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권력 장악 부족 등 국내 정치 상황 때문?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극우성향인 신조 아베 전 총리와는 다를 거란 기대와는 달리 아베 내각의 온전한 계승을 내세운 행보를 보여 우리 정부에 실망감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는 미묘한 국내정치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스가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일제 강제징용 배상 소송에 관한 우리 정부의 조치 등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14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스가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인해 사실상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는 성사가 어렵게 됐다.
청와대는 이 소식이 들리자 즉각 반응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을 통해 "만난다, 만나지 않는다가 양국 간 현안 해결에 전제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며 "문제를 풀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오히려 만나서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스가 총리는 17일 야스쿠니 신사의 가을 큰 제사(추계예대제)에 공물을 봉납했다. 스가 총리는 7년 8개월 동안 관방장관으로 있으면서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고 공물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의외의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논평을 내고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정부 및 의회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스가 총리는 직접 참배하지 않아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어느정도 피해갔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요구하는 일본 내 우익 세력에는 어느 정도 성의를 표시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가 총리는 그동안 주변국과의 외교에서 '온건파'로 분류됐다. 아베 총리와 같이 뚜렷한 정치색을 강조하기보단 현실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였다. 하지만 아베 정권을 승계하겠다는 노선과 국내 정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때문에 이같은 행보를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스가 총리는 자민당 많은 파벌의 지원으로 총리가 됐지만, 그중 최대 파벌은 극우성향 파벌이었다"며 "이들의 지지를 받고 총리가 됐기 때문에 (야스쿠니에)공물을 바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지지율은 떨어졌기 때문에 극우 성향 지지자들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이뤄진 걸로 보인다"면서 "조건부 한·중·일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도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강경한 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와는 다르게 스가 총리가 현재 특사를 보내 주요 우리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스가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지난 17일 방한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나 한·일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스가 총리가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해석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통화에서 스가 총리에 대해 "아직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숙하고 안정감이 떨어진다"면서 "아베 전 총리가 두번이나 야스쿠니 참배를 갔는데 이를 말리지도 못했다. 권력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정치 입지가 불안하기 때문에 한국 때리기를 하면서 아베 정권의 정책과 이념을 승계한다고 천명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라며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떨어진 지지율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최근 급속도로 7%의 지지율이 빠지긴 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5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이기 때문에 이 상황이 지지율 때문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전 총리는 퇴임한 지 사흘 만인 지난달 19일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고, 또 한 달 만인 19일 참배하는 행보를 보여 극우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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