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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손혜원 "양정철, 文이 쳐낸 사람"…친문 "뒤통수 맞은 기분"

  • 정치 | 2021-01-15 00:00
손혜원 전 의원은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손혜원 전 의원은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의 연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손혜원TV'

정치권 "권력 황혼길 각자도생 추한 모습"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냈던 손혜원 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복심(腹心)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대선 후인) 2017년 5월 양정철과의 연을 끊었다. 문 대통령이 완전히 쳐낸 사람이라 속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 정치권과 지지층이 술렁이고 있다.

손 전 의원은 13일 자신의 유튜브 '손혜원TV'에 올린 약 27분 분량의 영상에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양정철과 연을 끊었지만 양 전 원장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싫어 떠난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해왔다는 게 손 전 의원 주장이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은 (대선) 그 뒤로 한 번도 그(양 전 원장)를 곁에 두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이 사람을 잘 버리지 않기에 양비(양 전 원장)를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양비를 버리는 것을 보고 주변의 많은 사람이 조언을 했구나 싶었다"고 했다.

손 전 의원은 최근 알려진 양 전 원장이 갑자기 미국행을 선택한 배경에 대한 나름의 해석도 내놓았다. 그는 "양정철은 청와대 총무비서관 자리까지 기다렸지만, 이름이 나오지 않으니까 마치 자신이 모든 자리를 고사하고 대통령 멀리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쇼를 했다"며 "이는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니까 떠난다는 부부처럼 쇼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전 원장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뉴질랜드와 일본 등에 머물다 지난해 총선 때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민주당 총선 전략과 인재 영입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설이 돌았지만 이달 중 미국으로 떠나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합류한다.

이에 대해 손 전 의원은 "이 사람이 미국에 간다면 '자의반 타의반'이 아니라 순전히 '자의'로 가는 것이고, 조용히 있다가 다시 스멀스멀 기어들어 올 것이다"라며 "늑대소년이 또 대중을 속이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처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양 전 원장이 너무 교활하게 언론플레이하는 걸 보면서 누군가는 이걸 깨부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손 전 의원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때 영입돼 당명 개정과 20대 총선 홍보 전략을 총괄하는 등 친문 핵심으로 꼽혔다. 이후 2016년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에 출마해 당선됐으나 2019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탈당한 바 있다.

손 전 의원 주장에 친문 지지층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고민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양 전 원장(왼쪽) /배정한 기자
손 전 의원 주장에 친문 지지층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고민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양 전 원장(왼쪽) /배정한 기자

그의 양 전 원장 저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손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양 전 원장을 향해 "많이 컸다"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양 전 원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여권 180석 가능'이라는 발언에 대해 "최근 당 밖에서 우리가 다 이긴 것처럼 의석수를 예상하며 호언하는 사람들은 저의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손 전 의원은 이후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도 "제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항상 부담으로 지금은 여기까지 하겠지만, 선거 끝나고 나면 이야기할, 설명할 시간이 오지 않겠는가"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손 전 의원 폭로 이후 친문 지지층은 동조하거나 의문을 표출하는 이들로 나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14일 오후 기준 1000여 개 넘는 댓글 달렸다.

친문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사람 믿었다가 뒤통수 맞는 기분이 이런 건지 정말 무섭다", "(양 전 원장이) 대통령 되기 전 비서였는데 임기 중 중용되지 않고 방치된 것으로 봐서 말씀에 신빙성이 간다" "스스로 떠난 게 아니군요. 멋있게 문 대통령을 돕고 후진에 남는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도 막후 역할을 해온 양 전 원장을 대통령이 내쳤다는 걸 믿으라고?"라는 등 손 전 의원 주장에 의문을 품는 모습도 보였다.

정치권에선 손 전 의원 발언이 문 정부 권력 말기 '각자도생'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하는 시선도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젠 손혜원이 양정철을 조롱한다"며 "이미 지지도 하락에 레임덕 징후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서로 더 가지겠다는 권력투쟁은 아니다. 임기 말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의 다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양 전 원장을 향해 "문 대통령에게 팽당한 주제에 충신 ‘장세동’으로 미화되길 바란다"며 "장세동이 아니라 권력에 쫓겨난 허화평 신세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고 했다. 장세동은 제5공화국에서 대통령 경호실장을 지내며 2인자로 지냈고, 허화평은 정권 초기 비서실보좌관을 지내다 좌천된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손 전 의원에 대해선 "그렇다고 친문 외인부대로 정권의 앞날보다 관종 놀이를 즐겼던 국민 밉상 손혜원이 양정철을 비난할 건 아니다"라며 "저물어가는 권력의 황혼길에 서로 물어뜯는 각자도생의 추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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