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여파' 우려…'50인 미만 사업장 제외'·'당론여부' 쟁점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재해시 사업주의 위험 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해당 법 제정에 대해선 여야 모두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적용 사업장 규모와 처벌 수위 등 쟁점을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통과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오후 정책의총을 열고 세부 내용 논의에 나섰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특히 사업자에 대한 경제적 타격 등 문제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간 협상과 더불어 추가적인 상임위 논의 필요성에 의견이 모아졌다.
국회엔 정의당이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이 계류돼 있지만 민주당은 최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 수정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민 의원안은 산재 사망사고가 났을 때 사업주나 원청 업체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해도 '추정'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는데, 수정안에선 명확성 원칙을 주장하며 이 조항을 삭제했다.
관련 공무원 처벌 수위도 기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상 3억 원 이하의 벌금(기존안)'이 '7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수정안)'으로 완화됐다.
민주당은 이날 2시간 동안 이어진 의총에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지만, 당 정책위와 상임위를 통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종적 논의는 상임위에 맡기겠단 게 결론"이라며 "인과관계 추정 등 부분에 대해선 과도한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절충적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이번 회기 중에 (중대재해법을) 처리하자는 공감대를 이뤘고 원내대표는 야당과 협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 여야간 냉각기기 때문에 원내대표 간 협상이 되고 난뒤 소위가 열릴 것 같다"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중대재해법을 통과하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진척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처벌보다는 안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쟁점이 됐던 '경영 책임자 범위' 및 '50인 미만 규모 사업장 4년 유예'와 관련한 논의도 상임위에 일임될 전망이다.
앞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 1호로 정하고 입법을 추진해왔던 정의당은 연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강 원내대표는 고(故)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씨, 이한빛 PD의 아버지와 함께 법안통과를 위한 단식을 10일째 이어가고 있다.
강 원내대표와 배진교 의원 등은 이날 민주당 정책의총이 열리는 국회 본청 운영위회의실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호소문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민주주의 가치를 세우는데 민주당 의원님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지금도 안전하지 않은 일터에서 떨어져 죽고, 끼어 죽고, 깔려 죽고, 과로로 숨진 노동자 시민들이 다녀오지 못하고 있다"며 "정의당은 코로나 19 위기와 계속되는 사망사고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초당적 협력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원내대표는 △기업 회장 등 법인 의사결정자의 책임의무 대상 포함 △50인 미만 사업장 포함 △책임의무 사각지대 최소화 △원하청 도급 계약시 원청 책임(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규모별 산업별 사업체수 현황을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410만여개 사업장 중 405만여개로 98.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사고재해 발생률은 50인미만 사업장이 79.1%고, 노동부에 신고된 중대재해도 50인미만 사업장이 84.9%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4년 동안 유예하면 특별법은 1.2%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법이 되고 만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뉘어 이견을 확인한 상황이다. 강경파는 기존 취지에 어긋나는 법안이 통과될 것을 우려해 당론화를 주장하고, 온건파는 영세사업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온건파 입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법의 성격자체가 워낙 중대한 법이고 그 내용 또한 관련된 분야가 많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서 만들어야합니다만, 동시에 늦어져선 안 되는 절박함도 우리가 직면하고 있다"며 "법 하나하나에 대해 당론을 정하는것은 민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분명한 것은 중대한 재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거다. 그에 대한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갖고 이 법을 만드는 것까진 우리가 합의를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좀 더 의견을 모아주시고 지도부가 꼭 나서야 할 일이 있다면 역할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물론 다른 산안법 등 다른 법안이 있긴하나 제정법이기 때문에 제정에 있어서, 법안을 성안하는 과정에 있어서 혹시 부작용이나 미비한 점은 없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챙겨야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상임위원회와 정책위 중심으로 조율해 우리당 안으로 만들겠다. 최대한 빨리 법안이 제정되도록 야당과 협의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법이 제정되면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중소사업자들에게 주어질 부담에 고심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나 50명 미만 사업자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고, 최근에 코로나19로 정말 힘들지 않나"라며 "저희가 이 중대재해법을 반드시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야하긴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잘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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