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박원순 소환', 노영민 '부동산 남 탓'에 우려 목소리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정권 1·2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발언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실익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기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2014년 6월~2015년 12월)했던 임 전 실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라며 "호텔 밥 먹지 않고 날 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였다"고 추억했다.
이어 "운전을 하다 보면 자주 박원순을 만난다. 유난히 많아진 어린이 보호 구역과 속도 제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제한 속도 50에 적응하지 못해 수시로 울리는 경고음을 들을 때마다 박원순의 목소리를 듣는다"라며 "인사동을 걸을 때, 연대 앞과 연남동을 지날 때, 널찍해진 덕수궁 앞 인도를 지나 서울 광장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을 볼 때, 광장 확장 공사로 불편해진 광화문을 지날 때도 주행보다 보행을 강조하던 박원순을 생각한다"고 했다.
◆임종석, '박원순 업적' 재평가 요구
또한 임 전 실장은 "완전한 참여와 자치의 공간으로 변모한 주민센터, 여기저기 숨 쉬는 마을 공동체, 생활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꾼 찾아가는 동사무소에서도 '박원순의 향기'를 느끼고, 서울을 문화와 역사가 살아있는 국제관광 도시로, 세계 최고의 마이스 산업 도시로 만들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서울시 행정을 전파하려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리더들과 열띠게 토론하던 그의 모습도 그립다"고 했다.
특히 그는 "딱딱한 행정에 사람의 온기와 숨결을 채우려 무던히 애쓰던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라며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숲 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 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 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박 전 시장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후보 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보궐선거 결정된 상황에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박 전 시장을 사실상 선거에 끌어들인 것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참담하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박원순 계승 발언을 잇는 찬양, (임 전 실장의) 두둔 발언은 성폭력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라며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임종석 씨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어떤 이유로 치러지는지 모르지 않을 터인데,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놓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매우 악의적이기까지 하다. 임종석 씨 참으로 '몹쓸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박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들이 잇따라 고 박원순 시장 사건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도, 여전히 그에 대한 찬양과 두둔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민주당은 2차 가해가 선거전략인가. 지속적인 2차 가해는 범죄다. 민주당 지도부와 박 후보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면 즉각 임종석 씨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24일 논평을 통해 "임 전 실장이 용산공원 의자에 '박원순'이라는 이름 석 자를 새기고 싶다고 했는데,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치가 떨리는 언행이요, 만행에 가깝다"라며 "민주당은 박 후보만으로는 어려우니 박원순 후보로 선거를 치르려는 것인가. 결국 586의 낡은 감성과 의리 코스프레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왜 민주당이 서울에서 심판받아야 하는지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는 페이스북에 임 전 실장을 겨냥해 "민주당 사람들이 박영선이 시장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선거 프레임을 '박원순 복권'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니"라면서 "(임 전 실장은) 낙선호소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임 전 실장은 24일에도 재차 페이스북을 통해 2000년대 들어 서울시장을 역임했던 인사들과 재임기간 등을 소개한 뒤 "대체로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에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었다면 박원순 시장 시절엔 안전과 복지가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뉴타운 개발과 도심 초고층화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토목 행정은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의 상징이다. 거기에 20개가 넘는 자율형사립고를 허가해 일반고를 무력화하고 고교교육의 서열화를 악화시킨 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또한 그는 박 전 시장의 행정과 관련해 "시장의 질서나 기업의 효율 등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박 시장의 당선은 서울시민들의 생각이 변했다는 방증이었다"라며 "'더디 가도 사람 생각하자' 안전한 서울, 깨끗한 서울, 걷기 좋은 서울이 시민의 새로운 요구였고, 박 시장은 그런 요구에 순응했다"고 그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임 전 실장이 야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박 전 시장을 소환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요구로 '피해호소인'이라 표현했던 3인방(고민정·남인순·진선미)이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물러나면서 가까스로 2차 가해 논란을 진정시킨 상황에서 또다시 같은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복지 정책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시장이) 청렴한 시장이라는 부분을 말씀하시기 위해서 (임 전 실장이 발언)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피해 여성과 관련된 부분에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라며 "하고 싶은 말씀이 많이 있을 줄 알지만, 좀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임 전 실장이 그런 말을 한 것은) 무슨 안타까움이 있었겠지만, 이 국면에서는 후보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며 "신중했으면 한다"고 임 전 실장의 자제를 요구했다.
◆'박영선 도우미' 자처한 노영민, 악재는 남 탓 돌리기
청와대를 나와 야인으로 지내던 노 전 실장은 최근 박 후보 지원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내놓는 메시지와 행동이 정작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계기가 된 전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공공기관,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핵심 쟁점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0~21일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83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2.4%가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노 전 실장은 지난 22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LH 사태와 관련해 "LH 직원 비리 문제에 대해선 당연히 정권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라면서도 "뿌리는 문재인 정부를 넘어서는 것 아닌가"라고 전임 정부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문재인 정권 부동산 정책 실패와 관련해선 "공급 정책은 적어도 5년을 준비해야 하는데 노무현 정부 때 아파트값이 올랐고, 공급 정책을 세게 준비한 것이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가서 당시 부동산값이 상당히 내려갔다"라며 "지금 공급 문제는 사실은 5년 전 (박근혜 정부) 정책의 결과"라고 책임을 돌렸다.
이와 함께 노 전 실장은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불리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과 관련해 "바닥 민심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다"라며 "지금 바닥 민심은 박영선이 낫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선거 초반 지지도와 무관하게 호감도가 떨어지는 후보는 지지도가 빠진다. 반면 현재 지지도보다 호감도가 높은 후보는 향후 지지도가 높아진다"고 다소 앞서나간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YTN·TBS 의뢰로 지난 22~23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42명에게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로 야권에서 후보가 출마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48.9%는 오 후보 29.2%는 박 후보를 선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9.7%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넘어섰다.
특히 노 전 실장은 지난 24일 이장섭 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 10여 명 이상과 박 후보 지지 행사 전 카페에서 모임을 가질 때 5인 이상 모임금지 방역수칙을 위한 사실이 <더팩트>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사실이 보도된 이후 방역수칙 위반 민원이 접수돼 관할 지자체인 영등포구청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민들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해온 정부·여당 인사들이 자신들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내로남불 비판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옛 청와대 2인자들의 박 후보 지원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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