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노영민 실장에 "그렇게 반응하면 어떡하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야당이 "살인자" 발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노 실장의 발언을 "가짜뉴스"로 규정하면서다.
국회 운영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청와대 예산안을 심의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가 오는 주말 민주노총의 집회 허용이 지난 8월 15일 보수단체의 집회를 막았던 것과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며 지난 4일 노 실장의 발언을 끄집어냈다.
포문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배 의원은 노 실장을 향해 "대통령을 곁에서 지켜야 하는 분이 저급한 길바닥 언어 같은 날카로운 언어로 말한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며 "(살인자 발언이) 틀렸나, 과했나"라고 따졌다. 노 실장은 "광화문 집회를 통해서 사망한 사람이 12명…"이라고 답했다.
이에 배 의원은 "국민을 대상으로 살인자라고 한 것에 입장 변화가 없는 것이냐"라고 재차 물었고, 노 실장은 "그런 말씀을 드린 적 없다", "허위로 자꾸 되물으시면 안 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원은 "허위라고 하면 안 된다. 살인자 발언은 노 실장이 했다"고 지적하자, 노 실장은 "국민을 대상으로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14일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단체가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총 1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는 점을 밝혔다.
김 의원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나중에 뒷감당을 어떡할 것인가"라며 "민중공동행동이 대규모로 집회해 코로나가 확산하면 그 부분은 노 실장 말씀대로 살인자가 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지난 4일 노 실장의 국정감사 발언을 강조했다.
보수단체가 주도한 8·15 광복절 집회와 민주노총 집회를 같은 기준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노 실장은 "집회 금지 쪽으로 한번 세게 추진해보겠다"면서 "집회 주동자들이 방역 당국 명령을 지키지 않아 확진자나 사망자가 나오면 비난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이 "어떤 비난이요"라고 묻자 노 실장은 "제가 지난번에 과하다고 했던 (살인자) 표현을 다시 하라는 말인가"라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이 "그때 살인자라고 했던…"이라고 말하자, 노 실장은 "국민에 대해 살인자라고 한 적 없다"며 "어디서 가짜뉴스가 나오나 했더니, 여기서 나온다. 속기록을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의원이 "저도 (속기록을) 봤다"고 맞서자, 노 실장은 "어디서 가짜뉴스가 나오나 했더니"라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노 실장이 야당 의원과 설전하는 과정에서 자칫 국회가 가짜뉴스를 내보내는 곳으로 오해할 발언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태년 운영위원장이 나섰다.
김 위원장이 "비서실장님, 그렇다고 그렇게 반응하면 어떡하나"라고 지적하자, 노 실장은 "지난번에 (광화문집회) 참석한 국민들에게 한 표현이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무슨 뜻으로 이야기하는 줄 안다"면서 "그렇게 발끈할 일은 아닌 것 같다"라며 차분하게 발언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논란이 된 노 실장의 지난 4일 발언은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박 의원은 노 실장에게 보수단체의 8·15 광복절 집회를 경찰이 경찰버스로 막아선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가두는 게 옳은 거라고 보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노 실장은 "사실 8․15 광복절 저 허가되지 않은 집회를 참석한 그 사건 때문에…", "여기 광화문 집회에서만 확진자가 600명 이상이 나왔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둑놈을 옹호하는 거야, 그러면"이라고 박 의원에게 따졌고, 노 실장도 "불법 집회에 참석한 사람을 지금 옹호하는 겁니까?"라고 힘을 보탰다.
노 실장은 이어 당시 집회로 인한 경제손실을 언급한 후 "사망까지 그렇게 많았는데, 사람까지 7명 이상이 죽었는데 그것을 지금 옹호하는 겁니까?"라고 밝힌 후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입니다, 살인자, 이 집회의 주동자들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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