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진상 규명 방침…野 "정치 공세" 반발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불법 사찰 의혹의 진상 규명을 예고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MB 정부의 국정원이 18대 국회의원 모두를 상대로 개인 신상 정보가 담긴 문건을 생성·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이후 쟁점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여당의 정치 공세라고 의심하고 있다. MB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워낙 민주당이 진상 규명 의지가 강함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자료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여야의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MB 정부 당시 국정원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불법 사찰 의혹을 묻어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과 법조인, 언론인, 연예인,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천여 명의 동향을 파악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 국세청, 경찰 등으로부터 정치인 관련 신원정보 등을 파악해 국정원이 관리토록 요청한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며 "오래전 일이라더라도 결코 덮어놓고 갈 수 없는 중대한 범죄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광범위한 불법 사찰의 문건 내용과 당시 청와대의 지시 등 개입 여부 등을 밝히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16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국정원으로부터 사찰 의혹과 관련한 사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특별 결의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회 정보위 소속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일단 국회의원을 불법 사찰한 문건이 어떠한 방식으로 수집된 것이고 공작이 됐는지 짚어야 한다"며 "그래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고 폐기해야 할 것도 정하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치 공작'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불법 사찰 의혹을 증폭시켜 판세를 유리하게 조성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당 일각에서는 MB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박형준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여당 후보들이 박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대규모 불법사찰이 드러났어도 선거가 임박했으므로 덮으라는 것이라면, 야당의 그런 태도야말로 선거를 의식한 정치공세가 아니고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불법사찰은 개인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국정원 사찰 의혹이 튀어나오니까 어떻게든 이용해 보려고 하는데, 정쟁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며 "법상으로도 개인 동의가 없으면 문건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정원에 사찰 문건을 공개하라는) 민주당의 행위 자체는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의 정치 관여 금지 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했기에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게 되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차단하고,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정보 수집 및 직무 외 용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국가정보원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진상 규명에 의지가 확고해 국정원에 사찰 문건 자료를 공개해달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위원 12명 가운데 8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의원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하다. 앞으로도 MB 국정원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 이후 MB 사찰 의혹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원의 사찰을 없애야 한다는 민주당의 명분은 확실하기 때문에 (선거 공세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괜한 의심을 받아 명분이 희석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손해이기에 명분을 최대한 살리려면 선거가 지난 다음 진상 규명을 추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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