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절차" "공수처" 언급…개혁 의지 재확인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방역과 민생에 너나없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에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첨예한 갈등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른바 '추·윤' 사태가 최근 정국의 블랙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사람의 충돌에 대해 국정운영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유감의 뜻을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24일 추 장관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 집행정지 명령을 내린 이후 말을 아껴온 문 대통령이 침묵을 깬 것은 표면적으로는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국민에게 혼란과 피로도를 가중했다는 일종의 책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지난 1월부터 약 1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국민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YTN 의뢰·지난달 30일~4일 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2513명 대상·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6.4%포인트 떨어진 37.4%를 기록했다. 30%대를 기록한 것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민심 수습 차원 외에도 윤석열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지금의 혼란이 오래가지 않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돼 나간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보다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의 행간에는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절차를 거쳐 검찰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법무부는 예정대로 오는 10일 징계위를 연다고 윤 총장 측에 통보했다. 윤 총장에게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지시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검찰개혁에 있어서 '추·윤 사태' 국면이 최대 고비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위대한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더욱 성장한 한국의 민주주의도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마지막 숙제를 풀어내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더라도 그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지 않고자 했다.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 역점 과제인 권력기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의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 방침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민주당은 공수법과 국가정보원법, 경찰법 등 권력기관 개혁 3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9일 본회의까지 권력기관 개혁 3법을 반드시 처리해 국민의 명령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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