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부담스럽지만 검찰개혁 수행 지원에 무게"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 감사 지시로 법무부-검찰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갈등 해소 방법을 놓고 여당이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동시에 '정치인 윤석열'을 띄우는 추 장관의 거친 행보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 장관이 제기한 '특활비' 논쟁이 정치권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법무부와 대검찰청을 방문해 특활비 지급 내역 등을 현장 검증했다. 앞서 지난 6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해 대검 특활비 사용 내역 조사를 지시했고, 이에 야당 의원들이 반발, 법무부와 검찰 특활비를 함께 검증하자고 요구해 여야가 합의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법사위 현장 검증에도 갈등은 해소되지 못했다. 법무부는 이날 법사위 현장 검증 결과에 대해 "추 장관은 예년과는 달리 검찰 특수활동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이어진 법사위 위원들의 문서검증 및 질의답변을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특활비 집행 관련 자료를 내지 않았다"며 법무부의 특활비 자료 제출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내에선 윤 총장 거취를 놓고 '자진 사퇴' 압박이 거세다.
양항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관련 전방위 압수수색에 대해 "원전 수사 본질은 윤석열 검찰의 정치 개입"이라며 "인사가 마음에 안 들고, 국가 정책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검찰 복을 벗고 정치적 발언권을 얻으시라"고 했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여당 의원들이 정치적 행위를 한다는 검찰총장을 자르지는 않고 공격하고 있다'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검찰총장을 경질하려고 하면 명백한 불법행위가 드러나야 한다. 그 사람이 뭔가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자를 수는 없다"며 "검찰총장이 이 정도로 정치 전면에 나섰으면 본인 스스로가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윤 총장이 '자진 사퇴' 압박을 버티는 상황에서 '특활비 유용' 의혹 제기 등 추 장관의 거친 행보는 당에도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을 두고 추 장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여론조사도 지난 8일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드루킹(댓글 조작) 사건도 추미애 (당시) 대표가 고발해서 저렇게 시작됐고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실형을 받았다"면서 추 장관이 민주당 대표시절 드루킹 댓글조작 수사를 의뢰해 특검으로 김 지사 발목을 잡은 것처럼 이번 '검찰 특활비' 조사 지시도 제 발등을 찍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추 장관이 검찰과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정치인 윤석열'을 띄워주고 있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윤 총장이 과한 측면이 있지만 추 장관도 좋다고 볼 순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민주당은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 국면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난처해하는 분위기다. 윤 총장을 해임할 경우 자칫 '검찰 탄압'이라는 후폭풍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 동시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선 추 장관에도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전체적으로 윤 총장이 정치적 행보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윤 총장이 문제가 있다는 데 대해선 공감대가 상당히 넓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이) 계속 부딪히고 있어서 여러 걱정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추 장관 행보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검찰개혁 과제가 남아있는 상태라 현직 장관이 업무를 잘 수행하게 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더 있다"며 "두 사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에 대해 아직 의견이 모인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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