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행위 엄벌부터"…제도 개선은 안갯속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년 간 손 놓고 있던 암호화폐(가상화폐) 대책 논의에 나섰다. 부동산 대책에 이어 2030 세대 민심 이탈 조짐이 일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전담 논의 주체를 어디로 할지부터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불법 행위 엄벌을 우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반면, 일각에선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를 두고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가상통화 거래소 대거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뒤 2030 민심이 폭발하자 대응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장 대응 주체를 어디로 할지부터 목소리가 엇갈린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후 "가상화폐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고, 청년들과 소통 속에 함께 풀어가는 대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전날(25일)까지도 가상화폐 정책을 전담하는 별도 기구를 당내에 설치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부터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이날 부동산 정책 관련 당정 협의 후 "이야기가 있던 것은 알지만 정확히 어떻게 결론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건 아니고 당 정책위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회의를) 공개적으로 하기보다 비공개로 할 가능성이 높다. 워낙 개개인의 투자 수익과도 관련 있는 부분이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 차원의 대응으로 불법행위 차단 등 원론적인 방침을 강조했다. 홍 위의장은 "가상자산 시장은 글로벌화 돼 있어서 다른 나라들의 제도개선 (상황) 등을 보면서 할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경찰 쪽에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는 불법행위를 조사한 뒤 차단해서 손실이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주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내년부터 부과할 가상화폐 과세 유예나 제도 개선 등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가상화폐 시장 특성상 정부가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홍 위의장은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나라들과 보조를 맞추며 해야지, 우리 혼자 (가상화폐 시장을) 육성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상화폐 거래는 한국에서 이뤄져도 우리 법이 미칠 수 있는 범위가 아니기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안인만큼 당권주자들도 신중한 모습이다.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후보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가상화폐 대책 관련해선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날 출근길에서 "우리 정부 초기에 가상화폐 문제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쉽게 답변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당 내부에서는 가상화폐 제도화를 추진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관련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투자자 피해를 막거나 과세할 법적 근거가 없어 유사한 문제제기는 반복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경고성 메시지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보다, 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정책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재 의원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입장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며 "다른 나라는 다 제도를 만들어서 정착시키려고 하는데 우리도 시장이 형성되고 2030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빨리 보호를 하려면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업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업권법은 영업·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근거가 되는 법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한국블록체인협회와 공동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가상자산 시장을 잘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에는 차이가 없으나, 법적·제도적 틀을 갖추지 못하다보니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업권법 공론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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