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비공개 회의선 '딜' 제안하기도…정의당 "독립성·중립성 우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4차 회의가 끝내 결렬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중립성 훼손에 대한 여권의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6일 이날 윤호중 법사위원장실에 항의 방문 차원으로 온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윤 위원장, 민주당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관련 긴급현안질의 개최 여부를 타진했지만, 합의는 결렬됐다. 50여분간 고성 끝에 위원장실을 나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위원장이 공정경제3법과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해주면 윤 총장을 부를 수 있다고 했다"며 "전혀 관련없는 사안끼리 거래하는 것을 정치가 해선 안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윤 위원장은 "간사 간에 정치적으로 잘 타결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윤 총장 출석을) 법안과 주고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정식으로 제안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는 여야 설전 끝에 40분 만에 파행됐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4차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 파행을 비판하며 "민주당은 법사위 중심으로 개정안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은 연내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미 이날 오후부터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에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정족 수를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바꾸는 데 중점을 둔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 25일에도 소위를 단독 개최하고 개정안 심사에 들어가면서 "최대한 야당 의원들이 들어오길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소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발을 의식해 다음 달 2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후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전략을 수정했다. 윤 총장과 추 장관 출석과 관련한 긴급현안질의로 여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할 경우 벌어질 파행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국회는 12월 9일까지다. 민주당은 2일 예산안과 비쟁점 법안을 처리한 뒤 공수처법과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쟁점법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여대야소 정국에서 민주당은 계획된 시일 내로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추천위원 3분의 2 이상 동의, 추천 의결 시한 최장 50일 등 공수처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선 여권인 정의당에서도 반감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26일 당 상무위원회에서 "공수처의 중립성·독립성이라는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공수처법 개정안이 논의되더라도 중립성·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정부·여당이 사실상 지명권을 가진 공수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당은 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사법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정당이고, 법정 시한을 이미 반 년 가까이 넘긴 공수처 설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서도 "최종적으로 합의가 무산되어 정부·여당이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하는 상황에 돌입하더라도 그 내용은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에서 비토권을 행사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공수처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동원하겠다는 계산은 정치적 묘수가 아니라 악수"라며 "차라리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끈기 있게 요구하는 것이 순리"라고 꼬집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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