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외 정책 급변 예상…"文정부 대북·대미 정책 바꿔야"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역대 가장 치열했던 미국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 지도자를 자처하며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서 기존 한미관계, 대북·북미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 정부와 국민이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유다. '바이든 시대'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바뀌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한 세미나가 12일 국회에서 열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회 글로벌외교안보 포럼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국 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 세미나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정치학 박사),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반기문 "국가 지도자, 통합·상식·공감 실천 노력해야"
반 전 사무총장은 "북한에 대해 바이든 당선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혀 다른 접근으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미국 새 행정부의) 간을 보는 조치를 취하면서 현상 타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미·중 신냉전과 관련해선 "사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너무 많은 갈등이 있어 은근히 바이든 당선을 기다렸을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국 태도는)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 갈등은 지속되겠지만, 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 문제와 글로벌 경제 등 세계인 공통 문제는 서로 협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해선 "북한 비핵화 문제는 한미 간에 조율되고 합의된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바텀업(상향식) 방식, 외교적 실효성에 입각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북 비핵화와 연동되지 않은 종전선언이나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미국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철저히 준비한 상황에 따라 한미동맹에 입각해 북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중재자를 넘어 이제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장선에서 반 전 사무총장은 우리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북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개념 정립 및 공개 △미 행정부 교체 시기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대북 압박 및 설득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한미동맹 정신 해치는 언행 자제 △정치권의 초당적 외교 협력 △조급함을 배제하고 국민 통합적 시각, 국인 차원에서의 한미관계 설정 등을 주문했다.
끝으로 반 전 사무총장은 "국가 지도자, 정치를 비롯한 여러 분야 지도자들이 편 가르기보다 통합을, 파격보다 상식을, 독선보다 공감을 실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대동소이했다. 이상현 연구위원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미국은 '리셋 2.0 시대'를 맞게 됐다"며 "기존 미국의 대외 전략에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대중 정책, 한반도 문제, 대북 정책 등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중 정책은 독자적 제재에서 동맹과 우방 협력을 통한 맞춤형 보복 및 광범위한 압박전선 구축, 한국의 방위비 부담금은 대폭 증액 요구에서 인상 압박 완화, 대북 정책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에서 실무진이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바텀업 방식으로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의 대응과 관련해 "미중관계가 이제 패권경쟁, 체제경쟁으로 빠르게 변화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사안별로,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들거나 중국을 적대하는 것이 아닌, '현명한 국가이익' 기준으로 선택한다는 평판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미동맹 관리 차원에서 양측 모두 잘못된 시그널, 혹은 노이즈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미중 갈등 지속…북한 문제 급변 한목소리
이신화 교수는 "비정상적이었던 미국 외교의 '정상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이 정치적 부담을 지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복원하고 주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독자적 행보보다 부담이 적은 다자외교 틀 및 다자안보 협력 내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북한 문제보다 중동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기승전북(北)'식 외교안보 정책에 매몰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최우선적 핵심 목표가 아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계속 추진할 경우 미국과 대북 정책 격차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정책 목표와 한미공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이 비핵화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단계별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지속적인 설득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의원는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 추진'으로 명백히 밝히고, 만일 북한이 내년 상반기 바이든 당선자의 정책 검토 기간 전략적 도발로 나온다 하더라도 무시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근식 교수는 "앞서 발제자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행히 바이든 후보가 당선돼 미국 민주주의 정상화, 글로벌 리더십 및 외교안보 정책의 정상적 상태 복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라인업에 6개월간 시간이 걸리고 문재인 정부는 1년 정도 남아 공조해서 (북한 문제에 대해)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시간적으로 부족하다"며 "야당이 내후년 정권 교체를 반드시 한다는 각오로 1년은 한미관계 등을 관리만 하고 내후년 정권 교체 후 바이든 행정부와 새 한국 정부가 한미공조, 북한·중국 문제를 푸는 장기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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