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한 달여 만에 靑 떠나려는 신현수…만류하는 文대통령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 한 달여 만에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퇴로 일단락된 듯했던 '법무·검찰' 갈등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갈등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신 수석은 최근 몇 차례 사의 표명을 했고, 그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류해 아직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만류로 출근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지만,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은 지난 1월 1일 임명된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때 사정비서관으로 그를 보좌했던 신 수석은 임명 당시 이른바 '왕수석'으로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 잔혹사를 끝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신 수석이 임명 40일도 채 안 돼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인사 민정수석 패싱설', '검찰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문 대통령 진노 영향설' 등 여러 설이 난무했다.
관련한 문제제기에 "인사와 관련한 사항은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던 청와대는 파문이 커지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견해가 달랐다. 신 수석이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이견이 있었고, 사의 표명을 몇 차례 했다"라며 "일부 기사를 보니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엮어 (청와대 민정실 내) 암투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번 인사에서 민정실 내 이견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백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문 대통령이 격노한 것처럼 보도가 이어지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 수석이 법무부와 검찰이 원하는 인사를 조율하는 중 법무부 장관이 (독자적으로) 인사를 발표해 사의를 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과 윤 총장의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 신 수석의 중재 실패 후 사의 표명이 있었음을 청와대가 시인한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을 패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조율 중 인사가 나간 것으로 (민정수석을) 건너뛰어서 패싱했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며 "박 장관이 본인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진행됐고, 그것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다"고 했다. 박 장관이 신 수석을 건너뛰고 문 대통령에게 본인이 구상한 검찰 인사안을 재가받았지만, '패싱은 아니다'라는 게 청와대 입장인 셈이다.
이에 따라 신 수석이 무력감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신 수석은 박 장관의 법조계 선배로 나이는 5살이 많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7기수가 높다. 정치권에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갈등을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위치인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조계 선배로서 나름의 역할을 하려고 했지만 무산되자 더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야권에선 문재인 정권의 비정상적 인사가 부른 참사라는 싸늘한 평가도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박 장관 취임 이후 추 전 장관과 달리 검찰 인사가 정상을 되찾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에 머물렀다"라며 "가장 문제가 많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그 자리에 두고 이상한 인사를 했지만, 이런 비정상적이고 체계에 맞지 않는 인사에 대해서 취임한 지 한 달이 갓 지난 민정수석이 바로 승복하지 않은 채, 사표를 내는 그런 지경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정권 초기에 울산시장 선거 개입 공작, 월성 원전 불법 폐쇄 등 여러 무리한 사건을 저질러 놓고 그것을 억지로 덮어 넘기려고 하다가 그것에 반발하는 검찰총장을 축출하고 쫓아내려는 것도 모자라서 정권의 비리를 지킬 검사들은 무리하게 그 자리에 두고 정권에 대해서 강하게 수사하는 검사들은 전부 내쫓는 것을 대통령 측근에서 핵심적으로 보좌하는 민정수석마저 납득하지 못하고 사표를 던지고 반발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제대로 돌아보고 바로 잡지 않으면 정권 말기에 다가갈수록 정권이 끝나고 난 뒤에 큰 화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7월 말까지 불편한 동거(?)를 하려고 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이 쉽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신년사 등을 보면 7월까지 윤 총장과 무난한 동거를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파열음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라며 "추(추미애)·윤(윤석열) 갈등처럼 정면충돌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임명 한 달 만에 인사 문제로 청와대를 떠나려는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은 문 대통령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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