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후보 선출 방법론 두고 보수야권 내 힘겨루기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차기 대통령 선거 대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로 방향을 틀어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다만 제1야당과 논의 없이 "야권단일후보로 나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해 뒷말이 무성하다. 당장 국민의힘은 야권단일후보가 된 듯한 안 대표의 발언에 술렁이면서, 여러 이견이 오가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과의 통합 경선 가능성에 대해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공정경쟁만 된다면 어떤 방식도 좋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1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것"이라며 "정권교체 7부 능선을 향한 다리를 반드시 제 손으로 놓겠다. 그리고 진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정 개혁을 단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립 서울시 정부는 앞서 안 대표가 주장했던 '야권 혁신 플랫폼' 구상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내부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가 되기보다는 국민의힘 경선 후 당 대 당 경선을 통한 최종 후보 선출 또는 당과 무관하게 야권의 모든 후보들이 야권 혁신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반문 빅텐트를 만들어 통합 경선을 해 후보가 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는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소속 많은 분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서 (서울시장에 출마) 하면 제일 무난하고 좋지 않겠느냐 의견들을 주는데 현재 그런 부분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대체로 안 대표의 출마 선언을 환영하면서도, 의석수 3석의 국민의당과 당 대 당 경선은 어렵다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4월 보선까지 당을 이끌기로 한 김종인 위원장은 전날 화상 비대위 회의에서 안 대표 출마와 관련해 "야권 후보 중 한 명"이라며 의미를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4·7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는데, 그의 세 번째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종식시키겠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안 대표는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를 좇아야 한다"며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사고를 과감히 버리고 야권 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겸허한 자세와 희생정신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안철수계이자,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국민의힘 경선에서) 열심히 이겨서 올라온 후보와 (안 대표가) 한 번 더 단일화하자는 건 경선의 공정정에 반한다"며 "만약 안 대표가 이 방식을 고집한다면, 결과적으로 시장 출마는 야권단일화가 아닌 본인단일화의 고집밖에 되지 않는다. 야권단일화가 아닌 야권 분열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권의 승리와 단합을 위한 단일화 방식으로 국민의힘과 통합 경선(원샷 경선) 방식을 간곡히 제안한다"며 "국민의힘에서 이미 출마를 선언한 분들과 앞으로 출마 대열에 합류할 분들과 함께 안 대표가 백의종군의 자세로 공정한 경선 룰에 따라 선의의 경쟁을 거친다면, 이길 수 있는 시장후보가 멋지게 선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인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안 대표가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하겠다면 제1야당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공정하게 경선을 치르는 것이 정도"라며 "국민의당에 있다가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진 후 야권후보단일화를 하겠다는 건 국민의힘 지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한 뜻이 강했던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체급을 낮춰 출마하기로 한 것은 실패 시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안 대표가 언급한 야권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방법론을 두고 벌써부터 보수 야권 내 힘겨루기가 팽팽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안 대표 입장에선 야권단일후보 선출이라는 1단계 관문에 이은 2단계 본선까지 잇달아 승리해야 차차기 대선을 노려볼 수 있지만, 1단계부터 삐그덕 대면서 시작부터 험로로 진입한 셈이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 보선에서의 투표율 저조 등을 고려하면 야권은 위기감을 갖고 반드시 단일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힘 경선에 당원 투표가 20%인데, 당내 기반이 전혀 없는 안 대표에게 들어와서 경선을 하라는 것은 들어와서 죽으라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반문연대 빅텐트를 만들어서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원샷 통합 경선을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통합 경선을 하면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안 대표와 같은 중도도 포함했다는 측면에서 폭넓은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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