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싸움에 "결국 정리될 것" 뒷짐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한 차례 연기돼 4일 뒤늦게 실시한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대상 국정감사에선 여권 인사 연루설이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건부터 더불어민주당 보궐 공천용 당헌 개정,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특히 야권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한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질의응답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 "결국 정리될 것"이라며 모호하게 답변했다.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 계속 뒷짐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 유효"라면서 "검찰은 민주적 통제 대상"
노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법무 장관·검찰총장 충돌에 대해 "결국 정리돼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분이 다 지혜로운 분이니 잘 해결하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야권은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두 사람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봉합해야 할 때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권에서조차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면 총리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 실장은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의 업무 고유 권한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만들어진 중앙행정 기관이다. 검사에 관한 관장 권한을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다"며 원론적 답변을 이어간 뒤 "이 상황이 결국은 정리돼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임명 당시 당부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중 수사하라'는 지시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도 통제받는 권력'이라는 여당 의원 발언에 "일리가 있다"며 "검찰이 갖고 있는 기소 독점이나 기소 편의주의 등 막강한 권한에 대한 일정 부분의 문민 통제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 줬다"고 했다. 검찰 통제의 권한이 법무부 장관에 있다며 추 장관 편을 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윤 총장 임기보장 메시지' 진위에 대해선 "인사 관련된 것들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여러 차례 답변을 거부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23일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말씀을 전해주셨다"고 했다.
◆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월북·시신훼손 여부 "추가 규명해야"
이날 운영위에선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향한 북한 총격 사건 관련 청와대 보고 시스템과 대응 미비 등이 집중 추궁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청와대가 사건과 관련해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저자세로 나오자 허탈하게 마무리됐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규명이 더 필요한 대상에 대해 야당 의원이 묻자 피격당한 경과 과정, 시신 훼손 부분, 월북 문제 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서 실장은 또 "최근 서해 수역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피격 사망사건은 발생해서는 안 될 대단히 유감스러운 사건"이라며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노 실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회 시정연설을 하며 공무원 피격 사건을 '사망 사건'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피살 사건이 맞다"며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수긍했다. 노 실장은 "형식상으로 현재 사건이 최종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격을 규정짓지 않아 초기에 사망 사건이라고 썼었다"고 해명했다.
◆"권력형 비리 없어졌다 자부" "부동산 시장 안정화될 것" 자평
라임·옵티머스 사건 특검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연루된 점을 들며 이를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며 맞섰다.
노 실장은 "문 정부 이후 권력형 비리가 없어졌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물음에 "문재인 정부에서 권력형 비리가 없어졌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이모 전 행정관이 옵티머스 사건에 연루된 데 대해 "이 전 행정관 재직 중에 일어났던 사안이 아니다"며 "아직 피고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정수석실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검증이라는 건 수사가 아니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출된 자료에 의해서만 (검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노 실장은 야당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정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공급 정책이나. 부동산 보유 정책, 조세 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상당 부분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강남 4구에선 13주째 매매 가격이 보합 상태"라면서 "다만 수도권 전세 가격은 상승 폭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세가 상승 배경은 "세대분할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불법 집회자는 살인자" vs "대통령 모욕말라" 고성
이날 국감장에서도 어김없이 여야 간 고성과 설전이 오갔다.
여야 첫 충돌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마련한 당헌을 더불어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내기 위해 최근 개정한 데 대한 질의응답이 오가면서다. 해당 당헌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 할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이대로라면 성추행 혐의로 물러난 서울과 부산에 민주당은 공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대통령께서 '무공천 당헌'이 정치발전 출발점이라고 자랑하셨는데, 민주당 대표에 의해 하루아침에 폐기됐다"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 내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지금 민주당 국정감사를 하는 것이냐" "왜 청와대에 당헌을 묻느냐"라면서 항의했다.
장내가 진정되자 노 실장은 "대통령께서는 정당 내부의 활동이나 결정, 특히 선거관련 사항은 밝힌 것이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청와대가 김학의·장자연 사건은 진상 규명을 지시하고, 추미애·윤석열 갈등과 박원순 사건,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선 침묵한다며 "선택적 침묵"이라고 지적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다시 항의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원이 국감장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한다"며 "대통령 욕보이는 게 국회의원이 할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 집회 통제를 놓고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15 광복절 집회 당시 참가자 주위를 경찰이 버스로 둘러싼 사진을 보이면서 "'재인산성'을 보고 소름이 돋는다. 경찰이 버스로 국민을 코로나 소굴에 가뒀고 대통령은 경찰을 치하했다"고 했다.
이에 노 실장은 "이 사건 때문에 정말로 많은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도 엄청나게 나왔다"고 맞받았다.
박 의원이 "빈 공간을 두고 국민을 가뒀다"며 경찰이 차벽으로 감염도를 높인 것이라고 반박하자 노 실장은 "허가되지 않았던 집회"라며 "광복절 집회로 확진자가 600명 이상 나왔다. 경제 성장률 0.5%포인트 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했다. 이어 "불법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을 옹호하는 것인가, 어떻게 국회의원이 불법을 옹호하나"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다"라는 격앙된 반응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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