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들, 홍남기 집중포화…당원 게시판 "전 국민 지급" 폭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3일 만에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당 안팎 반발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당 일부 의원들은 '선별 지급'으로 이 대표와 뜻을 함께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날을 세웠고, 2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도 폭주하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과 정부는 이번 주 당정 협의를 거쳐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재난을 더 많이 겪고 고통을 더 당하시는 분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와드리는 것이 원래 취지에 맞다"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맞춤형' 선별 지급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국민 지급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류는 그렇게는 안 보인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선별지급에 따른 핵심 지지층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지지층 여부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시사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30만 원씩 50~100번을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비율인 110%에 도달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철없는 얘기"라고 비판한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에 동조하기도 했다.
그러자 여당 일부 의원들은 홍 부총리를 수위 높게 비판하며 '지원금 보편 지급' 방식을 지지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 지사가 언급한 대로) 재난지원금 100번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화급한 상황 아닌가. 한가하게 국가부채 운운하며 재난지원금에 완고한 홍 부총리야말로 무대책이고 무책임하다"라고 했고, 같은 당 이규민 의원도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2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은 현재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더 많은 수의 국민이 지지하고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이 지사 본인도 "재정건전성 걱정에 시간만 허비하다 '경제회생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본인의 '보편 지급론' 주장이 타당함을 거듭 강조했다. 김남국 의원은 "사실 당내에서 많은 목소리는 선별 지급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 대표가) 미래통합당 야당과 일치하는 목소리"라며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까지 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이 여권 차기 유력 대선주자 간 기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벌써부터 이재명 지사 라인으로 눈도장 찍고 줄 서는 것인가. 포퓰리즘 정책을 번번이 반대하는 부총리가 미운 것인가"라며 "여당 의원들과 여당 대선주자가, 정부 관료를 비난하고 윽박지르는 것은 레임덕 징후 아니면 흔치 않은 일이다. 기이한 풍경"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민주당 당원들도 선별 지급 방식이 못마땅하다는 분위기다. 이날 이 대표가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방침을 명확히 하자 당원 게시판에는 불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모르는 당 대표'라는 글에서는 "재난지원금을 통합당과 선별지급으로 합의한다니. 복지정책이 이제부턴 변하는 거냐. 당 대표가 국민의힘(통합당 새 당명)으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 대표의 정치 성향을 비꼬았다.
이 외에 "민주당은 선별 지급한 적이 없다. 무상급식할 때도 지켜온 정책" "통합당과 적폐들이 바라는 게 선별지급이다. 그들 반대로 해야 성공한다" "논란 야기하지말고 1차 때 동일하게 지급하라. 사법부 언론 개혁 실기하지 말고 해라. 대선 앞에 강력한 추진 리더 의문스럽다"는 등의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이 지사가 지난달 24일 2차 지원금 보편 지급을 주장하며 "(선별지급 주장은) 재난지원금의 성격을 오해하고,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해 국민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며, 민주당이 견지해온 보편복지 노선을 버리고 보수야당의 선별복지 노선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같은 논리다.
이 지사의 주장대로 실제 보편복지 노선은 민주당에 외연 확장 효과를 안기며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다지는 토대가 됐다. 10년 전 정치권은 '무상급식' 이슈를 놓고 진보와 보수 진영이 정면대결을 펼쳤고, 그 결과 2011년 당시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이후 민주당이 서울시 지자체장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당 안팎의 강한 반발에도 이 대표가 '선별 지급'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보편복지' 노선을 선점한 이 지사와 차별화하고, 자신의 '실용적 진보주의' 정치 철학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년 7개월간의 국무총리직을 마치고 정치권으로 복귀하기 전 '실용적 진보주의'를 내세우며 "추구하는 가치만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로선 대권 행보를 위한 장기적인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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