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진선미·고민정 "피해 호소인" 3인방, 박영선 캠프 하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LH 사태에 이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슈 재점화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이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떠났지만, 여론은 여전히 책임 있는 조치를 다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재차 사과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1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다시 한번 당을 대표해 피해자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당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이후 당 지도부의 사과에 이은 것이다.
박 후보도 17일 페이스북에 피해자를 향해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며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저게 주십시오"라고 썼다.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박 후보의 말은 사실상 선거 캠프에 몸담은 세 의원과 함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한 민주당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에게 당 차원의 징계를 내려달라는 피해자의 요구에 김 직무대행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각각 박 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은 남 의원 진 의원, 대변인으로 활동한 고 의원은 18일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표하면서 선대위의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사과의 진정성을 더하는 한편 박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며 캠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전날(17일)에도 논평을 통해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면 함께하겠다는 말조차 조심스럽다"면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 거듭 사과한 것은 피해자가 사건 발생 이후 처음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박 후보의 진심 어린 사과를 재차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번번이 뒤늦은 민주당의 사과에 진정성 논란이 따라붙는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13일 강훈식 당시 수석대변인을 통해 공식 사과의 뜻을 표했지만, '대리 사과' 비판을 받았다. 이틀 뒤인 15일 이해찬 당시 대표가 공식 사과를 했지만,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일었다. 사실상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사과를 두고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피해자가 일상 회복을 못 하게끔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에 와서 이러한 사과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되물었다.
황 사무국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피해자가 돌아가야 하는 일터의 책임관리자가 된다는 것인데, 단순한 민주당의 사과가 과연 피해자의 일상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면서 "캠프 구성이라든지,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2차 가해에 대해서는 당이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시장의 성폭행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될 조짐을 보이는 만큼 민주당은 파장에 촉각을 세우며 책임 있는 자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권한대행은 민주당 소속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구성원들의 성인지감수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예고하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민주당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피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진보와 진화, 청년세대들에 대한 희망을 담보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오죽하면 선거를 앞두고 기자회견까지 열었겠냐는 측면을 고려해 당 지도부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믿을 수 있는 정치 세력의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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