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야권의 복잡한 셈법…피곤함은 국민의 몫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꼭 새 인물이 해야 하나? 하던 사람이 잘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할 줄 아는 사람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자에 '새 인물'이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한 정치학자의 답변이다. 평소 합리적이고 객관적 시각을 보이던 학자였기에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기성 정치인을 무조건 깎아내리는 일각의 비판이 무색해지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중량급 후보'가 대거 등판했다. 아직까지 참신한 새 인물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옛날 사람들'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의 경험이나 연륜 등 면면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야권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했던 정책을 점검하고 시민을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보궐선거가 박 전 시장의 성비위로 인해 치러지는 만큼 야권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야권이 단일화만 한다면 승리 가능성은 더 높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야권 단일화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줄다리기가 치열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합당 요구에 안 대표는 거부했다. 또, 안 대표의 '경선 플랫폼' 개방 요구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선을 그었다.
지난 19일 안 대표는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달라"며 "이 개방형 경선 플랫폼을 국민의힘 책임 하에 관리하는 방안까지 포함해서, 가장 경쟁력 있는 야권 단일후보를 뽑기 위한 실무 논의를 조건 없이 시작하자. 저는 이 논의에서 결정된 어떤 제안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건 안 대표의 입장이고, 우리는 우리 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제의를 했다고 해서 수용을 할 수는 없다"며 단박에 거절했다.
김 위원장의 일언지하 거절에 불쾌했는지 20일 안 대표는 "제1야당이 나와 싸우는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제1야당 경선 참여는 고민 끝에 한 결정"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저를 이기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정권과 싸워 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무엇 때문에 안 대표와 싸우겠나"라고 반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야권 후보를 단일화하는 과정에 각 당의 입장도 있을 수 있고 예비후보 입장도 있을 수 있으니 조정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며 "야권 단일화라는 대명제에 다 동의하기 때문에 안 대표와 싸울 일이 없다"고 맞섰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3월 '대선 전초전' 성격이 짙다. 이에 따라 야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힐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선 야권의 단일화 줄다리기가 선거 용지 인쇄 직전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단일화 경쟁을 향한 시선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단일화 논의가 길어지고 선거 막판까지 단일화를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질 경우 피로감과 함께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당근마켓이 유행이다. 당근마켓은 단순히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것을 넘어 처음 물건을 사용했던 이가 해당 제품의 유용성을 '보증'했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당근마켓 물품들은 새 주인을 만나 새로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한때 국민의 선택을 받았던 정치권 '구면'은 여전히 이해관계를 둘러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새 인물 부재라는 말이 나오는데, 단일화 경쟁이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달라진 서울'을 주겠다 약속한 후보들이 쌓아온 경륜과 지혜 만큼 정치공학적 이해보단 건강한 경쟁을 이어갔으면 한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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