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악어의 눈물', '감성정치' 의도"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왜 울먹이며 눈물까지 보였을까. 의도된 연출일까, 북한 주민들에게 진짜 미안해서였을까. 김 위원장이 인민들에 감사 표시를 전하면서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쳐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와 함께 그 의도에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단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눈물을 "의도적"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정상국가 지도자들처럼 김 위원장이 '감성정치'를 사용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올해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며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고 인민들을 달랬다.
아울러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은 '고맙습니다' 한마디뿐"이라며 "모두가 무병 무탈해 주셔서, 한 명의 악성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자도 없이 건강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김 위원장은 연설 내용 중 10여 차례에 걸쳐 북한 주민들과 군 장병들에 '고맙다' '미안하다'를 반복했고, 자신의 고충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 국민에게도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최악의 남북관계라고 불리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유화 메시지' 전한 것이다.
현재 북한은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 수해 등 '삼중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 위원장의 눈물은 인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감성 정치'를 통해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선대인 김일성 전 주석,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리더십과는 다르게 그동안 '감성 리더십'을 선보였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2014년 평양 재건축 아파트가 붕괴했을 당시 유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기도 했고, 2017년 신년사에서는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자책"이라는 표현을 쓰며 2016년을 평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 '악어의 눈물', '감성정치' 등 의도적으로 김 위원장이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눈물을 '악어의눈물'(거짓 눈물 또는 위선적인 행위를 일컫는 용어)에 비유했다.
그는 "인민들과 함께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말뿐 아니라 마음속 깊이 인민들을 위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도된 눈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대 지도자들과 이미지 차별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세계 지도자들의 유행을 감지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도) 다가가는 감성 이미지라는 세계적인 조류를 같이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정은 리더십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라고 평가하며 "그렇게 다가가는 게 실제로 효과가 있고. 소위 말하는 백두혈통과 철권통치로만은 국민들 붙잡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라고 평가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이날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북한 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확대하려고 하는 연출된 작업"이라며 "김 위원장이, 특히 최근에 경제난으로 인해서 고통을 받는 북한의 주민들을 위해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뭔가 리더십을 조금 더 확보하려고 하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봤다.
한편, 남측에 '사랑하는 남녘동포들'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향후 미국 대선 이후 북미협상을 두고 한국정부를 잡아놓으려는 포석이라는 평가가 우세적이였다. 그동안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 연평도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사건으로 악화됐던 남북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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