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세계 11위 수준의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국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출을 통한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친환경차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도 충전시간 단축과 이동 거리를 늘리는 등 해마다 발전된 친환경차를 양산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국회는 법안 마련에도 나선 상황이다. 친환경차의 보급률이 빨라지는 현재 21대 국회의원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더팩트>는 국회의원 300명의 자동차 종류와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카니발 167명…대다수 국회의원, 내연기관 차량 사용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공기 중 자욱한 미세먼지는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정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기오염도를 낮추기 위한 대응 방법으로 '그린모빌리티'를 하나의 정책으로 삼고 있다. 특히 대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제 혜택은 물론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원금을 주며 친환경차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입법부인 국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우선 국회는 친환경차 관련 법안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법률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화물차와 대중교통 차량 등 수소 자동차 활성화를 위해 수소 연료에 대한 보조급 지급 근거가 신설됐다.
국가의 책임 강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은 국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0'으로 하기 위해 내연기관을 원동기로 하는 자동차 판매를 종식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국내 자동차 산업을 친환경 미래차 생태계로 빠르게 전환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친환경차를 2025년까지 283만대, 2030년까지 785만대를 보급해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4% 감축, 탄소중립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결을 같이 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저감과 친환경차 보급에 대한 의지를 보인 21대 국회의원들은 과연 어떤 차를 이용하고 있을까. <더팩트>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국회의원 개별 등록차량 정보'와 각 의원실에 문의해 얻은 답변을 종합하면, 대다수 의원이 내연기관 차량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이용 차량 종류는 국산 미니밴인 기아 '카니발'이 167대로 가장 많았다. 미등록 1인을 제외한 299대의 국회 등록 차량 가운데 55.8%의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라인업은 모두 47대로 뒤를 이었다. 세부적으로 △G80 26대 △G90 9대 △GV80 6대 △EQ900·제네시스 각 2대 △G70·GV70이 각 1대씩이다. 이들 모델은 전체 비율 중 71.5%에 해당한다.
그 외 △K7 10대 △펠리세이드 7대 △K9 6대 △에쿠스·체어맨W 각 3대 △싼타페·쏘렌토·쏘나타·모하비·SM6는 각각 2대씩이다. △투싼·코란도 투리스모·G4렉스턴·SM7·SM520은 각 1대로 조사됐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경차(스파크)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체로 중대형급 내연기관차인 세단과 밴, SUV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얼까. 여당 의원실 보좌관 A 씨"일정을 소화할 때 수행 인원이 많을 때가 있다. 시간이 촉박할 때는 차 안에서도 회의를 지속할 때가 있다"면서 "안정성과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실 보좌관 B 씨는 "이동하는 사무실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충전소 인프라 등 제반 여건과 충전 시간 등 친환경차 이용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여당 호남지역 의원실 C 비서관은 "지방에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충전소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기차 충전 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등 아직은 어려움이 있다. 당장 국회의원들이 친환경차를 타지 않는다고 해서 비판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친환경차 등록률은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친환경차는 최근 3년 동안 △2018년 46만 대 △2019년 60만 대 △2020년 82만 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국민의 높은 관심에 따라 전기차(13만4962대)는 2019년 대비 50%, 하이브리드차(67만4461대)는 33%, 수소차(1만906대)는 11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국회가 현 상황을 '기후위기'로 엄중히 인식하고, 기후위기의 적극적 해결을 위하여 현 상황이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선언한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는 지적적이 제기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정부에 촉구했던 정치권의 솔선수범의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민에게 친환경차 사용을 권장하고 장려하는 것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캠페이너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타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말들이 많지만, 전기차 충전 문제나 주행가능 거리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매일 서울과 부산을 오가지 않는 한 충분히 친환경차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대다수 의원이 에너지효율이 떨어지고 배기가스가 많이 나오는 대형 승합차를 선호하는 문화를 지적했다.
이어 "주차 수용이 많은 회사나 주거공간, 고속도로 휴게소 등 곳곳에 충전기 설치를 늘리는 것은 중요한 입법 사항"이라면서 "단순히 환경뿐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전기차 전환은 서둘러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경유차뿐 아니라 휘발유나 LPG(액화석유가스) 차량을 포함한 내연기관 차량은 대기오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를 오염시키고 인체에 유해한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x), 알데히드, 입자상 물질(PM) 등이 배기가스에 다량 포함된다고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단 내연기관차는 가스를 뿜어낸다. 순서를 따지면 경유, 휘발유, LPG 순으로 심하다"며 "특히 경유차는 노후화되면 배기처리정치 기능이 많이 떨어지기에 매연이나 질소산화물 등을 더 많이 뿜어내는 문제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경유차가 매연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차는 맞다"면서 "차는 시간이 지나면 부품 등이 마모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어떤 연료를 쓰든) 차는 오래 탈수록 성능과 연비, 출력이 떨어지고 배출되는 가스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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