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선후보 지지율 '답보'…'이대만'으로 끝나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김정환)),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박보검))을 두고 설왕설래했던 때가 있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혜리)의 남편이 누가 될 것인가를 놓고 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벌써 5년 전 이야기다.
드라마에선 '어남택'이었지만, 현실에선 '어남류'(어차피 남자친구는 류준열)였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말로 표현되는 일이 있다. 당시 유행어를 빗대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은 바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29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결과는 이미 예견됐고, 절차적 수순을 밟은 것으로 이해됐을 정도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어대낙'(어차피 당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정부 초기 총리를 지내며 차기 대선주자로 독주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대낙'과 달리 요즘 이 대표의 대선주자 선호도는 들쭉날쭉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어대후'(어차피 대선후보)가 가능하겠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보였다. 이 대표의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가각 △1월 29.9%, 2월 30.1%, 3월 29.7%, 4월 40.2%, 5월 34.4%, 6월 34.3%, △1월 24%, 2월 25%, 3월 23%, 4월 26%, 5월 28%, 6월 28% 등이다.
그러다 지난 7월부터 이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본격화한 시점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 논란에서 이 대표가 갈등 조정보다는 친문 눈치를 보며 추 장관을 두둔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지지율은 하락세에 들어섰다. 또,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먼저 선점,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치적 선명성을 내지 못하면서 '엄중낙연'이라는 부정적 표현도 나왔다. 현안에 대해 신중하거나 지나치게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의 이런 모습과 관련한 대화가 오갔다. 그들은 대체로 "이 대표가 엄중낙연에서 많이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많이 변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9월 이후 이 대표의 대선후보 선호도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지난달 30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이 대표 20.6%, 윤석열 검찰총장 19.8%, 이재명 경기지사 19.4% 등 오차범위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7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자 민주당 일부에서는 '제3의 인물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사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3 후보'로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김두관·박용진 의원,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당내에서는 컨벤션 효과를 위해 이 대표나 이 지사 외에 새로운 인물 부각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대후'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등 입법 성과를 내 지지층으로부터 긍정 평가를 끌어내야 한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또, 대표 임기 종료(내년 3월 9일) 후 치러지는 4월 7일 보궐선거(서울·부산시장)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어대후'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중대 변곡점이 될 것 같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어남류'가 아닌 '어남택' 결과에 많은 시청자가 아쉬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남류'의 반전이었다. 이 대표의 '어대후'는 현재진행형이고, 2022년 3월 9일에 있을 20대 대선까지는 약 1년 5개월이 남았다. 이 대표가 이 기간 동안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만들어 '어대후'를 증명할지 아니면, '이대만'(이대로 대표만)으로 끝날지는 결국 그의 정치적 행보에 달렸다. 그런데 언제나 민심은 급변하고 정치 시계는 생각보다 참 빠르게 흘러간다.
※대선후보 선호도 지지율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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