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이후 '선거 비용·리더십·입당 조건' 놓고 공방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오늘이라도 입당하면 앞으로 이 어려운, 난관 많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약속 못할 합당하느니 입당이 좋을 것 같다."-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제 목적은 제가 후보가 되는 게 아니다. 제 목적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이기는 거다. 최대한 4번 지지자, 2번 지지자를 합쳐 이번에 이기자는 진심을 알아달라."-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단일화를 위한 첫 TV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제안한 '야권 단일화 후 국민의힘과 합당 추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오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합당의 어려움을 피력하면서 입당을 제안했고, 안 후보는 "2번 지지자와 4번 지지자를 합쳐야 한다"면서 자신이 후보가 안 되더라도 선대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KNK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 자유토론에서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면 우리 당과 공동선대위 출범을 약속했다. 그럼 그 선대위원장은 천상 김종인 위원장이 될 거다. 그런데 아침에 보니 김 위원장에 대해 '섭섭하다', '옹고집이다', '상왕이다' 등 여러 가지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표현을 쓰셨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조직과 자금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공동선대위가 원활하겠나. 그런 감정을 풀 복안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안 후보는 "지난 몇달 간 여러 가지를 김 위원장이 말했지만 거기에 대해서 어떤 험한 말도 하지 않았다. 워낙 연륜이 많아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어제 말씀은 자칫하면 단일화 시너지를 줄일 수있는 위험한 말씀이셨다. 앞으로 이런 말이 나오면 누가 단일 후보 되도 선거가 쉽지 않다는 판단 하에 말씀드린거고, 제가 단일후보가 되면 김 위원장님 찾아뵙고 도와 달라고 부탁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또 안 후보가 대표를 맡았던 당들을 언급하며 "안 후보가 정치를 시작하고 리더십에 대해 축소 지향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를 맡은 당 의석수가 줄어왔다. 그러면서 안 후보와 정치했던 분들이 주변을 떠나갔다. 그런 정치권 평가가 널리 퍼진 상태에서 정말 큰 야당을 만들겠다는 걸 보면서 지금 안 후보 미래 리더십이 어떻게 다르길래 큰 야권 가능하겠나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리더십을 어떻게 해서 2번 야당을 만들겠다 하는 건가"라고 짚었다.
안 후보는 "큰 당에 속해있었다면 편히 정치했을 거다. 떠나는 사람도 없었을 거다. 어려운 길을 걷다 보면 선거는 정기적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 제가 가는 길이 편하고 안락한 길이면 모르겠지만, 너무나 힘든 길이기 때문에 다른 당 가시는 분에 대해서 섭섭하기는 커녕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었다"며 "그런 경험이 많아 오히려 저는 사람들을 모을 수있다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범야권 대통합이 일어나면 저는 구성원 일원이다. 범야권에는 수많은 리더들이 계신다. 거기서 우두머리 하겠다는 게 아니지 않나. 많은 분들이 '대선에서 야당 뽑아야겠다', '정권교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게) 제 목표다"라고 반론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그렇게 되려면 합당해야 하는데, 조건을 맞추기 힘들다. 우리는 100석이 넘는데 국민의당은 3석이다. 합당 조건이 100대 3 비율로 지구당위원장, 당협위원장 권한을 나누는 게 맞추기 어려운 조건이다. 100대 3으로도 합당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안 후보는 "지분을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 맞받았다. 그는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에 나오는 이유가 정권 교체를 위해 하는 거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하면 대통합 야당을 만들겠단 것도 저는 거기에서 어떤 지분도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오 후보는 이에 안 후보에게 '입당'을 적극 제안했다. 그는 "오늘 중으로 입당을 결단해주면 단일화 약속이 지켜진다. 단일화가 여론조사 때문에 아직 대립하지 않나. 적합도 양보하겠다. 경쟁력 조사하는 것으로 동의해 드리겠다. 어차피 할 합당, 효과를 누리면 100% 단일화가 성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를 에둘러 거절했다. 그는 서울 시의원, 구청장, 국회의원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점을 언급하면서 "제 목적은 제가 후보가 되는 게 아니다. 제 목적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이기는 거다. 최대한 4번 지지자, 2번 지지자를 합쳐 이번에 이기자는 진심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거기에 대해 미덥지 못하다는 분들도 계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장선거 끝나고 3단계 구체적인 범야권 통합 방안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오 후보는 거듭 안 후보 리더십과 자금 지원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참여 여부 불확실성을 짚기도 했다.
오 후보는 "윤 전 총장과 함께하는 범야권을 만드려면 굉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 마음이 하늘을 찌르더라도 그분과 함께할 수 있을지 힘들다"며 "사실 과거 윤 전 총장이 있을 때 그분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했다는 사실을 말한 것 봤다. 그건 실패한 사례다. 요즘 젊은이들이 실패한 소개팅에 대해서 말하면 정말 싫어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분 함께하는 큰 야당 만드는 게 가능할지 저는 몹시 회의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안 후보는 "만 10년 전 박원순 무소속 후보와 그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경선해 박원순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됐다. 그때 어떤 조직 문제나 돈 문제, 유세 문제는 없었다. 물론 한계는 있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모든 일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야권의 큰 자산이다. 소중한 분이다. 이분이 사실 정치를 할지 안할지 그분 결심에 달린 거다. 그렇지만 저는 그 결심이 어떤 쪽으로 하더라도 야권의 정권 교체에 도움 되는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정말 저는 간절하다. 간절함 담아서 말하는 거다. 저는 범야권 대통합 그것만이 가능하다고 보고,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역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날 거듭 입당 제안에 선을 그으면서 "여권이 저하고 오 후보를 갈라놓는걸 좋다고 생각하는거 아니겠나. 더 이상 분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 분열 이야기하지 말자"며 "여권 갈라치기, 흑색선전에 넘어가지 말자. 우리 두사람 중 한사람 야권 통합후보가 될 것 아닌가. 저는 오 후보로 단일화되면 허락하시면 선대위원장을 맡아서 뛰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안 후보와 오 후보는 '내곡동 투기 의혹'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오 후보는 "처갓집 땅 10년 전 수용과 보상 문제에 대해 관여했다면 책임지는 정도가 아니라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또 안 후보는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부채가 증가했다고 공세했다.
안 후보는 "오 후보 재임 시절 동안 재정이 안 좋아진 것이 팩트이다.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재임 시절에 살림살이를 잘 못 했다는 평도 많다. 그때 부채가 12조원 늘었다"고 꼬집었다.
오 후보는 이에 "제 임기 중에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져 지자체도 정부도 모두 빚을 냈고, 경제 위기로 돈을 많이 푸는 정책을 쓴 것은 모두 알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 때 빚이 줄었다고 하는데 (제가 재임 때) 사들인 택지를 박 시장이 분양해 돈이 들어온 것이다. 박 시장 자신이 빚 갚은 시장이라고 하는 걸 보면서 기가 찼던 기억이 있다"고 받아쳤다.
오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저희 두 후보는 꼭 단일화를 이루겠다. 저희 당을 지지하지 않으시던 분들도 저에 대해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단일화를 이뤄 본선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겨서 서울을 국제 경쟁력 1위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안 후보는 "선거 후에도 저희는 함께 갈 것이다. 단일화에 성공하면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며 "제가 시장이 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쳐 더 큰 기호 2번 정당을 만들 수 있고 많은 분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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