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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국민의힘, '호남' 공들이다 '본진' 흔들

  • 정치 | 2020-11-04 05:00
광주광역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3일 오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호남동행 국회의원과 광주시 5개 자치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협의회가 개최됐다. /광주=나소희 기자
광주광역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3일 오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호남동행 국회의원과 광주시 5개 자치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협의회가 개최됐다. /광주=나소희 기자

텃밭, 전통적 지지층 떠나며 지지율 '민주당 절반' 수준 유지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21대 총선 참패 직후 당 수습과 재건을 이끌 적임자로 낙점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 절반(내년 4월 7일까지)이 지난 가운데 당 안팎에서 부정적 기류가 커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내후년 대통령 선거 승패를 가늠할 전초전 성격의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가량 앞두고 지지율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갤럽의 10월 4주 차(조사기간 10월 27~29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20%로 더불어민주당(40%)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양당 지지율은 10월 2주 차부터 3주 연속 두 배가 넘는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지역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 30%를 기록, 34%를 기록한 민주당에 뒤처졌다. 33%로 국민의힘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PK(부산·경남)에선 민주당이 31%를 기록하면서 양당 격차는 2%에 불과했다.

연령대별 조사에서는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지지가 높았던 60대 이상에서도 민주당(31%)이 3%포인트 앞서면서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도했다. 뿐만 아니라 성별 조사에서도 남녀 모두 민주당이 두 자릿수로 앞섰다(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이는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보다 중도층 공략에 공을 들이는 김종인 체제에 대한 반감이 작용하면서 지지층이 이탈한 결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를 방문한 데 이어 닷새만인 3일 다시 광주를 찾으며 호남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장 급한 것은 서울·부산 보선인데, 대선을 더 염두에 두는 듯한 행보에 당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5선, 대구 수성을)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 최대 지지 지역인 TK에서 지지율이 역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당 지도부는) 보선도 없는 호남에 가서 표 구걸이나 한가하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며 "호남에 가서 벼락치기 공들인다고 서울 호남분들이 보선 때 우리 당으로 즉시 돌아오겠나. 김 위원장이야 (당을) 그냥 나가면 그만이지만, 이 당을 지켜온 우리는 또다시 형극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PK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부산 지역 중진 의원들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차기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집토끼를 좀 더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 의원은 "중도와 외연 확장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우리 지지자들이 서운해하고, 마음을 다치고 떠난다는 우려를 전달했다"며 "지지자가 결속할 수 있게 하는 대안도 만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비대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호남에 가서 선심성 공약을 할 만큼 한가로운 시기가 아닌데, 무엇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집값 및 전셋값 급등, 고용 부진, 북한과의 관계 악화, 라임·옵티머스 사태 정권 관계자 연루설 등 정부·여당에 대한 악재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부산시장 보선도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성범죄 의혹으로 열리게 됐다. 일반적 경우라면 국민의힘의 압승이 당연한 상황이지만 당 지지율, 후보군 등을 살피면 압승은커녕 승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나오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가던 길을 계속 가겠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TK 민심이 떠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너무 없는 일을 자꾸 만들어서 확대하지 말라"며 "지역에서 느끼는 느낌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자꾸 없는 일을 만들어서 확대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자신의 느낌을 토대로 반박했다.

주 원내대표가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와 본인의 느낌은 다르다고 하지만, 이웃 지역구인 홍 의원은 "2일 대구에 가니 주호영 원내대표는 아마 다음 총선 때 '광주'에서 출마하나보다고 대구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었다"고 지역 느낌을 다르게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집토끼 홀대론이 나온다'는 기자들 질의에 "여론조사는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우리가 설정한 것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통적, 강성 보수는 현재의 중도로의 외연 확장에 불만을 가져도 선거에선 민주당이 아니라 본인들을 찍을 것이라 확신하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선거인 대선에선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에선 실망한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토끼 대신 산토끼를 택한 김 위원장의 행보가 다가오는 재보선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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