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이 저물고 있다. 코로나19 라는 미증유의 질병 사태와 각종 재난 탓에 국민이 매우 힘들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역대급'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 즈음,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1년 주요 행보를 반기별로 나눠 되돌아봤다. <편집자 주>
한국판 뉴딜·수해 복구…북악산 개방 등 의미 있는 일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에도 숨 가뿐 행보를 보였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한편 자연 재난을 수습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청와대 뒤편 북악산 길을 개방함으로써 국민과 약속도 지켰다. 문 대통령의 하반기 주요 행보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을 다시 살펴보자.
◆7월…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한국판 뉴딜 구상과 청사진을 발표했다.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비전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은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을 확산하기 위한 '디지털 뉴딜'과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한다.
한국판 뉴딜의 10대 대표 사업으로 △데이터 댐 △인공지능(AI)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국민안전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를 선정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위해 2022년까지 국비 49조 원을 포함한 67조7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 88만7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25년까지는 국비 114조 원·지방비 25조 원·민간 20조 원을 투입해 19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의 설계"라면서 "튼튼한 고용·사회안전망을 토대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세워 세계사적 흐름을 앞서가는 선도국가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8월…휴가도 취소하고 수해 현장으로
지난 8월 1일부터 태풍 등의 영향으로 쏟아진 폭우로 인해 한반도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다. 특히 집중 호우가 온 수도권 등 중부지방의 피해가 컸다. 이틀 뒤인 3일 호우 피해 대처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계획된 하계휴가 일정을 전격 취소한 문 대통령은 인명 피해 최소화와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정부에 지시하는 등 직접 재난 관련 일을 챙겼다.
12일 집중호우 피해가 집중됐던 경남 하동, 전남 구례, 충남 천안을 잇달아 찾았다. 하루에 세 지역을 동시에 방문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그만큼 수해 복구 현장을 점검하고 이재민들을 위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피해 복구 작업에 방해가 될 소지가 있어 수행 인원을 최소화했고 사실상 의전도 생략했다. 집중호우 피해 지역 방문은 귀경 시간까지 포함하면 9시간 이상의 강행군이며 이동거리만 767km였다는 게 당시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또 영남, 호남, 충청을 하루에 다 가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강원도 철원군 한 마을을 찾아 수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애초 이날 일정은 비공개였지만 지역주민들 사이에 화제가 됐고,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고무장갑과 장화로 무장(?)한 김 여사는 흙탕물이 묻은 옷을 빨고 가재도구를 씻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9월…첫 '청년의 날' 청와대 온 BTS
9월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청년기본법 시행에 따른 '첫 정부 공식 기념식이었다. 이 자리에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했다. 청년세대를 예우하고 청년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청와대로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공정'을 37차례나 언급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 논란 등으로 '불공정' 불만을 터트린 청년들을 다독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정상에 오르며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참석했다. BTS가 청와대를 찾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프랑스에 국빈 방문했을 당시 파리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에 참석해 BTS 공연을 직접 관람한 이후 2년 만에 재회했다.
BTS는 "음악적 성과 추억, 저희를 응원해주는 모든 분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과, 미래 청년들에게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를 담았다"면서 '2039년 선물'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선물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기탁돼 19년 뒤 제20회 청년의 날에 공개될 예정이다. 19년은 '청년기본법'에 의거한 청년의 시작 나이 19세를 상징한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실제 BTS의 팬이다. BTS의 노래와 춤을 모두 알고 좋아한다. 문 대통령은 "아이돌 그룹 음악은 종종 (가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방탄소년단은 가사가 들린다. 따라갈 수 있겠더라"는 전언이다.
◆10월…52년 만에 '북악산 북측 길' 시민 품으로
문 대통령은 10월 31일 일명 김신조 사건으로 52년간 잠겼던 북악산 철문을 열어젖혔다. 민간인 출입이 제한됐던 청와대 뒤편 북악산 북측면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다. 2017년 청와대 앞길 24시간 개방과 2018년 인왕산길 완전 개방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이루어지는 세 번째 청와대 인근 지역을 개방한 것이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켰다는 의미도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북악산, 인왕산을 전면 개방해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시민들에게 개방하기 전날인 이날 최종 점검차 직접 산행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북악산 개방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들과 북악산 성곽 북측면 둘레길 산행을 했다. 산악인 엄홍길 씨와 배우 이시영 씨, 부암동 주민인 강신용·정하늘 씨도 동행했다.
북악산 성곽 북측면 제1출입구(부암동 토끼굴)에 도착해 김도균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북악산 관리 현황을 보고 받고, 관리병으로부터 열쇠를 받아 북악산 철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서대문구) 안산으로부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의 형제봉까지 쭉 연결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2022년 상반기에 50년 동안 폐쇄된 북악산 성곽 남측면도 개방할 계획이다.
◆11월…文, '메가 FTA' RCEP 최종 서명
문 대통령은 11월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최종 서명했다. 2013년 5월 1차 협상이 개시된 이후 7년 만에 결실이다. RCEP은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와 아세안 10개국 등 15개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간 FTA(자유무역협정)로, 전 세계 총생산(GDP)과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는 광대한 시장에 접근이 더 용이하게 됐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역내 통일된 무역규범 확립으로 역내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규범이 조화돼 전반적인 효율성이 제고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 발언에서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도 거대 경제공동체를 출범시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우리 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 최대 메가 FTA를 통한 경제 영토 확대, 이로 인한 역내의 교역과 투자 확대, 또한 그로 인해 경제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데 의미가 있다. 또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 인하, 단일 원산지 기준으로 인한 기업 편의성 제고, 우리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 예상된다.
◆12월…'세한도' 기증자에 90도 인사한 文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보 제180호로 지정된 '세한도'를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옹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눈길을 끌었다. 손 선생은 2018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추사 김정희의 걸작인 '세한도'를 비롯해 총 30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과 차량을 보내 손 선생을 직접 모셔오도록 했다. 그 사이 손 선생이 도착하는 장소에 직접 마중을 나가 김 여사와 함께 기다린 문 대통령은 손 선생이 차에서 내리자 허리를 푹 숙이며 인사했다. 대통령으로서 직접 영접한 것으로, 최고의 예우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손 선생은 선친인 손세기 선생과 함께 대를 이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중요한 문화재들을 조건 없이 국민 품으로 기증한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너무나 아끼는 마음으로 딱 하나 남겨 두셨던 '세한도'마저 이번에 다시 또 기증해 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김 여사도 손 선생과 가족들에게 세한도에 담긴 인장 '장무상망(長毋相忘)' 글귀와 손수 만든 곶감과 무릎담요를 선물하며 '오래 잊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8일 손 선생에게 문화훈장 가운데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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