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레임덕 시작" 규정…與 "국민의힘이 부추겨"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신현수 청와대 정무수석의 잇단 사의 표명과 휴가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일기 말 권력 누수)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하락, 권력 내부 균열이 외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다만 30% 후반대 국정수행 지지율, 거대여당과의 돈독한 관계 유지 등을 근거로 아직 레임덕을 논하기를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야권은 신 수석 사의 파문을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규정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핵심 측근인 민정수석 파동이 연이어 나오면서 임기 말 레임덕이 더 심화되고 있다"면서 "오는 25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업무보고에 신 수석을 출석시켜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임명된 지 불과 40여 일 된 민정수석의 사의는 문재인 정권 레임덕의 신호탄이자, 파탄 난 청와대 국정운영시스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문 대통령은 지난 추(추미애)·윤(윤석열) 갈등 사태 속에 세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약 또다시 합죽이가 된 채 묵과한다면 그것은 레임덕의 자기고백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 임기 말이 되니 권력 내부가 곳곳에서 무너지는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 자기들끼리 뭉쳐 국민을 괴롭히던 그들 내부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라며 "MB도 임기 말까지 레임덕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이상득 전 의원 비리 사건 하나로 훅 가버린 대통령이 되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단임제 대통령이 레임덕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제 그만 억지 부리고 하산 준비나 하시지요"라고 꼬집었다.
신 수석 사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박 장관이 독단적으로 본인의 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으면서 나왔다. 최종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재가한 사안이지만, 청와대는 "검찰 인사를 조율하는 과정은 민정수석까지다. 대통령을 결부하지 말아 달라"며 애써 파문을 축소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퇴로 겨우 일단락된 '법무 vs 검찰' 갈등 시즌2를 막고, 검찰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임명한 신 수석이 한 달여 만에 거듭 사의를 표명하면서 '법무 vs 민정' 간 갈등이 새롭게 촉발된 것은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정부 사례를 보면 레임덕은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때 △대통령의 영(令)이 공직사회나 정치권에서 잘 통하지 않을 때 △권력 내부에 불협화음이 표출될 때 △친인척·측근 비리가 불거질 때 시작됐다.
문 대통령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지율은 양호(19일 한국갤럽 발표 기준 39%,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하지만, 다른 레임덕 징조들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친인척 비리는 없지만, 측근의 경우는 이미 수사·재판을 받는 이들이 상당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아내 정경심 씨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으며, 본인도 재판을 앞두고 있다.
또 지난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두고도 이광철 민정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이 지난해 1월 기소됐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과 공모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친정부 인사를 앉히기 위해 불법을 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다만 권력의 또다른 한 축인 여권에선 레임덕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신 수석이) 패싱을 당했다고 하면서 극단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간질해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 "대통령 인사권과 관련해 당에서 언급하는 것을 적절치 않다"라면서도 "신 수석 사의는 문 대통령이 계속 만류했다고 하니 다음 주까지 보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청 간 문제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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