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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독배'든 민주당… '샤이 진보'도 없었다

  • 정치 | 2021-04-07 23:5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궐 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확인 후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궐 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확인 후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새롬 기자

與, 서울·부산 참패 확실시…민심 '분노' 표출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던 지난해 4·13 총선 이후 1년 만에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4·7 재·보궐 선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참패할 것으로 예측됐다. 접전을 예상했던 민주당의 판단과 크게 빗겨간 전망이 나온 것이다. 민심은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심으로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오후 8시 15분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서울·부산시장 선거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에 크게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59%로 37.7% 득표가 예상되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득표율 격차는 21.3%포인트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 격차는 더 크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64%를 획득해 33%에 그친 김영춘 후보를 무려 31%포인트 격차로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두 후보의 격차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날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이 출구조사에는 본투표만 반영돼 지난 2~3일 실시된 사전투표 결과(20.54%)는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득표율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전투표를 고려해도 당락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3% 포인트 내외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3%포인트 내외의 박빙 승부"를 예상하면서 "(민주당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이 진보' 지지층 결집을 기대했으나, 접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실제 개표 결과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두 군데 모두 완패한다면, 두고두고 '부동산'이 아쉬울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전부터 민주당의 최대 고민은 부동산 문제였다.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야기해 국민의 불만이 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일인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당사로 이동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일인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당사로 이동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정부를 향한 국민의 불신이 강한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일부 LH 직원들이 업무상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한 의혹은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했고,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정부·여당을 향했다. 민주당은 공직자 투기 방지 법안 처리 등 사태 수습에 총력을 쏟았으나, 백약이 무효했다.

게다가 공식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부동산 관련 논란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이 전·월세상한제 도입 직전 본인 소유의 아파트 임대료를 대폭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야당 '정권 심판론' 공세가 먹힐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흘렀다.

진보 성향이 강한 20·30 청년층의 이탈도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용 한파로 청년들의 위기감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과 LH 사태의 불공정까지 더해졌다. 민주당은 청년들이 분노하는 본질을 꿰뚫지 못했다. 명확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반감을 키웠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18·19세, 20대) 남성 72.5%가 오 후보를 찍었다. 압도적이다. 20대 남성이 현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대(오세훈 55.3%, 박영선 34.1%)와 30대(오세훈 56.5%, 박영선 38.7%) 젊은층 모두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보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선거가 치러졌다는 점도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젠더 문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더해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 2차 가해 논란이 민주당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민주당은 10년 만에 서울시장을 야당에 내주게 될 처지에 놓였다. 선거 막판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과 관련해 공세 수위를 높였으나, 막판 뒤집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오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측량 현장 방문을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생태탕 주인의 증언은 신빙성이 부족했고, 결국 중도층 표심을 흡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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