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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국민의힘, 보선·대선 '인물난' 바라보는 속내

  • 정치 | 2020-11-12 05:00
11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후보 중 국민의힘 소속은 순위권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발언을 듣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11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후보 중 국민의힘 소속은 순위권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발언을 듣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보선'은 룰 만드는 단계…'대선'은 더 두고 봐야"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발표된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1~5위에 이름을 올린 인사 중 국민의힘 소속은 없다. 차기 대선의 성패를 가늠할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군 중에서도 '필승'을 자신할 국민의힘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인물난에 시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내부 시선은 복잡미묘하다. 윤 총장의 급부상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권의 전방위 사퇴 압박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의 연장선에서 '환영'하는 기류도 있고, 아직도 '대안 인물'을 내세우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도 있다. 또한 인물난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위공직자' 윤석열 급부상에 대한 엇갈린 시선

쿠키뉴스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를 실시해 11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총장은 24.7%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22.2%), 이재명 경기도지사(18.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5.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2%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조사내용은 쿠키뉴스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윤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자(62.0%)와 국민의당 지지자(31.9%)의 높은 지지를 얻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범보수 진영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론조사는 변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현재 정치를 안 하고 있는 윤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문재인 정부의 폭정, 추 장관의 행태 등에 대한 국민의 반발로 본다"고 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을 유력 대권후보로 키워준 쪽은 '난폭한 여권'이고, 날개를 달아준 쪽은 '지리멸렬한 야권'"이라며 "권력이 때리면 때릴수록 (윤 총장 지지는) 커지고 있다. 무기력한 야권은 지리멸렬해져서 윤 총장 대망론에 크고 튼튼한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평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총장 지지율 1위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 그리고 정권 교체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죄송하다"면서 "이런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아직도 대안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야권의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려 제1야당 의원으로서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을 조롱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현직 검찰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 1위도 처음이지만, 제1야당 대선후보가 아예 순위가 없다는 것도 처음"이라며 "윤 총장의 국민의힘 대선주자 블로킹 현상은 국민의힘 입장으로서는 사실 미칠 일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도토리 후보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최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로 공식 출마선언을 한 박춘희 변호사(왼쪽, 서울시장 후보)와 박민식 전 의원(부산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박 전 의원 제공
최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로 공식 출마선언을 한 박춘희 변호사(왼쪽, 서울시장 후보)와 박민식 전 의원(부산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박 전 의원 제공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에 앞서 치러지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선에서 최근 4차례 주요 선거 연패를 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보선에서 승리해 대선에서 승리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보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필승'을 확신할 후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선 후보로는 민선 5·6기 서울 송파구청장을 역임한 박춘희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했고, 자천타천으로 권영세·박진·윤희숙 의원, 김선동 전 사무총장, 김용태·나경원·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시장 보선 후보로는 박민식 전 의원이 출마 선언을 했고, 서병수 의원(전 부산시장), 유재중·이진복·이언주 전 의원,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대위원장 등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박주민 의원(서울시장 후보),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김해영 전 최고위원, 박인영 부산 시의원(부산시장 후보)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 "인물난은 너무 나간 이야기"

이 가운데 내부 인사만으로 승리를 확신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과의 연대를 통한 '시민후보론'을 언급하면서 최적의 시민후보를 찾기 위한 공청회를 서울과 부산에서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주요 당직을 맡은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보선 룰을 만들고 있고, 룰이 만들어지고 나면 출마하려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할 것"이라며 "룰을 만드는 단계에서 인물난을 이야기하는 건 너무 나간 것이다. 그 이후에 치러지는 대선도 아직 많이 남은 만큼 성급하게 인물난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선의 경우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과 우리 당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비교하면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번 보선은 누가 서울·부산시장 역할을 더 잘하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우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우리에게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당내 일각에서 '후보가 없다'는 말도 나왔는데, 내부에서 준비하는 후보자들의 기를 죽이지 않아야 한다. 내부에 좋은 후보자들이 있고, 이들을 잘 드러내면 된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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