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 강화 메시지도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을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했다. 직접 연설에 나선 김 위원장은 한국을 향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길 기원한다"고 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열병식을 19시간이 지난 오후 7시 녹화 중계했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떠올리게 하는 밝은 회색 정장에 짙은 회색 넥타이를 맨 채 직접 연설에 나서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겠다"면서도 이를 남용하거나 선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 누구를 겨냥해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라면서도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가장 강한 공격적 힘,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위협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남측에는 코로나19 사태를 잘 극복하라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는 코로나19 확진자나 사망자가 없다"며 "한 명의 악성 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올해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며 북한이 올해 겪은 '삼중고'에 대해 주민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여러차례 전하기도 했다. 그는 "연초부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도전과 장애로 참으로 힘겨웠다"며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며 "너무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장병)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군 원수들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참모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모습도 보였다.
명예 기병 상징 종대와 53개 도보중대, 22개 기계화 종대 등이 김일성 광장에 차례로 입장하며 열병식이 시작됐다. 각 종대는 "김정은 결사옹위"를 외치며 도열했다.
중앙TV는 "할아버지 세대로 불리는 정규 무력의 첫 열병식 참가자들이 원자탄과 맞서야 했던 무기는 보병총에 불과했다"며 "오늘의 열병식에 참가하게 될 그들의 손자 세대는 너무도 변했고 누구도 상상 못 할 힘을 가지고 세상에 그것을 과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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