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했으면 좋았을텐데…여당 자중해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변은 없었다. 21대 총선에서 '180석' 압승했던 더불어민주당이 1년 만에 서울과 부산 두 곳을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2016년 총선 이후 전국 단위 선거 5연승 고지가 막혔다. 야권의 '정책심판론'에 민심이 호응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국정운영 동력은 꺾일 전망이다. 특히 재보궐 선거를 위해 당헌 개정과 공천 과정을 이끌었던 '대권주자'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거센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일인 7일 오전 이 위원장은 "저희가 국민 여러분께 드린 모든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겠다. 저희는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기다리겠다"고 호소했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두 전직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원인을 제공했다. 이에 당 일각에선 무공천론도 제기됐지만 당 대표에 취임한 이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소속 단체장의 중대 비위의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을 주도해 후보를 냈다.
이후 대권 도전을 위해 지난 3월 당대표에 물러나서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선거 유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대표직을 내놓기 직전 "후보보다 더 열심히 뛰겠다"던 다짐 그대로였다.
하지만 선거 결과, 서울과 부산 두 곳을 모두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대권주자로서 이 위원장의 입지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 위원장은 올해 초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가 최근 10%대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재보선으로 지지율 반등 기회를 노리려 했던 이 위원장으로선 원치 않았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상황이다. 이 위원장을 지탱하고 있는 '호남 대망론'의 대상이 정세균 국무총리 등에게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번 선거로 '친문' 주축의 민주당 내 정치지형이 크게 변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이 위원장이) 본인이 당 대표 시절에 당헌 당규를 바꾸고 공천도 진행했으니 대선주자들 중 이번 선거결과에 가장 큰 책임 문제가 따를 것"이라며 "입지가 줄어들면 그만큼 누군가 가져가게 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져갈지, 정세균 총리가 가져갈지 제3후보 쪽으로 갈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오는 5월 차기 당 대표를 뽑을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도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로 현 정권과 친문에 대한 반대 정서가 강하다는 여론을 확인한 만큼 당내에서 친문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친문 진영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등 조기 대선 준비 체제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21대 총선 압승 후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당내 분열을 경계했던 이해찬 전 대표의 말이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단독 과반을 확보했지만 당내 균열이 커지면서 순식간에 추락하고 말았다.
내부에선 벌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더팩트>에 "잘 돌파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 위원장이 안타깝다"며 "(선거 결과는) 정권심판론이 먹혔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리 당에 정말 큰 영향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대표를 지낸 이 위원장이나 현 당 지도부, 정부 여당은 정말 자중하고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또 친문에 대한 비판이라고 봐야 한다"며 "요즘 갑자기 (당내에서) 비대위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 반대한다. 서울, 부산 시장 선거도 우리가 출마시키려고 당헌 당규를 바꿨다. 이런 것들 때문에 '공정'에 대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그러니 정국이 요동치겠지만, 그동안 잘못들을 점검해서 원칙 있게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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