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복심' 양정철, 지난 4월 총선 후 6개월 만에 언론 포착
[더팩트ㅣ이철영·신진환·임세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 물망에 올랐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미국행을 앞두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친문핵심'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3시간 여 동안 저녁 회동을 가지며 통음한 장면이 포착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5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 음식점에서 집권 여당의 핵심인 김태년 원내대표와 '문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최재성 수석과 만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식당 영업 제한시간인 오후 9시 직전까지 현 시국 등과 관련한 다양한 얘기를 주제로 만남을 가졌다.
<더팩트>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약 3시간 동안 '소맥' 폭탄주를 곁들인 격의 없는 만찬 모임을 했다. 식당 업주는 밤 9시 직전에 자리를 파하고 김태년 원내대표가 식사 비용을 카드결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총선이 끝난 뒤 야인으로 돌아간 양정철 전 원장은 최근 노영민 비서실장 사임 후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다른 인사를 추천하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전면에서 다시 멀어진 양 전 원장은 오는 4월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을 피하면서 정책 연구와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만남 또한 김 원내대표와 최 수석의 약속 장소에 양 전 원장이 미국행을 앞두고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합류하면서 이뤄졌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세 사람의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6일 최 수석은 양 전 원장과 저녁 만남에 대한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만남의 배경은 김 원내대표 측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김 원내대표 측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와 최 수석이 만나는 자리였는데, 양 전 원장이 미국으로 간다는 연락이 와서 인사차 합류하게 된 것"이라고 만남의 배경을 설명했다.
양 전 원장의 측근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양 전 원장이 곧 미국으로 가는 게 맞다. 미국에서 살 집도 이미 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권에 따르면 그는 미국 연구기관의 초청을 받아 정책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양 전 원장은 지난해 4월 16일 총선에서 압승을 이끈 후 물러나며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다.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고 한다. 총선 결과가 너무 무섭고 두렵지만, 당선된 분들이 국민들께 한없이 낮은 자세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국난 극복에 헌신해 주리라고 믿는다"고 말한 뒤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양 전 원장의 역할론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으며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카드로 거론되기도 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후임 비서실장의 유력 후보로 꼽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친문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 가운데 한 명인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더 주목을 받아왔다.
저녁 모임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대화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어지러운 시국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한 방안은 물론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등 현안에 대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 전 원장과 김 원내대표는 모임 후 식당을 나서며 만취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식사 자리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양 전 원장의 미국 체류는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양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올 연말께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내다봤다. 취재진은 양 전 원장에게 직접 미국행 시기와 계획 등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끝내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최 수석과 김 원내대표는 최근의 코로나19 확산 시국을 의식한 듯 이날 만남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 정무수석은 오후 9시 21분 먼저 식당을 나섰고, 오후 9시 23분 김 원내대표와 양 전 원장이 뒤를 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식당 운영시간은 오후 9시까지여서 방역수칙 준수 여부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정부가 지난 4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2주 더 연장(17일까지)함에 따라 식당은 밤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이를 의식한 듯 최 수석은 <더팩트>에 "9시 전에 모임이 끝난 후 식당을 나서려다 (수행비서로부터) 골목 앞에 서성이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대기하다 조금 늦게 나온 것"이라며 정부의 방역 수칙을 어기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원내대표 측도 "카드 결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8시 56분이었다. 골목 끝에 누군가 대기하고 있다고 해서 식당에서 늦게 나온 것처럼 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국민들의 뼈를 깎는 협조를 요구하고 있는 코로나19 3차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한 논란들이 계속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 논란을 불러왔던 민주당 황운하 의원 식사모임 확진자는 7명으로 늘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민주당 소속의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은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간부 공무원 10명과 함께 식당을 방문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서울시 방역 관계자는 밤 9시를 넘어 식당을 나선 친문핵심 관계자들의 방역수칙 위반 여부에 대해 "밤 9시부터는 식당 내부에서 취식할 수 없다. 취식을 하든 단순히 머물든 여러 상황을 고려하겠지만, 원칙적으로는 1분이라도 늦으면 경찰이나 행정기관에 적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밤 9시 15분, 30분 이렇게 (이용)하다가 주위의 신고 또는 행정기관 등의 점검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많이 있다"면서 "음식점에는 영업정지에 준하는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 이용자는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밤 9시 이후에 식당에 머물면 안 된다. 일반 국민들은 대부분 오후 8시 30분이 되면 퇴실을 종용받고 있는 실정이다"고 부연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9시 이후 식당 이용자와 업주 고발 가능 여부 질문에 "그런 사례는 있다. 고발에 관련된 것은 지자체가 하는 건데 구체적 규모나 시간 등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고발되냐 안 되냐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따라 밤 9시 이후 영업을 중단하지 않은 1회 적발에도 경고 없이 집합금지 처분을 받는다는 게 종로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집합금지 처분은 사람들이 모일 수가 없기에 사실상 영업정지와 같다.
<더팩트> 취재진은 당일(5일) 식당 업무시간 종료 등으로 다음 날인 6일 오후 식당을 찾아 세 사람이 밤 9시 전 결제한 것과 방문기록 작성 여부를 확인했다. 해당 식당 주인은 "정부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이 300만 원인데, 안 지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세 사람이 식당 앞에서 한동안 대화를 나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식당 주인은 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양 전 원장과 김 원내대표, 최 수석은 이날 밤 9시 직전에 나갔고, 다른 손님은 없었다. 예약이 있었지만, 오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의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영업 종료 10분 전부터 각 방의 문을 모두 개방하고 퇴실을 알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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