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셈법 계산 중…바이든 입에 달려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당선된 가운데, 북한에서 이에 대한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도발'을 앞둔 폭풍전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향후 북한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과 함께 미국의 적대국으로 분류되는 이란 정부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 발표 보도에 즉각 반응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대화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영매체에 "차기 미국 정부가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고 국제무대에서 약속을 지키는 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북한은 관영매체와 선전매체를 통해서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 정권교체기마다 장거리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는 등 무력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에 위기 조성을 해왔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에는 장거리미사일 '은하2호'를 발사했고 곧바로 2차 핵실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을 쏘아올리며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로 불리는 극한의 상황까지 마주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선 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바랬던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아직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정책의 뚜렷한 윤곽이 나오지 않아 먼저 도발을 감행하기란 북한으로서도 '무리수'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토론 기간 북한의 핵능력을 축소한다는 데 합의한다면 북미정상회담을 할 의향이 있다고 긍정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렇기 때문에 최근의 북한의 '무반응'을 두고 현재 북한이 셈법을 고민 중이란 평가가 나온다. 북한으로선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로 쓰라린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촉각을 세우며 바이든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은 향후 방향 설정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면서 "북한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했을 텐데, 바이든이 당선돼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톱 다운(Top-down) 협상에서 바틈 업(Bottom-up) 협상으로 전환할지, 톱 다운을 위해 무력도발을 해 미국을 압박할지 고민 중"이라면서 "또, 한국 정부에게도 어떠한 미션을 부여할지 전반적으로 정책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선 "북한이 판단해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은 이르고, 바이든 행정부가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든지 또, 1월달 북한 당대회가 있으니 연계돼서 도발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앤소니 쿤 미 공영 라디오방송(NPR) 한국 특파원도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연 화상회의에서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북한이 도발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북한이 도발을 원치 않을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차기 미국 행정부의 주요 보직 인선과 정책 윤곽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면서 "중국 역시 북한의 도발을 빠르게 방지하려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바이든의 외교안보라인 주축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실무협상' 우선기조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바이든이 한·미·일 동맹관계 강화 언급이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든 당선자는 한·일 정상과 통화하며 동맹을 강조했다. 북한이 극도로 꺼려하는 한미연합훈련이 3월으로 확정된 상황이다.
아울러, 한일관계도 양측 고위급에서 회담이 성사되는 등 개선될 여지가 보이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 아래 동북아에서 한미일 삼각협력체제가 강화된다면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과민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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