이제 와 과세하겠다니 여기에 대한 분노가 심하다고 본다. 근본적인 책임에 대해 정부가 반성하고 젊은 층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
강: 국가는 어떤 위험한 것들로부터 시민들을 차단할 의무가 있다. 마약이나 도박을 금지하는 것처럼. 당장 주변만 살펴봐도 코인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고 삶이 피폐해진 청년들이 있다. 코인 시장이 그런 (위험) 수준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방치해온 데 대해 정부가 시민에 먼저 사과하고, 강력한 규제와 과세를 도입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청년 분노의 이면에는 돈이 돈을 버는 시대에 대한 분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로소득을 억제하는 쪽으로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강: 최근 트위터에서 "나는 코인도 주식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일하면서 (월급으로만) 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라는 글이 공유가 많이 됐다. 사실 모든 사람이 다 바랄 거다.
김: 부모님 잘 만나 신혼 시작할 때 서울에 아파트 하나 받아서 시작하는 친구들과 경제력이 부족해 빌라에서 월세로 시작하는 부부의 차이는 평생 따라갈 수 없다. 정부가 이렇게 방치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Q. 결국 청년 이슈들이 제도 정치권에 전달이 잘 안 된 게 문제 같다. 21대 국회는 20대 때와 변했다고 보나.
이: 비교 대상을 20대 국회로 삼기엔 20대 국회가 너무 형편없었다(웃음). 21대 국회에서 13명이 입성했다. 하지만 청년 국회의원이 열 명, 스무 명 늘어난다고 한들 이들이 당 말을 잘 듣고 기성 정치인들을 따라다녀서 공천받은 분들이라면 청년들이 크게 변화를 체감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정치 분야에 일하는 청년들, 국회 보좌진이나 당직자가 많아져 이들이 자기 자리에서 제 목소리를 낼 때 진정 청년들에게 도움 되는 정책들이 나올 거라고 본다. 물론 21대 국회는 나름 의미 있는 행보는 있다고 생각한다.
김: 20대에 비해 청년 정치인이 많이 배출됐다고 해도 (변화가 없다는 게) 좀 안타깝다. 결국 청년 정치와 기성 정치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청년 정치인 행태를 보면 여당의 모 의원은 기성 정치와 다를 게 없다. 청년이라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기득권 정치, 진영 논리에 매몰된 게 안타깝고 아쉽다.
강: 13명이라고 해도 사실 전체 국회의원의 4%다. 국회라는 게 국민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하는데 세대 형평성은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다. 나이가 청년이라고 해서 기득권에서 자유롭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산업화, 민주화 세대가 가지고 있던 진영 논리나 세상을 보는 관점으로부터 자유로운 세대들의 감각은 지금 조금씩 터져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각 당에서 새로운 세대의 저항이랄까, 권력 투쟁의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당 내에서 이렇게 역동성이 있고 논쟁이 있다는 건 우리 정치에 좋은 신호라고 본다.
Q. 선배 청년 정치인 중에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싶은 분이 있다면?
김: 2030은 아니지만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을 꼽는다. 현실 정치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진영 논리에서 끝까지 프레임 싸움으로 가게 되는데, 청년 정치인이라면 가끔 통합적인 목소리도 내고 협치할 땐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 전 의원은 제가 생각하는 청년 정치인에 많이 부합하지 않았나 싶다.
Q.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와 무엇이 다를까.
강: 자기 기반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젊은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기반이 산업화, 민주화 세대와 연결돼 있으면 (자기 뜻대로) 못 움직인다. 청년 정치인은 상대적으로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기반을 가지거나, 기반 없이 시작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경향적으로 자유롭다. (청년) 전부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젊은 사람들이 정치할 때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선거를 치를 때마다 단체나 노조 등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갈수록 이해관계가 엮일 수밖에 없더라. 아무래도 새로 등장한 사람들은 그런 이해관계에서 더 자유롭고 조금 더 개혁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변하는 시대에 빨리 적응하는 건 아무래도 젊은 층 아닌가 싶다. 예컨대 드론이나 타다, 전동 킥보드 이런 이슈들은 기성 정치인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접하고 있어서 이런 의제에 강점이 있다.
Q. 청년 정치인으로 활동할 때 애로사항은?
이: 지난 선거 때 많이 느꼈는데 정치라는 게 결국 어느 세력에 편입돼서 누구 줄을 타느냐가 모든 실력 여하를 뛰어넘을 만큼 결정적인 것 같더라. 기업 입사든 대학입학은 어느 정도 실력과 노력이 비례하는 측면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실력과 노력 이상으로 운이나 계파가 중요하고, 청년 정치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운으로 선거의 당락이나 정치활동이 좌우되는 걸 깨기 위해 노력과 실력이 많이 반영되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정당 당직자, 의원실 채용을 투명화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경험과 실력을 쌓고 조금씩 커가야 하는데 그런 기반이 전혀 없다. 의원 개인 인연에 따라 채용하다 보니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인재들이 (정치권에) 오기를 꺼린다.
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어른들이 항상 '줄 잘 서야지' 말씀하신다. 정치권에 들어와 제일 안타까웠던 게 사람들이 제 말은 궁금해하지 않고 '너 어디 계파야?', '누구랑 친해?' 이런 것만 물어보고 그걸로 제 생각을 단정 짓는다. 젊은세대에선 이런 걸 타파해야 하지 않나 싶다.
강: 당내 권력에 편승하거나 정파, 계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당적 시스템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어떻게 만들 건지가 중요하다. 또 바깥 청년에게도 언제든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기성세대가 청년 정치인을 낙점해서 영입하거나 또는 발탁해 어떤 자리에 앉혀주지 않으면 청년이 권한을 가지는 자리에 올라가기 힘든 건 어느 정당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Q. 각 정당의 청년 정책이나 시스템을 평가한다면?
이: 지난 6일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간담회를 했는데 이렇게 간담회를 한두 번해서 청년 의견을 수렴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당 안에서 꾸준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솔직히 간담회에서 자당 소속 대학생위원회 친구들을 앉혀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일반 청년들 의견을 수용하는 건 정치권 일자리 문제와도 연결돼 중요하다. 평범한 청년들이 (정치권에 와서) 일하면서 의견도 제시하고 기획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정치에 관심 있는 속된 말로 '정치 덕후'들만 모여 당에서 목소리 내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의견 수렴은 조직 내 직원들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
김: 정치권은 표에 민감하다. 보수정당이라고 불렸던 정당들이 그동안 2030에 소홀했던 이유는 사실 표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 보수정당 지지층은 60대 이상이고 이분들 투표율이 높다 보니 정책 중요도도 이들 쪽에 편중돼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2030이 투표율도 높고, 뭉치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정치권이 이제는 2030에 집중할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도 이번 선거 기간 유세차량에 젊은 친구들을 많이 올렸는데, 정치인들은 내려가고 젊은세대 목소리를 듣고 언론 매체를 통해 공론화되고 전달될 수 있었던 과정들이 신선했다. 앞으로 이런 게 일회성으로 끝날 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자리 잡아서 (청년) 목소리를 더 경청할 필요가 있다.
강: 정의당은 청년 정의당을 만들면서 목표했던 게 당내에서의 성장 시스템을 마련하고, 당내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구애받지 않고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공식적인 통로를 마련하는 것 두 가지였는데, 이런 시도를 통해 앞으로 많은 변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의당은 청년당을 만들어 예산도 독자적으로 할당하고 인사권 및 사업집행 권한도 독립적으로 보장하면서 당론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당규상으로도 명시하고 있어 권한 측면에서 과감하게 보장해놓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청년당에도 비슷한 권한이 있을 거다. 이처럼 각 정당이 도입한 청년당이라는 실험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보게 될지 많이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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