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생각 바뀐 김종인…야권 '인물난' 극복할까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가을 바람이 한층 더 쌀쌀해졌습니다. 어김없이 내년 한 해 살림을 결정하는 예산 정국이 시작됐죠. 정치권도 바쁜 한 주를 보내고 있는데요. 내년 4월 열리는 서울·부산 보궐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야권에선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미국 대선도 치러졌는데요. 국민들은 선거가 시작될 때부터 높은 관심을 보이며 관련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당선 확정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면서 일부는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죠. 정치권에선 입법·예산 활동과 더불어 '후원금 모금' 홍보가 한창인데요. 솔직·대담하게 국민에게 후원을 호소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지난 3일엔 국정원 국정감사가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특별한 경험을 하고 왔다고 하는데요. 먼저 '뜨거운 감자'였던 미국 대선에 대한 청와대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혼돈의 미국 대선…긴박한 청와대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느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정권 교체를 이루느냐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이 불가피하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죠?
-그렇습니다. 미국 대선은 외교·안보·경제 등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사실 미국 대통령은 농담 반 진담 반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잖습니까? 초강대국 미국은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미국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청와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우선 미국 대선과 관련한 언급을 삼가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나가겠다고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다만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해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로서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을 천명하면서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사상 유례 없는 혼란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맞습니다.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가 법적 다툼을 벌여보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당선인 확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까지도 당선인 확정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당선인 확정이 늦어질수록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 문제에도 차질이 예상됩니다.
-일단 3일(한국시간) 시작된 개표가 6일까지 나흘째 경합주(州) 우편투표 개표 지연으로 미국 대선 결과 발표도 늦어지고 있는데, '대체 언제 끝나냐'는 볼멘소리도 나오더군요.(웃음) 미 대선 취재를 지원하는 한 기자는 미국과 시차 때문에 피로를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기자는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전국 지지율에서 큰 차이로 앞선 것을 언급하며 선거가 싱겁게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습니다.
-미국 선거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간선제인 만큼 복잡하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빠르고 정확한 개표와 비교하면서 "선거도 K선거"라더군요.(웃음)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 간 인구 수와 땅덩이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무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의 우편투표 중단 소송과 재검표 요구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미 대선, 원만히 매듭지어지길 바라봅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와 미국 문화가 다르다는 걸 실감케 하는 게 하나 또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더군요. 원래 부정선거는 야당쪽에 주로 주장하는 이슈가 아닌가요? 역시 미국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인물난'에 바뀐 김종인의 '안철수 생각'?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의 필승을 위해 총력전을 준비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죠. 그간 안 대표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불쾌해하면서 혹평을 쏟아냈는데, 이제는 여차하면 함께 갈 수도 있다로 분위기가 바뀐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된 거죠?
-네, 국민의힘은 내후년 대선의 전초전이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잘못으로 열리는 제1·2 도시 보선에서도 이기지 못 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위기감 속에 보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물난'입니다. 승리를 가져올 확실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도 외부의 유력한 후보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선에서 '시민 후보'가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경선) 룰을 어떻게 선출하느냐에 따라 달려있고 그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될 수 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할 사항은 아니다"고 했습니다. 이는 최근까지도 안 대표의 정치력을 평가절하했던 것을 감안하면 전향적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사실 안 대표에 대해선 김 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지도부, 중진 의원 등이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왔습니다. 사실상 김 위원장만 안 대표에 대한 혹평을 이어온 건데요. 경선 룰 확정이 임박하면서 내부적인 재보선 준비 절차가 본격화하자 인물난, 당의 대체적 여론 등을 감안해 안 대표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경선 룰도 외부 인사가 관심을 갖도록 수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죠?
-그렇습니다. 원래 국민의힘 내부 경선을 당원 투표 비율이 50%인데요, 이것을 10~20%로 낮추고 시민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는 경선 룰을 조만간 확정·발표할 예정입니다. 외부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문을 더 넓혀 준 겁니다. 다만 안 대표는 여전히 국민의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어 실제 양측이 힘을 합칠지는 미지수입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낮습니다. 안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강연에서 "국민의힘은 비호감도가 높아 국민이 표를 주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혁신 플랫폼을 통한 야권 재편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연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서울시장 보선에 절대 안 나간다고 했던 기존 발언과 달라진 게 없다"고 대선 직행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습니다.
◆"의원님은 영업왕?"...정치권, 후원금 열기 후끈
-올해를 두 달 남겨두고 국회의원의 정치후원금 모금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것 같네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원금 모금에 공개적으로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네. '한 푼 줍쇼' 호소 작전이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정 의원은 공개 후원 모금 활동에 나선 지 10일 만인 지난 5일 SNS를 통해 "총 2089분께서 (후원해) 1억3570만 원이 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초선의원님들 앵벌이 단장을 맡겠다"고 자처했는데요. 본인 후원금이 다 채워가니 후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같은 당 소속 초선 의원들의 후원금 모금을 홍보해준다는 것이죠. 정치후원금은 '쪼개기 후원' 등 편법 논란 등도 있지만 정치인이 깨끗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국회의원은 매년 정치후원금을 1억5000만 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 원)까지 후원회를 통해 모금할 수 있습니다.
-후원을 부탁한 의원 측은 정 의원 홍보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최혜영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이 다른 의원의 후원을 돕는 일은 그동안 많이 있었긴 했다. 후원을 홍보해주니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많은 분이 후원해주고 있진 않다"며 "예산과 법안 처리를 끝낸 다음 SNS 등을 통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후원 호소 방식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군자금이 부족해 저랑 의원실 보좌진들이 굶고 있다. 매일 김밥이 지겹다"며 후원을 부탁한 바 있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개혁의 쓰임새는 참으로 다양한 것 같다"고 지적했고요. 한 의원도 사석에서 "후원금이 안 모이면 안 모이는 대로 의정활동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후원금이 있으면 정치활동을 풍족하게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의원이 '한 푼 줍쇼'라고 말하는 건 모양 빠지지 않나 싶다. 정치후원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의원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후원금을 많이 받아오면 좋다. 우리 의원님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좋겠다"는 의원실 반응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에 정치후원금도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요즘 많이 어려워 후원금이 많이 안 모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후원금이 많다고 의정활동을 잘했거나 적다고 활동을 못하는 건 아니다"라며 "언론에서도 정치후원금 순위 보도는 지양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철통보안 국정원, 국회 기자가 총 쏘게 된 사연(?)
-지난 3일 국가정보원 국정감사가 있었죠. 최근 북한 통치방식 변화와 코로나19 상황 등이 보고됐죠. 그런데 취재진들이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고요?
-맞습니다. 국가정보원은 1급 기밀 국가시설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인데요. 국회 정보위원회의 피감기관으로 국정감사 또한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취재진은 따로 배치된 차량을 통해 국정원 내부로 들어갈 순 있었지만 기자회견장 안에서 관련 브리핑을 대기했는데요. 이날 국정원은 취재진에게 '사격 체험'을 제공했습니다.
-사격 체험은 국정원 참관·방문인 중에서도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인데요. 취재진들은 리볼버 권총 38구경 5발을 10m 거리에 있는 과녁을 향해 쏘는 진귀한 체험을 했습니다.
-방탄복을 입고 사격대 앞에 서니 긴장이 되기도 하고 정말 신기하더군요. 귀마개를 쓰고 꽤 무거운 권총을 들어보니 비로소 '진짜 총'이란 게 실감났습니다. 반동도 엄청납니다. 취재진은 큰 총소리에 놀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이곳 국정원 사람들은 총을 무서워하는 사람을 더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격은 위험하고 긴장되는 행위인 듯 합니다.(웃음)
-취재진은 사격 후 직접 쏜 과녁판을 기념품으로 받기도 했는데요. 사격 실력은 천차만별이었다고 하는 후문입니다.(웃음) 취재진들이 사격했던 연습장은 실제 국정원 요원들이 사격 훈련과 연습에 임하는 장소라고 하네요. 회색 빛 연습장과 귀마개, 안전 장치에 걸린 권총들을 보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취재진은 모두 휴대폰 카메라 등에 '촬영금지'라는 스티커를 부착했는데요. 이 장면을 담아오지 못한 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편 이날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신변 관련 정보, 통치방식 변화, 군의 세대교체와 8차 당대회 준비 등 동향과 김여정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근황 등을 설명했습니다. 또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한 북한의 상황도 전해졌습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남북 합동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국회 법사위에 울려 퍼진 "'의원님 살려주세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라고 발언에 구설에 올랐습니다. 어쩌다 이런 발언이 나왔죠?
-지난 5일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내 최대 법률정보 데이터베이스(DB) 프로그램인 법고을LX 관련 예산이 삭감된 점을 법원행정처장에게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박 의원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 "'의원님들 꼭 살려주십시오' 해야 한다.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일이다. 다리 상판 하나에 해당하는 돈밖에 안 된다"며 "살려주십시오 한번 하세요"라고 거듭 요구했습니다.
-박 의원의 발언이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일었는데, 박 의원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박 의원은 논란이 확산하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라며 "너무나 안타까웠다. 수억, 수십억 되는 큰돈도 아닌데, 왜 이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는지, 있는 것마저도 깎이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라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표현이 예산심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이 마치 우월적 권한을 남용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와 같은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낙연 대표도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화를 냈다고요?
-6일 오전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취재진이 박 의원 발언 논란을 묻자 "공직자는 항상 말을 골라가며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이 발언을 할 때는 목소리에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이 대표가 박 의원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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