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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국민 민폐' 전광훈과 '더 민폐' 여야 정치권

  • 정치 | 2020-08-19 05:00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잔가 급증하면서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서 시위대에 손 흔드는 전 목사. /임영무 기자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잔가 급증하면서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서 시위대에 손 흔드는 전 목사. /임영무 기자

소모적 이념 논쟁으로 '제2의 전광훈' 만들기 않기를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일어탁수(一魚濁水), 물고기 한마리가 물을 흐린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지난 15일 행동을 두고 하고 싶은 말이다. 약 6개월 동안 국민은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마스크와 개인위생, 그리고 평소 누려야 할 것들을 누르고 눌러왔다. 현재도 그렇다.

그런데 1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 246명이 발생했다. 정부는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들어갔다. 몇 달을 가정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대다수 국민의 노력은 전광훈 목사와 그를 따르는 일부 신도들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번 전 목사와 일부 교인들의 행동은 정부의 방역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일상을 살아가는 공동체의 안위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전 목사와 일부 교인들의 이번 행동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그들만을 위한 세상에 사는 지극히 이기주의적 태도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자유가 공동체의 안위를 흔들고 위험하게 한다면 더는 자유가 아니다.

따라서 전 목사와 일부 교인들의 행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누리는 시위와 집회의 자유가 아니라 '방종'에 가깝다. 얼핏 이들의 행동이 자유인 것 같지만, 방종에 가까운 것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타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들이 과연 본인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금 나아진 일상을 살아가던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 이들에게 정부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6일 정부가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산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거리가 다시 한산해진 모습. /남용희 기자
지난 16일 정부가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산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거리가 다시 한산해진 모습. /남용희 기자

전 목사와 일부 교인들을 향해 이런 말도 나온다. '치료비를 개인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강력한 처벌과 함께 엄청난 금액의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등이다.

여기에 더 한심한 건 이 '전광훈'이라는 사람을 놓고 벌이는 여야 정치권의 쓸데없는 논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을 향해 "8.15 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전광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비호한 당내 인사에 대해 엄중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주장에 "말이 안 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시는 게 안쓰러워 보일 뿐"이라며 "통합당은 전 목사와 함께한 적도 없고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은 전광훈 목사의 지난 15일 집회를 놓고 '네 탓'이라며 정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 축하 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배정한 기자
여야 정치권은 전광훈 목사의 지난 15일 집회를 놓고 '네 탓'이라며 정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 축하 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배정한 기자

잠잠하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국민의 일상은 그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다. 이른 아침 만원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지하철 환승역에는 일터로 나가는 국민이 있다. 무더위에도 마스크를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일터로 향하는 국민의 고충을 안다면 지금 여야가 '네 탓 타령'을 할 수는 없다.

무더위에 며칠 잠깐 봉사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막히는 도로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사람들과 부대끼는 국민의 코로나19 불안감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안 나오도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애초 정치권에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의정 활동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을지 모를 일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전광훈 목사와 일부 교인들의 행태도 공동체 안위를 위협했지만, 어쩌면 이런 집회를 가능하게 한 정치권의 이념 논쟁이 원인이다. 늘 이념의 잣대로 국민 분열에 앞장서는 정치권이야말로 코로나19 시대, 그리고 그 이후 시대를 살아야 할 국민의 최대 위험요소가 아닐까 싶다. 진심으로 정치권에 부탁하고 싶다. 쓸데없는 이념 논쟁으로 제2의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을 만들지 않기를 말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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