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은 민심을 잡기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후보들은 한 표를 위해 전통시장부터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향한다. 후보들이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후보와 마주한 시민은 억지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렇게 밀물처럼 왔다 썰물처럼 빠지기 일쑤다. 선거운동의 기본 패턴이다. <더팩트>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정국에서 각 후보들이 거쳐 간 장소를 다시 찾는 [후보의 맛]을 통해 '플레이팅(첫인상)', '레시피(정책능력, 숙련도)', '리오더(추가주문, A/S)' 등 음식 맛으로 진짜 민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정책 역량 기대감 있지만 '정권 심판론' 관건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마른하늘에 날벼락. 명망 있는 시민운동가 출신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이자 차기 유력 대선주자가 직원 성추행 건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온 국민이 충격에 사로잡혔다. 정치권은 더했다. 선거 시계가 1년 앞당겨졌다. 특히 여당은 '성추행'이라는 과오를 뒤집어쓰고 선거를 치르게 됐다. 여기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촉발한 정권 교체론까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런 가운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파란 운동화 끈을 꽉 조였다.
박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을 누르고, 범여권 단일후보로 확정돼 '첫 여성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그는 '서울시장 경선 삼수생'이다. 2011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무소속으로 나온 박원순 변호사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했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도 박 전 시장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셨다.
쉽지 않은 선거지만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한 점은 박 후보에게 긍정적이다. 서울 지역 국회의원 49명 가운데 41명, 서울시의회는 의원 109명 중 101명, 구청장은 25명 중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24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박 후보 캠프도 '대선급'이다. 상임선대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 노웅래, 김영주, 안규백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이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전임 장관들도 대거 합류했다.
선거에 뛰어들기 직전까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해 소상공인 등 서민경제와 친숙하다는 점도 그의 강점이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의혹을 파고, 재벌개혁을 주장해 '저승사자' '저격수'라고 불렸던 그는 2019년 4월 중기부 장관으로 부임한 뒤 '똑소리나는 일꾼' 이미지를 추가로 장착했다.
야권이 피 튀기는 후보 단일화를 진행하는 동안 박 후보는 일찌감치 본선 경쟁 채비를 마쳤다. '21분 콤팩트 도시'라는 핵심 공약을 내걸며 수직정원도시, 구독경제, 청년 출발자산제 등 세부 공약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팩트>는 박 후보와 직접 만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상인, 구독경제 플랫폼 기업 관계자, 서울 관광업계 관계자 등에게 그의 인상, 정책역량, 바라는 점 등을 물었다. 또 서울시 중에서도 중도 성향이 강한 곳에서 솔직한 바닥 민심을 청취했다.
◆ '깨끗함'과 '포스'가 무기..."어쩔 수 없는 세대 차이" 플레이팅 |★★★★☆
박 후보의 동료는 그를 '어미 사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의 캠프 대변인이었다가 최근 물러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에 대해 "그녀에게서 어미 사자의 모습을 봤다"고 했다. 장관으로서 자기 부처를 마냥 감싸지 않고 강하게 키웠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박 후보 공중파 기자 시절 동료가 쓴 저서 '박영선에 대하여'에서도 유명 역술인은 박 후보를 '수사자 관상'이라고 평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본인조차도 자신의 약점을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이미지라고 꼽았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굳이 변명하자면 일에 몰입하다 보면 옆 사람들한테 좀 신경을 그동안 좀 못 썼던 것 아닌가, 이런 반성도 하고 있다"며 "그래서 요즘은 '밥은 먹었냐'며 많이 챙긴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평가를 종합해 박 후보를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한약'이 아닐까. 한약은 맛도 쓰고 쉽게 다가가기 힘들지만 몸에 잘 맞으면 보약이 될 수 있다.
그를 직접 만난 이들도 박 후보의 '포스'가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김숙현 가락시장 조합장은 "이전부터 알았던 분이긴 한데 국회 법사위원장까지 한 분이라 카리스마가 넘친다. 이끌고 가는 지도력은 월등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대면 세탁 스타트업 기업 런드리고 관계자 A 씨는 "확실히 포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는 박 후보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정치하는 분들이 다 비슷한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제외하고 박 전 장관이 다른 정치인들보다는 스타트업 쪽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박 후보가 '공부를 많이 하고 계시구나'하는 인상을 받았다"며 "박 후보가 중기부 장관일 때부터 남편 분 셔츠 세탁을 런드리고에서 이용한다면서 런드리고를 공유경제 쪽으로 같이 하면 좋겠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런드리고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쪽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지난 19일 박 후보를 만났던 서울시 관광협회 박정록 상근부회장은 "일단 굉장히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어느 후보든 당연히 자신감은 있겠지만, 서울시정 관련된 부분에서 비교적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걸 보니 '숙달이 잘 된 분이구나' 생각했다. 아무튼 관광 부분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한솔 민달팽이유니온 이사장은 "대화하면서 느껴지는데 정책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인상이었다. 보통 여러 정치인들 보면 겉으로는 정책 좋다고 하지만 내용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는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서울시장이 워낙 많은 분야를 다뤄야 하는 자리라 주택정책은 특히 후보들이 완벽히 이해하는 경우가 드문데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노력한다는 인상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아쉬운 게 있었다면 어쩔 수 없이 약간 세대 차이에서 드러나는 감수성 같은 부분들이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예를 들면 (공식 회의 마치고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청년 시절 이야기를 할 때 '나 때는 말이야'까지는 아니었지만, 청년 시절 자기도 어떻게 살았었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쨌든 당연히 세대 간 대화 방식 같은 게 차인 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주변에 다양한 세대나 정책을 아우를 수 있는 당사자들이 같이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계를 보완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첫 여성 서울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가락동 시장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남성 B 씨는 "후보가 지나갈 때 인사만 했다. 좋게 생각한다. 처음으로 여성이 시장을 한다면 신선하기도 하고, 사업 추진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하면 더 꼼꼼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공중파 기자 출신이다. 1981년 아나운서로 입사해 1983년부터 기자로 활동했다. 2004년 언론 선배인 정동영 전 대표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공중파 방송 앵커 시절의 박 후보에 대한 잔상도 남아 있었다. 그는 "전에 뉴스 앵커를 해서 그런지 말할 때 보면 똑 부러지게 말을 잘한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중구 회현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박 후보가 한 길을 걸어왔으니까 이번에 또 시장으로 나오나 보다 생각한다. 이미지는 무난하다"며 "(박 전 시장 성추행 건은) 피해자 고통이 굉장힐 텐데 서민 입장에서 '정치가 저렇게밖에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다만 카리스마가 있거나 '나 포스 있는 여자야' 이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드러나지 않는 안정감도 중요하다"고 했다.
회현동 주민 50대 남성은 박 후보에 대해 "막연하긴 한데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흐린 물이 아니라 맑은 쪽으로 행동하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주위와 충돌도 많다는 이미지"라고 간결하게 말했다.
중기부 장관 시절 '일꾼' 이미지도 시민들에게 각인된 듯했다. 지난 18일 관악구 낙성대 공원을 찾은 박 후보와 인사했던 60대 여성 C 씨는 자신이 중도 성향임을 먼저 밝히면서 "사실 장관 시절에는 전혀 몰랐는데 요즘 코로나 주사기 이야기를 자꾸 이야기하니까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저 양반이 시장이 되면 일 열심히 하겠다,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LH사태에 대해선 "LH는 상관없다. 이번뿐만 아니고 (이전 정부 때도) 계속해왔을 것"이라며 야권 후보에 대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좋게 생각해왔는데 저렇게 내곡동 땅 문제가 나오니 아니다 싶더라.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 안 나왔으면 전혀 몰랐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돈에 대해선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세력이 너무 약하다"고 했다.
◆ '구독경제' 일단 긍정적...부동산 정책은 '애매모호' 레시피 |★★★☆☆
전직 중기부 장관답게 박 후보 공약에는 소상공인, 자영업 지원 관련된 내용이 촘촘하게 담겨 있다. 그 중 '소상공인 구독경제 도시'는 그의 2호 공약이다. 가정에서 우유나 신문을 월 단위로 정기 배달해 먹듯이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면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꽃, 반찬, 세탁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침체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한 자영업과 소상공인에게 안정적인 수익원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서울시에 구독경제추진단을 설치하고 소상공인들의 상품 개발 및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며 구독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비용들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당사자인 소상공인은 현실성이나 부작용이 있더라도 이 같은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숙현 가락시장 조합장은 "농수산물 유통 구조는 유통 단계를 줄여서 생산자에게는 제값을 받게 하고 소비자에게는 값싸고 품질 좋은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박 후보가 말한 구독경제도 그런 맥락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부작용도 있겠지만 그걸 감수하고라도 과감하게 개혁하고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끌고 가야 한다. 유통 단계를 축소해 유통인 마진을 줄이고 생산자의 판로에 힘쓰고 소비자들은 싱싱하고 좋은 물품을 구매해 식탁에 올라가게 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락시장 청과물 가게 사장 B 씨도 구독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풀랫폼이라는 게 판로가 생긴다는 거 아닌가. 그게 꼭 성공하리라고 볼 순 없다. 그렇지만 우리 입장에선 판로를 뚫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광고도 하고 여러 군데 계속 찔러보고 있는데 (구독경제도) 똑같은 거다. 하나의 판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대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박 후보는 국유지와 시유지에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평당 1000만 원대 '반값 아파트'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토지는 국가 또는 행정기관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무주택 서민이 살 수 있는 가격의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도심과 여의도, 용산, 강남 일부 지역에 대한 재개발이나 재건축에 대한 필요성도 역설하고 있어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한솔 민달팽이유니온 이사장은 "일단 박 후보 캠프에서 청년들이 코로나19 긴급대응할 수 있는 수당 측면, 가령 월세지원사업을 더 적극 지원해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부분은 환영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지금 LH 사태로 엄청 이슈인데 주거정책에서 공공성을 확보해나가는 정책들은 다듬어야 할 과제들이 있어 보였다. 사실 어떤 후보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낸 이들이 없다. 여론 눈치도 있으니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많은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공공주택을 얼마 공급하겠다고 했을 때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말뿐인) 공약으로 안 끝나려면 어떤 유형으로 공급할지 정해야 하고, 지분공여형이든 토지임대부든 공공기여 환수비율 등 공공성을 어떻게 환수할지도 논의돼야 한다. 또 임대주택과 자가소유들이 균형을 맞춰 공급돼야 하는데 박 후보 공약에서 이런 부분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논쟁을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 같다. 시장이 된다면 (계획이) 더 선명해져서 약속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 관광협회 박정록 상근부회장은 박 후보의 한발 빠른 추진력, 산업 이해도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협회는 여러 제안 사항들을 각 후보 측에 똑같은 내용으로 보냈는데 박 후보 측에서 제일 먼저 연락이 와서 간담회를 추진하게 됐다. 박 후보가 오늘(19일) 급하게 다녀갔다"며 "관광업계가 현재 거의 와해 단계에 있는데 서울관광 미래 구상 부분에 대해 우리가 몇 가지를 제안했다. 물론 곧바로 그 부분에 대해 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검토해서 캠프 내부에서 협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협회는 어떤 분이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서울관광 현주소와 실태를 명료하게 인식하고 있는 분이 되면 좋겠다는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아직 각 후보별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런 관점에서 박 후보가 제일 먼저 간담회에도 응하고 자료도 많이 준비해오고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고민도 많이 한 것 같았다. 나름대로 서울 관광의 미션을 잘 수행할 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박 후보는 해낼 수 있는 사람"...정책보다 '공정·정의' 가치 우선 리오더 |★★★★☆
박 후보는 민주당 첫 여성 정책위의장, 첫 여성 국회법사위원장, 원내대표 등을 지낸 4선 의원 출신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다. 의정활동 기간에도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왔다. 2005년 금산분리와 관련해 금융산업 구조개선법을 발의했고, 2015년 민주당 재벌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았으며, 20대 국회에선 대기업 계열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도 내면서 시중에 재계를 떨게 한다는 말이 돌았다. 이런 정치인생의 궤적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더팩트>가 만난 서울시민들은 박 후보에 대해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대가 컸다.
김숙현 가락시장 조합장은 박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가락동 도매시장 시설 현대화보다 이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저는 사실 최대 도매시장을 외곽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안 빼앗기려고 하고 경기도는 가져가려고 해서 줄다리기를 하다 보니 결국 가락시장을 시설 현대화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여기에다 돈을 쏟아붓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아예 더 큰 장소로 가야 한다. 현재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 연면적이 16만3000평인데 물류 이동량을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똑같은 수입상품 컨테이너가 인천이나 부산 세관에서 통과해서 오더라도 8톤 컨테이너 5대와 50톤 컨테이너 하나면 후자가 훨씬 물류비용이 저렴해진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후보는 (도매시장 활성화를) 정말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고 했다.
박 후보의 주요 공약인 '구독경제'에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기업이 구독서비스 시장을 선점하면 기존 전통 시장이 침체하거나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박 후보가 런드리고 관계자를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탁업계 관계자들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골목 세탁소를 살리기 위해 런드리고를 갔다고 하는데 제대로 간 것 맞나", "세상 물정 모른다" "답답하다. 선거사무실에 항의 글을 남기겠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한국세탁업중앙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구독경제가 시대의 흐름이니 그 자체를 잘못됐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기존 전통 골목상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기존 세탁업 하는 분들도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 우리도 고객이 동네 세탁소를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박 후보에게도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 후보는 다섯 번째 정책공약으로 청년창업·일자리전환을 제시할 만큼 청년층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20년 기준 서울시 선거권자인 만 18세~29세 연령층은 전체의 16.9%(163만8230명)이다. 이들의 선거 참여에 따라 투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이들이 반문 정서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입소스 조사(3월 5일 조사기간, 서울 유권자 1004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서 박영선 후보는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안철수 후보에게 20대(35.7% 대 42.9%), 30대(39.2% 대 44.3%) 오세훈 후보에게도 20대(36.6% 대 38.9%), 30대(42.7% 대 44.9%)에서 모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박 후보는 창업하기 좋고 일자리 많은 서울을 만들겠다며 ▲1조 원 규모의 서울시 대전환 펀드 조성 ▲스타트업 서울 21개 혁신 클러스터 구축 ▲서울형 디지털 화폐 KS-코인과 블록체인, 프로토콜 경제 허브 도시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한 서울시 창업·벤처 아카데미 운영 ▲KS-콜라보 글로벌 육성센터 등을 계획한다고 발표했다. 또 소득, 자산 등에 상관없이 19~29세 청년이라면 최대 5000만 원을 무이자로 대출한다는 '청년출발자산 제도'도 내놓았다. 혜택 받은 청년은 30세부터 10년간 원금만 갚게 된다.
회현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대학교 3학년 김 모 씨는 "보궐선거가 4월 7일에 있는 줄도 몰랐다.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있지 않다. 코로나 때문에 취업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취업 계획도 다 틀어졌는데 그게 가장 걱정"이라며 "보여주기식 말고 실제로 도움 되는 정책들을 내놓았으면 한다"고 했다.
청년 정책 외에도 박 후보의 핵심 공약인 '21분 콤팩트 도시' '수직정원도시' 등에 대해 <더팩트>가 취재한 서울 시민 다수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다만 LH 사태로 '공정과 정의'에 대한 기대는 높아진 듯했다. 낙성대 공원에서 만난 C 씨는 "21분 콤팩트 도시나 수직정원도시는 너무 황당하다"며 "지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저금하면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또 다른 사람들은 LH처럼 (이득을) 취하는 세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처음에는 좋았는데 이건 뭐 '그쪽에서 다 해 먹어?' 이런 생각이다. 여기도 못 믿겠고 저기도 못 믿겠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소시민으로서 그런 부조리하고 부당한 거 말고 조금이라도 잘하겠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겠다는 사람에게 한 표를 행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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