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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LH 사태' 적폐 몰이…문제만 생기면 '전 정부' 탓

  • 정치 | 2021-03-25 00:00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LH발 땅 투기 사건을 '부동산 적폐'로 규정하고, 적폐 청산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LH발 땅 투기 사건을 '부동산 적폐'로 규정하고, 적폐 청산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경제, 부동산 이어 투기 적폐 몰이 가속화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정부로서는 매우 면목 없는 일이 되었지만, 우리 사회가 부동산 불법 투기 근절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자라온 부동산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입니다."(문재인 대통령 22일 수석·보좌관회의 발언)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적폐 몰이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공기관 직원,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나날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권을 향한 책임론 화살을 또다시 전 정권 탓으로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LH 임직원 10여 명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현 정부 들어 폭등한 부동산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잃어버린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여론에 놀란 정부와 지자체의 조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중심이 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내사·수사 중인 건수는 22일 기준 61건·309명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 19일 정부 합동조사단이 수사를 의뢰한 지자체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23명, 대통령경호처 직원 1명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부터 이번 사태와 관련한 첫 지시로 총리실 지휘 아래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LH·관계 공공기관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토지거래를 전수조사하고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를 하며, 신규 택지 개발 관련 투기 의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 마련을 신속히 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2일 민변과 참여연대 폭로로 제기된 LH발 공공기관,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나날이 확산하면서 22일 내사·수사 대상이 309명으로 늘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 /이새롬 기자
지난 2일 민변과 참여연대 폭로로 제기된 LH발 공공기관,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나날이 확산하면서 22일 내사·수사 대상이 309명으로 늘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 /이새롬 기자

다음 날 나온 2차 지시는 뉘앙스가 조금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4일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서 발본색원하라"고 추가로 지시했다. 전 정부에선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보라고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9일 3차 지시로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라며 "2·4 부동산 대책의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하고, 공급 대책은 오히려 더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3기 신도시 폐지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면돌파를 예고한 것이다.

'부동산 적폐'라는 용어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분노를 직시해 이번 일을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의 공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 16일 국무회의,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거듭 부동산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3기 신도시 계획은 2018년 12월 발표됐다. 국민들이 이번 사태에 분노하는 것은 '공정'을 강조한 현 정부의 공공기관, 공무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로 수익 실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뜬금없이 전 정부에서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과 함께 과거의 일도 들춰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번에 투기한 LH 직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근무하던 간부들이고, 현 정부에서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은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론까지 나왔다.

돌이켜보면 문재인 정권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려 시도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당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에서 서울 아파트값 폭등과 관련한 야당 의원 질의에 "지난 정권에서는 안 올랐습니까. 박근혜 정부 때, MB(이명박) 정부 때는 안 올랐습니다. 제 (반포) 아파트는 MB 때도 올랐습니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 누리집에 노 실장이 당시 보유했던 반포 아파트값은 MB 정부에서 1.3% 감소했고, 박근혜 정부에선 62.2% 문재인 정부에선 78.7% 올랐다. 사실과 다른 주장까지 펼치면서 급등한 아파트값 문제를 전 정권 탓으로 돌리려 한 것이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도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6월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아파트값 상승과 관련해 "저희(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가 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과 관련한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받았기 때문에 자금이 부동산에 다 몰리는 시점이었다"라며 전 정부 탓을 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현 정부 들어 아파트값이 폭등한 것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리려다 역풍을 맞기도 했다. /남윤호·이새롬 기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현 정부 들어 아파트값이 폭등한 것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리려다 역풍을 맞기도 했다. /남윤호·이새롬 기자

지난 총선에서 범여권 후보들은 경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야권 후보들의 공격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며 전 정부 탓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LH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 투기라는 문제도 있지만, 더 깊은 곳에는 공정이라는 문제가 있다"라며 "공정이 가장 불거진 건 문재인 정권 들어서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단일팀 구성부터 공정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해 인천국제공항 채용 문제 등을 통해 공정 문제가 누적돼 온 것이 LH 투기로 폭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이어 "문제가 터지고, 현 정권에 불리하게 사태가 전개되면 꼭 과거 정권 얘기를 꺼내는 것을 국민이 쉽게 납득할 것 같지 않다"라며 "본질은 누적된 공정의 문제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겸허하게 반성부터 해야 하는데 자꾸 옛날 이야기를 꺼내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을 국민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최근) 지지율이 자꾸 더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15~19일 여론조사를 실시해 22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주 연속 하락하면서 최저치 기록을 경신한 34.1%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62.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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