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어쩔 수 없다'지만…"진정성 드러낼 조건 있어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유력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과 현금성 복지 공약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특히 부동산 시장 폭등에 대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부정 여론이 커지면서 야권 예비후보들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규제 철폐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또, 공급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 짜리 주택 공급 계획을 내놓으면서 '임기가 1년인 걸 잊었나'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후보들의 '부동산·개발 공약'은 연일 발표되고 있다. 지난 13~14일 리얼미터가 MBC 프로그램 '100분 토론' 의뢰로 18살 이상 서울시민 1005명을 대상으로 '차기 서울시장이 직면할 주요 현안'을 물은 결과 '주거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36.6%)에 가장 많이 응답했다. 다음으로 '일자리 및 경제 활성화'(30.1%), '코로나19 방역 및 사후 대책'(15.4%)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률 8.9%,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결국 여론의 지지와 선거 흥행을 위해선 부동산 및 복지 공약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는 10년간 70만 가구, 오세훈 예비후보는 5년간 36만 가구,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는 5년 내 무려 74만 6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야권 예비후보들은 현금성 복지 공약도 줄줄이 내놓은 상태다. 나 예비후보는 청년·신혼부부 대출이자를 최대 1억 17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주거 복지 공약을 내놨다. 오 예비후보는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 1인가구 5만명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 월세 지원 확대 공약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손주돌봄수당'으로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1인당 20만 원씩 최대 40만 원을 지원하는 복지 공약을 약속했다.
다만 오 예비후보는 '선별적 복지'를 표방한 '자립형 복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오 후보가 발표한 청년 관련 정책 공약은 △청년취업사관학교 설립 △취업과 창업에 선배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장 제공 △청년 자산불림 컨설팅 '서울 영테크' △청년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지원 총동원 △'청년 몽땅 정보통' 구축 등 총 다섯 가지다.
세 후보는 각자 복지 공약 차별화를 위해 복안을 내놨지만 그에 따른 비판도 제기된 상황이다. 나 예비후보는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란 지적을 받았다. 그는 지난 16일 열린 국민의힘 경선 토론에서 '(청년·신혼부부 지원을 위한) 6조 기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란 물음에 "순세계 잉여금만 해도 2조 7000억이다. 실질적으로 재정 다이어트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이라고만 답했다.
오 예비후보는 아파트 공급대책에 대해 뉴타운 활성화를 통한 18만5000호 공급을 중심으로 '상생주택' '모아주택'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오 후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활용하고, 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하지 않게 하면 반값아파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74만 6000가구 공급'이라는 파격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은 안 예비후보 공약도 2‧4대책에서 나온 역세권‧준공업지역 개발과 서울시내에서 활용 가능한 가용부지, 용도를 다하지 못하는 개발제한구역 부지,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 각종 유휴 부지를 활용해 공급하겠다는 내용이지만 지자체장 권한 밖의 일인데다 야당 예비후보의 힘만으로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다수 나온다.
세 예비후보는 17일 서초구·구로구·금천구를 찾아 새로운 경제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나 예비후보는 금천구청역 인근에서 "낙후·소외지역의 철도 접근성 확대를 추진하겠다"면서 교통사각지대 해소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철도 낙후지역인 난곡선 종점부터 시흥사거리를 거쳐 금천구청으로 이어지는 노선 연장을 해내겠다"며 "난곡선이 금천구청역까지 연장되면 금천지역 주민들이 1호선과 2호선, 5호선, 신안산선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비 40%, 시비 60% 매칭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며 "서울 전역을 도보 10분 거리 역세권으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오 예비후보는 구로구에 위치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청사 수출의 여신상 앞에서 경제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 행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서울과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며 "시장 당선 즉시 대한체육회, 재계와 합동으로 유치추진위를 구성·발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 3대 서울경제축'을 완성시키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면서 "2025년 서울 경제 5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안 예비후보는 서초구 AI 양재허브에서 민간기업 종사자와 간담회에서 서울의 '지식산업 도시' 구상을 내놨다. 그는 "서울이 발전하기 위해 지식자본도시가 돼야 한다"며 "다양한 종류와 분야의 대학, 창업을 도와줄 수 있는 인프라에 교통·주거·문화까지 있어야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융합경제 서울'을 언급하면서 "서울에 6곳이 산업거점으로 지정돼 있지만 제대로 지원이 되지 않고 있는데 향후 4곳을 더 지정해 10곳의 융합경제혁신센터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야권 단일화가 진행되는 3월까지 세 후보의 정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와 관련해 "(공약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야권 후보더라도 정체성에 너무 몰입해버리면 우리 정치의 유연성이 왜소화된다"며 "국민의 편에 서서 생각을 하는 게 맞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보편복지가 필요하다면 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이 진실성이 있는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전에 그러지 않던 후보들이 갑자기 돈을 푼다고 하면 신뢰성이 있는가. 그것은 유권자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과거의 낡은 틀을 갖고 정치를 하는 건 좋지 않다. 충분히 경쟁하되 국민의 신뢰를 받고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 뒤에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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