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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X맨' 김종인?…보선에 얽힌 당권 다툼

  • 정치 | 2021-03-19 00:00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책임론이 제기됐다. 1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는 김 위원장. /이새롬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책임론이 제기됐다. 1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는 김 위원장. /이새롬 기자

김무성·장제원 "김종인 망언 방치하면 당 망쳐"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협상이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일각에선 화살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돌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김 위원장이 떠난 후 벌어질 당권 경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전·현직 의원들이 일제히 단일화 책임론을 내놓고 있다. 18일 야권 인사들은 "단일화 걸림돌이 되어온 김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고 안철수-오세훈 두 후보는 직접 만나 단일화에 합의하라"고 요구했다.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의 공동대표인 김무성 전 의원과 폭정종식비상시국연대의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야권 인사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후보 단일화는 시대적 소명이다. 우리는 단일화가 무산된 데 심각한 분노를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19일 이후의 단일화 협상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두 야권 구성원들은 후보 단일화에 방해되는 어떤 상호비방과 인신공격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무성 전 의원과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왼쪽부터)는 김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김무성 전 의원과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왼쪽부터)는 김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김 전 의원은 "당장 만나서 두 후보가 결단을 내야 한다. 이걸로 다시 실무 협상을 한다는 건 또 다른 방해꾼이 등장해서 일을 그르치는 것이라 확신한다"며 "당장 두 후보가 만나 합의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실패하면 결국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 사퇴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단일화 처음부터 김 위원장의 언행이 방해했다"며 "야권 후보를 존중해야지 자기 당 후보 아니더라도 '정신 이상한 것 같다' 이렇게 후보를 비난하면 안 된다. 계속 방해할 것 같으면 그만두는 게 낫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제원 의원도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향해 '정신이 이상한듯 하다'고 공세한 것을 강력 비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아내 김미경 교수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에 '김종인 위원장 사모와 헷갈린 것 같다'고 말한 것을 두고 "그 사람 내가 볼 때 정신이 이상한듯 하다"고 비난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본인 정신이 이상해진 거 아닌가"라며 "단일화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향해 '정신이 이상하다'라는 막말을 했다"면서 "'떼쓴다' '세상 물정 모른다' 면서 안 후보를 어린애 취급하더니, 급기야 정신이 이상하다며 환자 취급까지 한다. 어린애와 뭐 하러 단일화를 합니까? 정신병이 의심되는 분과 왜 단일화를 하나?"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격했다.

그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서울시민들,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서울시민들을 적으로 돌려세우는 것이 선거에 어떤 도움이 되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피아 구분도 제대로 못 하는 정신을 가지고, 어떻게 선거를 이끌지 심히 걱정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단일화 협상 타결을 막고 있는 사람이 김 위원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망언과 단일화 방해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당을 망치고 선거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당 갈등으로 번질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5일 열린 4.7 보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서울동행 제1차 회의에 참석하는 김 위원장(오른쪽)과 오세훈 후보. /이새롬 기자
일각에선 김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당 갈등으로 번질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5일 열린 4.7 보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서울동행 제1차 회의에 참석하는 김 위원장(오른쪽)과 오세훈 후보. /이새롬 기자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이미 보궐선거 이후 거취를 밝힌 상황에도 당내 갈등을 일으킬 경우 오히려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안 후보가 김 위원장을 도발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도 왜 김 위원장 부인을 언급하나.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발을 하긴 안 후보도 한 거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지 않나"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내 분란이 그렇게 심하게 가진 않을 거다"라면서도 "단일화 전에 갈등이 더 커질 경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통화에서 "커지려면 갈등이 오래 가야 하는데, 투표 용지 인쇄까지 10일 정도 남지 않았나. 갈등이 진행되더라도 그 전에 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안 후보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필요 없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단일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하나의 제스쳐일 수도 있고, 단일화가 끝난 게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싸우다가 단일화가 되면 극적 효과가 더 올라간다. 여러가지 다목적의 포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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