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책임론", "예산 재원 문제" 공격부터 신경전까지…불꽃 튀는 맞수토론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스스로 사퇴했던 부분에 대해 향후에도 궁지에 몰릴 것인데 그 부분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때 시의원들이 지금 3선이다. 그들과 충돌해 아무것도 못하는 것 아닌가." - 오신환 국민의힘 예비후보
"서울시장이 가용 가능한 예산은 2조~3조 원도 안 되는데 어떻게 그 (복지) 예산을 할 수 있는가. 조금 더 섬세하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린다. 본인은 예산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잖나."- 조은희 국민의힘 예비후보
19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2차 맞수토론은 오신환·조은희 예비후보의 적극적인 공세가 두드러졌다. 상대편인 오세훈·나경원 예비후보는 논제를 바꿔 반격에 나서면서도 과거 실책이나 공약 허점을 방어하는 데 시간을 사용했다.
지난 16일 토론 후 다시 만난 국민의힘 4명 예비후보들은 첫 토론보다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공약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등 홍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면밀히 대응했다.
◆오신환 "선별복지 논쟁 나온 책임" vs 오세훈 "청년 주택 공약 의구심"
오신환 예비후보는 이날 오세훈 예비후보를 향해 "결국 스스로 사퇴했던 부분에 대해 분명히 우리 당내 경선과정, 또 본선에서도 맞닥뜨리게 될 건데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극복하실 수 있는지 한 말씀 달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예비후보는 "당시 90만 명 가까운 시민들이 서명할 정도로 우리 우파 시민들에게는 절체 절명의 과제였고, 잘못된 복지가 시작되면 나라가 어려워진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라며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 '오세훈 대권 나가려고 한다'고 해서 불출마 선언했다. 그리고 3분의 1이 참여해야 투표함을 열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자리를 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오신환 예비후보는 "과거의 것을 꺼내서 논쟁해야 한다. 지금 코로나19를 이야기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다시 무상급식을 꺼내게 된 데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오세훈 예비후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 결과 때문에 여러 번 사죄드리고 죄책감이 있는거고, 그래서 힘을 합해 정권을 찾아오자, 서울시를 찾아오자고 하는 데 의기투합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오신환 예비후보는 재차 "과거의 논쟁을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지금 선별·보편 복지를 논하기엔 주제가 맞지 않는 생각이 든다. 제가 과거 대 과거의 싸움이 될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오세훈 예비후보가) 사퇴하고 후보로 출마하는 지금의 상황에 책임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다. 이것은 분명히 앞으로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공격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오세훈 예비후보는 "저는 오히려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왜 서울시민 가장 많은 숫자가 저를 선택했겠나. 그것은 그때 당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라며 "과연 국회에서도 서울시에서도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게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인가 저는 견해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오신환 예비후는 물러서지 않고 오세훈 예비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후보님이 과거 10년 전 그 사고를 그대로 갖고 계시기 때문에 시장이 되더라도 그 당시 있었던 (시의회) 의원들이 3선 의원이 되어 여전히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같은 정치적 판단을 내릴 건가"라고 반문했다.
오세훈 예비후보는 "그건 오신환 후보가 시장이 되셔도 마찬가지이지 않나"라며 "그런 의미에서 유연한 사람, 합리적인 사람, 상대방의 공격을 참아낼 수 있는 인내심 있는 사람이 시장의 자질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세훈 예비후보는 아파트 공급 공약과 관련한 공세로 맞받아쳤다. 그는 "(오신환 예비후보가) 청년들에 대한 애정이 넘쳐 흐르는 공약을 냈다. 반반아파트라고 하는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3만 가구 하겠다고 공약을 했다. 3만 가구란 숫자에 대해 저는 의문이 들었다. 200만이 넘는 청년들에게 3만 가구를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준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오신환 예비후보는 "가구소득 50% 내에서 3억을 기준으로 하는 서울시 제도가 있어 준용한 거다. 3만호는 토지임대부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을 동시에 해서 과거 실패 사례를 보완한 제도"라며 "8·4 대책 당시 정부가 발표한 공공주택 부지가 있다. 거기서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이 빠진 3만호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예비후보는 이에 형평성·지속가능성을 비판했다. 그는 "과연 형평성이 유지될지 의문"이라며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정도가 되면 경제 형편이 어려워서 못 받을 거다. 그러면 중위소득에 가까운 청년들이 갈텐데 형평성에 맞는가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하나는 지속가능성이다. 자료를 보니까 캠프킴 부지, 태릉골프장 부지, LH부지가 있다. 그건 국유지다. 국유지를 그냥 주지 않는다. 돈을 주고 사든지 서울시 땅을 주고 교환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부지 확보가 힘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들어가는 비용이 많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또 오신환 예비후보가 '재개발·재건축 주택'을 공급재원으로 언급하자 오세훈 예비후보는 "그걸 환매조건부로 분양하면 정말 어려운 사람에게 가는 임대주택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은희 "가용 예산 적은데 공약 이행 어떻게" vs 나경원 "65만호 주택공급은 과해"
현역 국민의힘 서초구청장인 조은희 예비후보는 나경원 예비후보 공약 허점을 파고들며 날카로운 공세 모드로 나섰다. 지난번 오세훈 예비후보와의 토론에서 '지나친 칭찬모드'였다는 지적이 있었던 점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나 예비후보는 쉴틈 없이 이어지는 조 예비후보의 발언에 "답변할 시간을 달라"며 경부선 지하화 등 상대편 공약 빈틈을 공격했다. 나 예비후보는 지난 토론 당시 웃는 모습을 유지했지만, 과열되는 토론 양상에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먼저 포문을 연 조 예비후보는 나 예비후보의 '코로나19 백신 셔틀버스' 실현 가능성을 비판했다. 그는 "백신 셔틀버스가 이해가지 않는다"며 "나 후보님이 아직 백신 예방접종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아닌가. 좀 더 섬세하시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 백신은 지금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도 30분 쉬었다가 가야 하는데 어떻게 셔틀버스로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나 예비후보는 "저는 장롱면허를 가진 간호사를 다 끌어내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집에서 맞고 그것을 관찰하는 일까지 시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에 조 예비후보는 "그럼 간호사를 집집마다 파견하겠다는 건가. 셔틀버스를 통해 주차장에서 맞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는데 어르신들은 30분 기다리다가 오히려 더 위험할 것 같다. 정교하고 섬세하게 설계된 공약이 아닌 것 같다"며 "이러다가 어르신들 위험해서 돌아가시겠다(생각이 들더라). 독하게 섬세하게. 조금 더 섬세하셔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나 예비후보의 슬로건인 '독하게 섬세하게'를 직격했다.
나 예비후보는 조 예비후보 공약인 '자영업자 분기별 100만 원 지원'을 비판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그렇게 해서 과연 자영업자 숨을 틔워드릴 수 있는가"라며 "100만 원으로 보상이 되는가. 손실보상과는 다르다고 본다. 재난지원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상하는 건 손실에 따라 다르게 해야지, 일률적으로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조 예비후보는 "핵심은 구제하듯이 지원하는 게 아니라 법으로 보상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처럼 선거 때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게 아니라 권리로 해야 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데에 서울시는 4조를 더 들여 마중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예비후보는 각종 개발 및 복지 예산 재원의 현실성을 따졌다. 조 예비후보는 "(나 예비후보가 약속한) 숨통트임론이 6조다. 나 예비후보 공약들을 다 살펴보면 드는 예산이 15조~17조 들더라 서울시 예산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 예비후보가 "작년 42조다"라고 하자 조 예비후보는 "추경 빼고 40조인데 일반회계 등을 뺀 순수 예산을 알고 있나"라며 "35조다. 그중에 자치구 등을 배면 26조다. 그중 16조는 복지비다. 나머지 14조로 월급 주고, 도로를 고치고, 한파 대책을 실행한다. 여기서 6조는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치고 나머지 예산은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이게 섬세한지는 모르겠다"고 몰아붙였다.
이어 "서울시장 가용 예산은 2조~3조도 되지 않는데 어떻게 그 예산을 끌어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아동수당으로도 2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지금 0세부터 5세 아동이 몇 명인지 아시나. 370만이다. 그렇게 하면 750억이다. 오신환 예비후보가 '나경영'이라고 했을 때 나경영 하시겠다고 했다. 그런데 재원 마련 방안을 보면 정말 그렇게 될까 걱정이 된다. 민주당은 그렇게 할지 몰라도 보수는 유능해야 하잖나"라고 힐난했다.
나 예비후보가 "아동수당 20만 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손주돌봄수당 20만 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하자 조 예비후보는 "그래서 안 후보와 똑같다는 거다. 안 후보가 손주돌봄수당을 서초구에서 베껴갔는데, 그것과 같다"며 "재원계획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나 예비후보는 "아동수당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며 "양육수당을 그렇게 도입한 것은 우리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남자분들에게 물어봤을 때 1순위가 양육비부담이다. 이걸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조 예비후보가 연신 수치를 묻자 나 예비후보는 "너무 숫자를 잘 안다. 시장이 숫자를 정확하게 아는 것도 좋지만 세세한 숫자는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잘 알면 된다"며 기선 제압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자 조 예비후보는 "아 제가 실무자란 건가"라며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 예비후보가 부동산 공약을 지적하며 "5년 안에 65만호 공급은 너무 과하다. 1년에 10만호가 넘는다"고 하자 조 예비후보는 "13만호다"라고 정정하자 두 후보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나 예비후보는 "순환개발할 경우 이주대책 문제도 있고, 조 예비후보는 지하화를 말했다. 사실 지하화하는 경우 수색역, 구로역, 서울역, 영등포역은 KTX 열차와 화물선이 지나가는 가장 복잡한 철도다. 거기에 25층 아파트를 짓는가? 서울시 땅도 아니지 않는가. (짓는데만 해도) 2년이 훨씬 넘는데 과연 5년 안에 65만호를 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조 예비후보는 "핵심만 말해달라"며 나 예비후보를 견제하기도 했다. 이후 나 예비후보가 "박원순 시장 동안 아파트 공급량을 아는가"라고 묻자 "3만호"라고 답한 뒤 "나 예비후보님이 이번엔 수치를 외워오셨나 보다. 저는 몰라도 대답할 수 있다. 장학퀴즈 같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조 예비후보는 "박원순 시장 때 평균 주택공급량이 7만7000호였다.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을 완전 거꾸로 하면 된다. 이 정부는 공급을 안했다. 규제했다. 그리고 세금폭탄을 했다. 그리고 나 후보는 대지가 어디 있냐고 하는데 20만 평 가량 미활용 부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영주차장을 지하로 하고 차고지 등을 확보하면 경부고속도로 18만 평을 반 녹지로 만들고 그 반을 3분의 2로 주택을 지어도 1만 5000호를 짓는다. 지금 말하는 경부선 철도는 계산에도 안 넣은 거다. 그래서 1만호는 공공에서 해야 한다. 민간은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서 빠르게 해야 한다. 뉴타운 재개발에 사업성이 없어 안 되는 데는 도로도 깔고 공공기반을 해주면 1년에 5만호씩 더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나 예비후보는 "한꺼번에 개발하면 이주대책은 어떻게 하나. 온 서울이 다 개발되는 건 안 된다"며 "제가 공급하는 건 전부 아파트다. 제 부동산 핵심은 원더풀이다. 원하는 곳에 더 많이 풀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토론 평가단은 이날 토론에서 오세훈·나경원 예비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토론회 직후, 당원과 시민 1000인으로 구성된 '토론평가단'의 ARS 투표가 진행되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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