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일본 총선거가 변수 될 듯"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중·참의원 양원 총회에서 자민당 총재로 당선됐다. 오는 16일 일본 중의원에서 새로운 총리로 지명될 예정인 가운데, 향후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스가 총리가 취임해도 당분간 한일관계가 급진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 내부 정치 즉, 앞으로 있을 일본 총선거가 변수가 될 거라고 보았다.
최근 스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기도 해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12일 일·미 동맹을 기축으로 한국과 중국 등 이웃 국가와도 확실히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베 신조 총리의 외교 정책을 극찬한 뒤 외교면에서 아베 총리에게 조언을 구하며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혀 일각에선 한일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한일관계는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기점으로 최악인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해 7월 반도체 핵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와 함께 한국을 수출절차 우대국,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후,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위기까지 나왔지만, 지난해 청와대의 종료 유예로 일단락된 상황으로 현재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다.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의 2인자로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외교정책에서 많이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정부의 대변인답게 그동안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한일 역사문제에서 강경입장을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스가 관방장관이 다양한 파벌의 지지를 받아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만큼 외교정책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할 거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총선거에서 독자적인 지지 기반을 확보한다면, 아베 총리와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스가 장관이 총리로 취임한 후 정치적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것이란 분석이 일본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에서 총리가 의원을 해산할 권리를 갖는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단기간 내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면서 "스가 장관은 아베 정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180도 다른 정책을 펼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의원 해산 등 일본 국내 정치가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본인의 정치색을 내기 시작할지는 알 수 없지만,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도 통화에서 "급진적인 한일관계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파벌들의 지원으로 장관이 되고 총리가 됐기 때문에 아베 정권의 정책을 금방 바꾸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로 인해 외교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보았다 .
그러면서도 "총선거가 실시돼 선거에서 이겨버리면 총리 선출에 대한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좀 더 여유 있게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라며 "스가의 색깔은 아베 총리와는 상당히 대조된다. 아베는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반면, 스가는 물미 교섭을 통한 대화파이기 때문에 변화가 조금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선거는 중·참의원 양원 총회에서 양원 의장을 제외한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394명)과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지구당) 대표 당원들(47×3=141명)이 한 표씩 행사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총재 선거에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도 스가 장관과 함께 출마했지만, 스가 장관은 377표, 이시바 간사장은 68표, 기시다 정조회장은 89표로 스가 장관에 비해 역부족이었다. 앞서 스가 장관은 선거에 자민당 7개의 파벌 중 5개의 파벌에서 이미 지지를 받아 과반을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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