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국민 재산증식 무대…국회가 역할해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새해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불타오르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넘더니 3200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 시각은 제각각이다. "침체된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크다"며 자본시장 과열 양상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에 따른 유동성 자금 유입, 저금리 기조 유지, 기업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결과라며 변화에 따른 대비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로 자본시장 제도 개선에 앞장서 온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남시분당구을)은 후자인 '준비론자'에 속한다. 김 의원은 증권협회 시절 코스닥시장 공시 과장을 지낸 '증권맨' 출신 국회의원으로, 현재 당 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풍부한 실무 현장 경험으로 당에서 자본시장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그가 진단하는 현 자본시장은 어떤 상황일까. 김 의원은 현재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시장에는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기업 중에서도 나름대로 성장성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이들 실적을 보면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 우리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 경제 침체로 정부가 통화량을 풀고 있는 점, 배당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 미래에 대한 기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누리)라고 할 수 있는 지배구조 문제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어쨌든 주가 상승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이 세계적 기준으로 봤을 때 절대적으로 저평가 됐기 때문에 상승폭이 커 보이는 측면도 있다"며 "그렇지만 빚투(빚내서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로 인한 과잉 유동성 유입 부분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만나 자본시장이 활발해진 배경과 향후 자본시장이 나아가야 할 정책방향에 대한 입장을 거침없이 밝혔다.
◆"한국 자본시장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김 의원은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수 텃밭으로 불렸던 분당에서 민주계열 정당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초선 때와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망설임없이 "쫄지 않는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 의원은 "환경이 익숙하지 않으면 두려움과 떨림이 있기 마련인데 (재선이 되니) 아무래도 시행착오를 덜 하게 된다. 또 계획을 잡고 일할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 분당에서 저를 두 번 선택해준 주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초선 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투력을 키운 재선 의원답게 그는 최근 야권 인사와의 '코스피 3000 논쟁'에 뛰어들었다. 설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주가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언급한 데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야권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주호영 원내대표)", "지금의 주가 상승은 비정상적(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라고 날을 세우자 김 의원이 등판한 것이다. 김 의원은 반격에 나서며 "2021년 코스피 3000선 돌파는 꽤 신빙성 있는 전망"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이 전 의원이 "실물경제가 좋아서 주가가 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그만 외부충격에도 거품이 꺼져 폭락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대비해아 한다는 얘기"라고 반박하면서 정치권의 '코스피3000' 논쟁은 고조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예언(?)은 현실화했다. 지난 6일 3000선 고지를 밟게 됐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긴 이후 약 13년 5개월 만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대통령이 3000포인트를 언급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보수당 원내대표나 경제학자 출신치고는 우리 증권시장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고 마치 증권시장을 투기꾼들의 놀이판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국 주식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이에 대비해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의 시장을 무조건 과거 시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주변에 주식을 둘러싼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개미 투자자(개인 소액 투자자를 이르는 말) 성향을 보면 과거에는 소위 비우량주, 코스닥 위주로 투자했는데 지금은 코스피 중에서도 대형주,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런 걸 보면 과거 버블 시대 때 투자 패턴과 달리 개미 투자자들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또 대기업들도 외국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과 투자가 활발한 점도 우리 시장에서 하나의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신할 순 없지만 한국 자본 시장 발전에 있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자본시장의 모습이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국면이 열리게 된다면 빚투나 영끌이 투자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투자하는 사람들이, 유동자금으로 떠돌거나 부동산에 있는 돈이 자본시장으로 올 수 있게끔 제도적 장치와 법적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 '국민 재산증식 무대' 될 수 있어...환경 만들어야"
최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코스피지수 3000 돌파와 관련해 "주식시장이 국민 재산증식의 무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김 의원도 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시장의 설립 목적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조달해주는 시장이다. 다만 국민이나 국민 돈을 모은 기관투자자가 투자를 잘하면 가치가 올라가 다시 투자자에게 환원된다. 즉, (주식시장이) 기본적으로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주는 시장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투자하는 국민 재산을 증식시켜주는 기능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게끔 국회나 정부가 틀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그는 초선 시절부터 자본시장이 기업과 국민 모두를 위한 경제 선순환의 축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당내에서도 증권거래세율 인하, 공매도 한시적 금지,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 대주주 요건 강화 유예, 손익 통산 및 이월 공제 등 자본시장 관련 핵심 정책을 주도하고 일부는 성과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조세특례제한법을 발의해 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ISA는 당초 제도의 취지와 달리 현금성 자산을 보관하는 기능이 강한데 주식이나 채권 등 재산 증식을 위한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투자형 ISA'를 마련해 비과세 혜택과 2년 장기 보유 시 '세액공제'를 해주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자본시장에 대해 정치권이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산업으로 투입되도록 해야 한다"며 당 정책위에 기업의 과잉 유동성이 한국판 뉴딜이나 뉴딜펀드 투자로 전환되게 하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일각에서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국판 뉴딜에 좋은 금융 상품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건 몰라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 펀드에 가입하고 투자하라고 하는 건 잘못 이해하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오는 3월 해제될 예정이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 등 정치권 일각에서도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자는 말이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예정대로 공매도 재개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공식화한 상황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공매도 가능 종목을 지정토록 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을 대표발의하는 등 불합리한 공매도 제도 개선을 끊임없이 외쳐온 인물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에 대해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김 의원은 "그동안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선책이 상당히 진행됐다. 그래서 과거와 같은 시각으로 공매도가 문제라고 보는 시각은 맞지 않다고 본다. 다만 공매도 금지 구간을 더 가져가야 할지, 재개하는 게 맞을지는 현재 마련한 제도들이 시장참여자들이 생각하는 '공정한 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이후 또다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급등락을 오가는 가운데, 정치권은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 외에 별다른 조치는 내놓지 않는 분위기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몇 가지 요건을 갖춘 후 오는 9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를 마쳐야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
김 의원은 국내 최초의 암호화폐 규제법이라 불리는 특금법을 대표발의하고, 지난해 9월 '암호화폐 업권법 제정'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가상화폐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런 그도 비트코인 이야기를 꺼내자 "가상화폐는 참 어렵다"라며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 의원은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가상화폐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최근에는 2017년, 2018년 가상화폐 시장과는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예전에는 새로운 금융상품에 대한 호기심과 '묻지마 투자'가 작용했다면 2년 정도의 과정을 거쳐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외국 유명한 기관 투자가들도 관심을 두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특금법이 올 3월부터 시행하면 시장이 좀 더 정리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대응을 묻자 김 의원은 "국회가 산업계 현장보다 빨리 갈 수는 없다. 국회는 법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법이라는 건 모험할 수 없는 속성이 있다. 그런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계속 멀리만 해선 안 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그는 "현장에선 열심히 뭔가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정치권)는 위험하다는 단 하나 이유로 계속 멀리한다면 혁신성장에 있어서 뭔가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든다. 은행업법이나 보험업법처럼 가상화폐 시장의 진흥과 규제, 투자자 보호장치를 한데 묶어두는 독립적인 업권법이 필요할지 아니면 기존 특금법으로 가야 할지 법체계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자본시장 전문가답게 올해 의정활동 목표로 경제와 함께 하는 국회, 경제와 친한 국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치가 자꾸 정치적 이슈 중심으로 대립하는 경우 많은데 정책 이슈로 서로가 머리 맞대면 당은 달라도 좀 더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협치할 수 있는 국회 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 이슈 중심으로 민생을 챙기는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누구? 김병욱 의원은 한양대학교 법학과 졸업 후 고려대학교 경영학 석사, 국민대학교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증권협회(금융투자협회) 코스닥시장 공시 과장을 거쳐 전국증권유관기관노조협의회 의장을 지낸 증권맨 출신이다. 19대 총선 때 낙선한 뒤 20대 국회 때 경기 성남시 분당구을에서 당선, 21대 국회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 정무위 법안1소위 위원장, 당 자본시장특위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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